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포 서보현 ⟨워싱톤 포스트⟩기고
“풍자 빌미.. 고질적 흑인 경멸” 질타 

국제적 논란을 초래한 호주 만화가 마크 나이트의 ⟨헤럴드선⟩ 만평

이번 주 멜번 신문 ⟨헤럴드선(Herald Sun)⟩지의 만평 한 컷이 국제적으로 큰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9일 US오픈 여자 결승전에서 서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의 분노 폭발을 비난한 호주 만화가 마크 나이트(Mark Night)의 만평이 인종차별 • 성차별 논쟁을 확산시켰다.

윌리엄스는 오사카 나오미(일본)와 결승전을 치르다 라켓을 코트 바닥에 던져 벌금 1만7천달러(미화) 처분을 받았다. 주심 카를로스 라모스(Carlos Ramos)가 경기 중 금지된 코치를 받은 행위로 게임 페널티를 선언하자 도둑(a thief)이라고 폭언을 했다. 윌리엄스는 “남자 선수들도 이 같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게임 페널티’를 받진 않는다”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결국 경기도 0-2로 졌다.

만평 비난자들은 윌리엄스를 풍자한 모습이 지나치게 경멸적이라고 지적했다. 19세기 미국 남부의 짐 크로우 법(Jim Crow laws) 시대의 흑인을 조롱한 수준의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화 ‘리틀 블랙 삼보(Little Black Sambo)’에 등장하는 흑인 어린이 모습과 닮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반면 호주 만화가와 일부 언론인들은 마크 나이트와 헤럴드선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나쁜 스포츠 행위를 비난한 풍자(satire)이며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의미는 전혀 없다”고 만평을 옹호했다.  

이런 가운데 호주 동포 2세인 서보현 씨(24, 하버드대 로스쿨 입학 예정자)가 ‘헤럴드선의 서리나 윌리엄스 만평은 호주의 인종적 역사에 대해 무엇을 드러냈나(What the Herald Sun’s Serena Williams cartoon reveals about Australia’s racial history)’란 제목으로 쓴 기고문이 12일 세계적인 권위지인 ⟨워싱톤 포스트지⟩에 게재됐다.  

서보현(Bo Seo)씨는 “영국계가 호주에 정착한 이래 흑인들(원주민, 아프리카 이민자 등)을 묘사하는 부정적 시각이 고착됐고 이런 악습이 지속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파문을 호주 만평의 역사를 통해 분석했다.

서씨는 “만평에 그려진 윌리엄스의 과장된 체격과 야만적 몸동작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짐 크로 삽화와 리틀 블랙 삼보(Little Black Sambo)에서 묘사된 경멸적 흑인 모습과 연관을 지었다. 반면 헤럴드선지는 나이트를 확고하게 지지한 사설을 통해 만평이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그런 비난은 풍자(satire)를 없애려는 시도이며 정치적 의도를 숨긴 공격이라고 반박했다”고 설전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자 헤럴드선지(타블로이드 판형)는 다음날 1면 표지에 만평과 국제적 비난 시각을 대서특필하면서 “마크 나이트를 검열한다면 정치적 의도를 가진 우리 인생은 매우 따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씨는 “그러나 이 만평을 언론 자유의 기준이나 아니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묘사의 시각으로만 본다면 나이트의 만평은 호주 만평의 전통과 인종차별적 역사의 부산물임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호주 정치 만평의 왜곡된 역사를 소개했다. 

호주 신문 만평에서는 종종 문제가 있었다. 에릭 졸리프(Eric Jolliffe) 등 만화가들이 사법 당국에 불려 간 전례도 있다. 2016년 8월 ‘디 오스트레일리안지(The Australian)'지에 게재한 만화가 빌 리크(Bill Leak)의 ‘경멸적 원주민’ 만평 파문이 또 다른 대표적인 사례다. 

이 만평에는 한 경찰관(왼쪽)이 원주민 청소년(그림 가운데)을 붙잡아 원주민 아버지에게 “네 아들하고 앉아서 개인 책임(personal responsivility)에 대해 얘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훈계한다. 이에 한 손에 맥주 캔을 들고 술에 취한 원주민 남성은  “그래 알겠다. 근데 이 아이의 이름이 뭐냐?”라고 질문한다. 

원주민 아들은 죄를 지어 경찰에 붙잡혔고 아버지는 술에 취해 (알콜 중독자로) 자기의 아들도 몰라본다는 대단히 경멸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이 만평은 인종차별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지만 만화가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빌 리크가 그린 ‘디 오스트레일리안지’의 원주민 경멸 논란 만평(2016년)

서 씨는 결론에서 “호주인들은 오래동안 ‘무례(불결)의 자유(freedom of irreverence)를 누려왔다. 호주 특유의 ‘불량함(larrikinism)’ 문화가 평등주의와 성실의 호주적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우리 것이 아닌 문화적 관점에 직면할 때 그런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서 씨는 “유명 방송인 알란 존스가 지난달  자유당 당권 경쟁과 관련한 생방송 코멘트에서 '나무 판자더미 속에 있는 검둥이(nigger in the woodpile)'란 심각한 경멸적 표현을 언급했다. 또 영국의 BBC방송은 ‘왜 호주인들은 파티 등에서 흑인으로 분장하나?’라는 질문을 자주 던진다”라고 지적했다.

“나이트의 만평에서 서리나의 입은 열려있지만 아무 말이 없다. 다문화 사회인 호주 안에서조차 흑인들(원주민, 아프리타 이민자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너무 자주 만평의 대상이 됐고 복화술(ventriloquized)로 묘사됐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주장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but not heard)”라고 서 씨는 문제를 지적했다. 

• 서보현 씨 ⟨워싱톤포스트⟩기고문: 
https://www.washingtonpost.com/amphtml/news/global-opinions/wp/2018/09/12/what-the-herald-suns-serena-williams-cartoon-reveals-about-australias-racial-history/?noredirect=on&utm_term=.b852e3b5a071&__twitter_impression=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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