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슬레이터 앤드 고든(Slater and Gordon)이 큰 은행이 소유하고 있는 퇴직연금 펀드를 상대로 집단 소송에 착수했다. 코먼웰스은행이 소유한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Colonial First State)와 AMP 퇴직연금을 1차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슬레이터 앤드 고든은 “은행 특검에서 증거가 드러난 것처럼 연금 펀드들이 고객들에게 과도하고 부당한 수수료를 부과했고 퇴직연금 계좌의 이자로부터 추가 이득을 챙겼다. 고객들에게 10억 달러 이상을 반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집단 소송은 호주 퇴직연금 펀드의 약 1/3인 5백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데 호주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 NSW 센트럴 코스트에 거주하는 퇴직자 론(65)은 AMP를 통해 30년 이상 퇴직연금을 적립해 왔다. 그는 “과도하고 부당하게 수만 달러의 수수료를 냈다”면서 집단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집단 소송으로 보험업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못 할 것이다.  

10일부터 금융권 특검(banking royal commission)이 재개되면서 보험 산업의 각종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사기, 조작, 시장 조작, 돈세탁, 바가지 씌우기(gouging) 등 여러 위법 행위, 강탈 행위, 불필요하고 비싼 생명보험과 소득보장 보험의 매입 강요 행위, 지적 장애인, 노인층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생명보험사 클리어뷰(ClearView)의 최고위험분석가 그렉 마틴은 특검에서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매사냥 금지법(anti-hawking laws)을 30만 회 이상 위반했다고 시인했다. 클리어뷰는 의도적으로 저소득 취약 계층을 타깃으로 정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반면 커버 범위가 작은 질 낮은 보험을 판매해왔다. 고객 중에는 지적장애인까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로위나 오(Rowena Orr QC) 특검 선임 검사는 “2013~17년 5년 동안 생명보험업계가 재무설계사들(financial planners)에게 무려 60억 달러의 커미션을 지불했다”고 지적하고 “이런 커미션 구조가 비윤리적 행태의 주요 요인”이라고 질타했다. 호주는 영업 사원들에게 밝히지 않는 수수료(undeclared commissions)와 비재정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극소수 선진국에 속한다.    
금융업의 비리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험산업에서 문제의 원인도 만연된 이익 충돌, 욕심, 보험 구매자들의 재정적 무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스콧 모리슨 총리는 재무장관 시절 “은행 문제에서 위법은 극소수 나쁜 사례(a few bad apples)에 국한된다”고 주장하면서 감독기관인 ASIC의 역할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금융권 특검 출범에 줄곧 반대했었다.  

적정 해결책은 소비자에게 무단 마케팅 전화 금지(불법화), 숨겨진 트레일링(hidden and trailing) 커미션 폐지 등을 포함한 대대적인 수술(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주요 위법 행위는 민사는 물론 형사법적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4대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 앞에서 이빨 빠진 ASIC의 제역할 찾기도 시급하다.
케네스 헤인즈 특검 커미셔너가 내년초 제출할 최종 보고서에 이런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고직순 편집인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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