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긴 선착장에서 낚시에 열중하는 강태공들

프레이저 아일랜드(Fraser Island) 관광을 끝내고 밤늦게 하비 베이(Hervey Bay)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단체로 다니는 여행은 피곤하다. 나만의 느긋함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게으름을 피우며 일어난다. 시드니는 춥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추위를 느낄 수 없다. 간단한 토스트로 아침을 해결하고 동네 구경을 나선다.

해안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는 깨끗하다. 도로 주변은 식당을 비롯해 숙박 시설과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가 즐비하다. 해안가를 따라 계속되는 산책로를 걷는 사람도 자주 보인다. 흔히 볼 수 있는 호주 시골 동네 풍경이다. 

하비 베이에는 퇴직한 사람이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일까, 다른 동네보다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노인들이 자주 보인다. 

해안가 도로 마지막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리는 우란간 선착장(Urangan Pier)이 있는 곳이다. 선착장 앞에는 선착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안내판이 있다. 사탕수수, 석탄 그리고 목재를 수출하기 위해 1917년에 지은 선착장이라고 한다. 수심이 얕아서 일까, 선착장의 길이가 자그마치 1,124m라고 적혀 있다. 내가 본 선착장 중 가장 긴 것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선착장을 걷는다. 걷는 사람이 많다. 물론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도 있다. 낚시꾼을 배려해 선착장에는 고기 손질을 할 수 있는 선반도 곳곳에 설치하였다.  

젊은 청년 둘이서 생선을 계속 잡아 올리는 것이 보인다. 그러나 밝은 표정이 아니다. 생선 이름을 물었더니 먹지 못하는 복어라고 한다. 주위에는 잡아 올린 큼지막한 복어 서너 마리가 펄떡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복어요리가 고급에 속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쓸모없는 생선으로 취급받고 있다.

선착장 끝에 도착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심호흡한다. 바람도 맛이 있다. 오염되지 않은 바람의 맛을 만끽한다. 천천히 발걸음을 되돌린다. 2km이상 걸은 셈이다. 

근처에 있는 식물 공원(Botanic Park)을 찾아 나섰다. 아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공원은 시내 한복판에 있다. 크지는 않지만 잘 가꾼 공원이다.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분수에서 물이 뿜어져 나온다. 제법 큰 연못이다. 연못에 있는 크고 작은 자라가 우리 쪽으로 헤엄쳐 온다. 사람이 던져 주는 먹이에 익숙한 자라들이다. 

이름 모를 식물과 꽃이 만발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오솔길을 걷다보니 숲을 만난다. 큰 나무 위에는 수많은 박쥐가 거꾸로 매달려 그들만의 소리를 내며 주위의 정적을 깨고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 이렇게 많은 박쥐를 본 것은 처음이다.  

공원을 나와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가까운 쇼핑센터를 찾았다. 쇼핑센터 입구에 들어서는데 일식 김밥집이 있다. 빵만 먹고 지냈는데, 밥이 그리워 식당에 들어선다.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앉아 있는데 주문을 받은 젊은 여자와 주방에 있는 남자가 한국말을 주고받는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반가움을 표시하고 오랜만에 밥으로 식사를 해결한다.   

번다버그를 풍요롭게 만드는 버넷트(Burnett) 강. 규모가 큰 강이다.

한국 사람이 진출한 시골 동네 번다버그(Bundaberg)
하비베이에서 하루를 더 묵으며 골프도 치고 휴식을 취한 후 다음 목적지로 떠난다. 다음 목적지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1770’라는 동네로 정했다. 얼마 전 우리 동네로 이사 온 독일 부부가 이곳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기착지는 럼(Rum)으로 유명한 번다버그(Bundaberg)로 정했다.

번다버그는 큰 강을 끼고 있는 인구 7만명이 넘는 큰 동네다. 상점이 줄지어 있는 중심가를 걸어 본다. 가게를 기웃거리고 있는데 젊은 여성 둘이 한국말로 대화하며 지나간다. 이러한 오지에서 뜻밖에 듣는 한국말이다. 

며칠 전 민박집에서 번다버그에 사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자기가 사는 동네에 한국 바비큐 식당이 있다고 하며 음식에 대해 나름대로 평을 늘어 놓는다. 또 이곳에는 한인 기업이 운영하는 새우 양식장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목적지에 숙소 예약을 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머물며 한국 식당에서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자그마한 한국, 그것도 반으로 나뉜 대한민국, 그러나 여행을 하다보면 오지에서도 한국 사람을 자주 마주친다. 남과 북이 하나로 된다면 더 많은 한국 사람이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호주 사람들이 흔히 질문하는 북한에서 왔느냐, 남한에서 왔느냐 하는 질문도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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