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아파트가 대거 신축된 NSW 뉴캐슬 시티 지역.

“2년 전 7만 세대 → 2년 후 3만” 반토막 예측

시드니 올림픽 파크 근처를 지나다보면 1천 세대 이상의 메리튼(Meriton) 아파트 단지의 신축 공사를 목격할 수 있다. 4단계 프로젝트 중 이번 달 첫 주민들이 오라(Aura) 쌍둥이 타워에 입주한다. 

그러나 이들은 한동안 이웃들이 없을 전망이다. 절반을 개발한 메리튼이 향후 수요를 관망하면서 공급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 아파트 건설 시장에 비슷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호주 산업그룹(Australian Industry Group)의 건설지수(Construction Index)에 따르면 7월 아파트 건설은 36.7%포인트로 11.7포인트 추락했다.  5년래 최대 폭락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7월 신규 개발 수요도 38.4포인트로 3.5포인트 하락했다. 2년래 최대 월별 하락이었다.  

경제 전문 기자 마이클 잔다(Michael Janda)는 “호주 주택시장이 폭락(crash)할 것이란 예측은 오도된(misguided) 것이지만 폭락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분명 어리석다(folly)”라고 진단했다.  

호주 2위 부호인 메리튼의 창업자 해리 트리거보프(Harry Triguboff, 85) 회장은 최근 시장 상황 악화로 ‘생존 계획(survival plan)’을 가동 중이다. 
“이미 건축해 임대 중인 아파트 중 일부를 매각해 구매자들에게 다양한 선택을 하도록 한다. 또 임대 물량을 늘려 향후 시장이 호전되면 매매 물량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트리거보프 메리튼 회장

그는 메리튼 프로젝트 중 아무 것도 취소하지 않았지만 구매에 제동을 건 것은 분명하다. “지금은 택지를 구매하지 않는다. 마지막 구입이 약 2, 3개월 전이다. 그러나 다시 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85세로 50년 이상을 아파트 개발 현장에서 보낸 그는 주기(호황세)가 다시 올 것으로 믿고 있다. 

권위있는 경제예측기관인 비아이에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BIS Oxford Economics)는 호전되기 전 훨씬 더 큰 하락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BIS의 아드리안 하트(Adrian Hart) 건설부문 부소장은 “2년 전 호주 전역에서 약 7만 세대의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지만 지난 회계연도는 약 5-6만 세대로 줄었다. 앞으로 2년 동안 3만 세대까지 하락하면서 아파트 신축은 반토막날 것”으로 경고했다.   .

부동산 전문회사 CBRE는 호주 전역에서 3백개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 매물을 사전 분양 (off the plan)으로 판매 중이다. 이같은 완공 전 매매(presales)는 개발회사들이 프로젝트를 마감하는데 필수적인 재원이다. 

CBRE의 저스틴 브라운(Justin Brown) 회장은 “은행 대출 규제 때문에 개발회사들은 완공 전 매매에 의존한다. 완공 전 분양이 쉽지 않기 때문에 개발회사들이 프로젝트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회사들은 계약자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가격 할인, 인지세 환급(rebate on stamp duty) 또는 임대 보증(rental guarantee)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경험이 많은 개발업자들은 실제로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다. 

공공시설 업그레이드, 실내 내장 고급 재질로의 교체 등이다. 메리튼은 인지세를 부담하는 오퍼를 하고 있다.  

부동산자문회사 챠터 켁 크레이머(Charter Keck Cramer)의 베넷 울프 전국 사장은 “강화된 대출 규제 때문에 구매 시장이 위축된 것은 투자자들에게 대출이 어려워질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금융기관이 매입자들에게 더 많은 계약금(bigger deposit)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개발업자들이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시장을 떠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향후 몇 년 동안 개발업자들에게 어려운 기간이 예상되는데 그들에게 희망은 인구 성장률이다. 

BIS의 하트 부소장은 “향후 5년 동안 인구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약 19만6천 세대의 신축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울프 사장은 “호주의 최대 시장인 시드니는 필요 물량보다 부족한 상황이 이미 시작되면서 공급 증가가 예상된다. NSW 주정부는 향후 20년 동안 매년 3만6천 세대의 주택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현재 겨우 이 수준이다. 공급이 회복될 것이지만 얼마나 오래동안 또 얼마 만큼인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트리거보프 회장은 “곧 공급이 회복될 것이다. 지금 가격이 낮을 때 구매를 권장한다. 매매 가격이 약간 낮아졌고 임대비가 융자 상환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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