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층 전망대(Sky Point)에서 바라본 골드 코스트 전경

시드니 겨울은 한국 가을 날씨와 견줄 만하다. 춥지 않은 겨울이다. 그러나 시드니에 살다 보면 매년 조금씩 더 추워진다. 한국은 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지만 호주는 난방 시설이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드니 북부 해안가, 우리 동네(포스터 인근 톨우즈)는 시드니에 비해 따뜻하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추위를 핑계로 따뜻한 곳을 찾아 북쪽으로 떠나는 이웃이 많다. 

아주 오래전 텐트 하나 들고 떠났던 호주 여행이 생각난다. 퀸즐랜드 북부와 다윈 근처를 여행하고 있었는데 빅토리아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유난히 많았다. 겨울이 오면 철새처럼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오래전 무작정 떠났던 호주 여행을 떠올리며 한 달 정도 여행하기로 했다. 물론 추위를 피하려는 생각도 있다. 또한, 옛 기억을 되살리는 재미를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떠나는 날이다. 텐트에서 지내지 않고 모텔 혹은 민박을 이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짐이 적다. 여행 계획도 없다. 마음 따라 이곳저곳 둘러보며 다닐 생각이다.
딸이 살고 있는 골드코스트로 향한다. 이제는 자주 다녀 눈에 익은 하이웨이를 달린다. 아직도 도로 공사 구간이 있긴 하지만 개통한 도로도 많다. 따라서 여행 시간이 예전에 비해 30분 이상 단축된 것 같다. 공사가 모두 끝나면 시간이 더 짧아질 것이다. 그러나 시골 동네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고속도로만 달리는 지루한 여행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골드 코스트에 도착하니 따뜻한 날씨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데, 언젠가는 아열대지방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변에는 바닷물에 몸을 적시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다음 날 아침 스카이 포인트(Sky Point) 전망대를 찾았다. 골드 코스트에 자주 들렸지만 이곳은 처음이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줄 서 있는데 한국어로 쓰인 '환영'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같은 줄에서 기다리던 한국에서 온 관광객과 인사를 나눈다. 한국 단체 관광객도 보인다. 한국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77층까지 단숨에 올라간다. 전망대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높이가 230m나 되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멋있다. (사진 1 참조) 태평양의 검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호주에서 아침 햇살을 가장 먼저 맞는다는 산봉우리가 멀리 보인다. 자동차, 보트 그리고 백사장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장난감 같이 귀엽다. 멀리 보이는 것은 아름답다. 별과 달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하비 베이(Harvey Bay) 야영장에는 캐러밴을 가지고 놀러 온 사람으로 붐빈다.

골드 코스트에서 하비 베이(Harvey Bay)로
딸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더 따뜻한 북쪽을 향해 떠난다. 골드 코스트에서 가까운 하비 베이(Harvey Bay)를 목적지로 정했다. 가깝다고 하지만 400여 km 되는 거리다. 
언젠가 유럽에서 온 사람이 하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유럽에서는 몇 시간만 운전해도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데 호주는 몇 날을 운전해도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밋밋한 나라라고 평한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브루스 하이웨이(Bruce Highway) 1번 도로를 타고 계속 올라간다. 예약한 민박집에 도착했다. 도시 한복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로 조성한 주택 단지에 있는 집이다. 단지 내에 집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 집이 다 들어서면 근처에 또 다른 주택단지가 들어선다고 한다. 호주 동부 해안을 여행하면 주택이 많이 들어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비 베이는 유명한 관광지 프레이저 섬(Fraser Island)과 가깝다. 따라서 섬을 왕래하는 배가 자주 다닌다. 자동차를 직접 가지고 갈 생각이었으나 보통 지프차로 다니기는 어렵고 산악용 지프차만 다닐 수 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모래섬이기 때문이다. 운전을 포기하고 섬으로 가는 관광 상품을 구입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딩고(Dingo)가 많이 서식한다는 프레이저 섬으로 떠난다. 사진으로 많이 보았지만 직접 섬을 가보는 것은 처음이다. 
잠자리에 든다. ‘삶이 여행(Life is Journey)’이라고 흔히 말한다. 내일은 색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색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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