호주 유권자들은 물론 국제 사회에서 켄버라를 주목하고 있다. 또 다시 당권 경쟁으로 현직 총리가 퇴출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의원내각제에서 집권당은 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으면 언제든 총리를 교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호주의 지난 11년 집권당 기록을 보면 의회민주주의 선진국에서 전무후무할 정도다.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총리가 당내 불만 세력에 의해 실각한 사례가 세 번씩이나 있었다. 이같은 당내 구테타로 인해 2007년 총선 패배와 더불어 지역구에서 낙선으로 물러난 존 하워드 총리부터 케빈 러드, 줄리아 길러드, 다시 케빈 러드, 토니 애봇, 말콤 턴불 6명이고 이제 7번째의 새로운 총리 탄생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노동당은 케빈 러드(2007년) → 줄리아 길러드(2010년) → 케빈 러드(2013년)로 이어졌다가 2013년 후반 총선에서 대패하며 정권을 빼앗기며 야당이 됐다. 자유당도 이에 질세라  토니 애봇(2013년) → 말콤 턴불(2015년) → 2018년 8월 당권 경쟁으로 비슷한 길을 답습하고 있다.최근의 자유당 당권 경쟁을 지켜본 호주 유권자들은 “신물난다. 국민이 뽑은 총리를 의원들이 퇴진시키는 추태를 언제까지 봐야하는가?”라고 비난하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국정농단 사태에서 유행어가 된 “이게 나라냐?”는 힐난이 호주  정치권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호주 연방 정치권의 악습인 당권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특히 재계에서 쓴소리와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현재의 당권 투쟁은 자유당은 물론 호주 국익 차원에서도 부작용을 초래한다. 

호주상공회의소(Australian Chamber of Commerce & Industry)의 제임스 피어슨 CEO는 “경제계는 또 한 명의 새로운 총리보다 정부의 안정과 정책 확실성이 필요하다”면서 경고했다. 호주비즈니스카운슬(Business Council of Australia)의 토니 쉐퍼드 전 회장은 “산업계와 지역사회는 안정과 예측성(stability and predictability)을 원한다. 이는 경제 성장과 번영에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플라이트센터(Flight Centre)의 그래함 터너 CEO도 정치 안정의 중요성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포테스크철강그룹(Fortescue Metals Group)의 엘리자베스 게인즈 CEO는  “전국에너지보장(NEG) 정책의 골자와 규정을 지지하지만 명확성 부족(lack of clarity)이 문제다. 사업 계획 투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브래드 반두치 울워스 CEO는 “또 한번의 당권 교체는 소비자 신뢰에 비참한 결과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권자들과 경제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호주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정치인들의 자존심(egos)과 이해 관계가 아닌 호주 국익이 최우선이란 점이다. 어떤 결말이 나더라고 유권자들은 기억한다. 불과 연방 총선이 1년도 안 남았다. 조기 총선 가능성도 있다. 유권자들은 보다 질적으로 양호한 정치를 기대할 자격이 있다. 국민들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정치인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저버리고 실망을 준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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