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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9월 꿈꾸는 시작
정원일(공인회계사) | 승인 2018.09.13 15:49

새벽에 할 일이 있어 일찍 일어나 내 방에 들어 가려는데 둘째 아이의 방에 불이 켜져 있고 샤워를 하는 소리가 들린다. 좀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는 적이 없는데 웬일인가 생각해 봤더니 오늘 친구들과 케언즈(Cairns)로 여행을 간다고 했었다.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 6-7명이 결혼 전에 마지막 여행으로 우정을 나눈다는 벅스 파티(Bucks Partt)를 가는 것이다. 

이미 결혼 날짜가 잡힌 친구 몇이 있고 서로 바쁘고 다음 달에도 한 명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이번 주말이 적기라고 생각 했나보다. 잠시 부시럭 거리더니 이제 떠난다고 차려 입은 옷 매무새가 이미 휴가 모드로 접어들었다. 주섬 주섬 양손에 옷이며 가방과 신발을 집어 들고는 슬리퍼를 챙겨 가겠다며 이쪽 저쪽에 들고 있던 것을 가방에 쑤셔 넣는 모습은 하이 스쿨 때, 운동복을 양손에 들고 가방을 챙기고 신발을 아무렇게나 가방에 쑤셔 놓고 황급히 집을 빠져나가던 수년 전 아침 모습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그 때 보다 키가 좀 더 크고,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해서 결혼식 때 멋지게 옷을 입을 거라는 자신의 가상한 기대와 달리 아들은 예전 보다 몸이 좀 더 불었다. 

옷이라서 그저 걸쳐 입은 것 같은 알록달록 붉은색 셔츠와  본 적 없는 것 같은 짧은 주황색 반 바지가 아직 좀 추워보여서 “안추워 ?” 했더니, 케언즈는 30도가 넘는다고 하며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이미 아들의 마음은 더운 해변가의 모래 사장에 가 있다. 아직 챙길게 많고 밖에는 픽업해 주기 위해 온 여자친구가 기다리는데 아빠의 애정 담긴 관심은 귀찮은 방해물과 같다. 

거의 문을 뚫고 나가다시피 아들은 아직 어두운 새벽에 남자들 만의 거창한 우정 여행을 떠났다. 아들은, 손님이 오기 전에는 좀처럼 켜지 않는 정문 베란다에 모든 불들을 켜서 대낮같이 밝혀 두고  목욕탕과 복도와 자신의 방에도 불을 켜 두었다. 목욕탕도 아들의 방도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빠짐없이 한 번씩 뒤집어 놓은 것 같다. 오랜만에 목도한 장면이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방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새벽이 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미래를 계획하는 자식은 아직 무엇을 해도 예뻐 보인다. 허술하고 미숙해 보여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용납이 된다. 아직 어린 아이같은 어리숙함도 연인의 눈에는 그저 사랑스러운  소년을 챙겨주고 싶은 모성으로 반 하는 듯, 아들을 향한 미래 며느리의 눈은 늘 사랑을 담았다. 

며칠 전 유대인들은 로쉬하샤나라고 불리는 신년을 새롭게 시작했다. 아직 9월이지만 우리와 달리 그들의 달력을 따라 5779년도를 시작하였다. 세상의 기준과 다르지만, 그들은 새로운 다짐과 새로운 소망을 꿈꾸며 9월에 새해를 시작한다. 세상의 기준이 있어도 꿈은 갖는 사람의 몫이다. 소망은 가진 자만의 자산이다.  

집안을 어질러 놓고 떠난 아들은 친구들과 신나게 놀 것을 기대하며 우정을 나눈다는  명분을  삼았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소망을 핑계삼은 즐거움이다. 아이들이 크듯 앙상한 겨울을 뚫고 화려하게 피어난 목련이 지면 넓은 공중을 가득 채우 듯 찬란한 보랏빛 자카란다가 보란 듯 피어오른다. 신의 자비를 담은 자연은 계절 마다 소망의 생기를 불어 넣는다. 춥고 긴 겨울 동안 목련을 기다리던 봄의 소망이 사라질 무렵, 곧 보랏빛 여름의 희망을 꿈꾸게 한다.  

9월에 꿈꾸는 새로운 시작은, 세상을 사랑하는 신이 계시기에 여전히 즐겁다.      

정원일(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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