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 코너 – 재산 분할시 자주 사용되는 Financial Agreement 에 대하여
Financial Agreement란 Family Law Act 1975 (Cth) 의 Part VIII와 VIII AB에 근거하여 부부나 동거혼 및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재정적으로 합의한 사항을 담은 계약서입니다.
할리우드 연예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pre-nuptial agreement (혼전계약서)’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혼전계약서는 작성시기가 결혼 전으로 한정되어 있는 반면에 Financial agreement는 결혼 전 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 도중, 또는 이혼 후에도 작성이 가능합니다.
 
왜 Financial Agreement가 필요한가?
유교적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보수적인 한국인의 정서상 아직은 소위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족이 된 이들이 돈 문제를 운운하며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듯 합니다. 하지만 Financial Agreement는 재정과 관련해 부부간의 약속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지켜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결혼생활의 안전장치’로서 충분히 가치있는 제도입니다. 
결정적으로 이 제도는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법적 분쟁을 막거나 최소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Financial Agreement v Consent Orders
부부간 재산분할에 관한 합의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당사자간에 합의한 내용에 관해 법원으로부터 명령의 형태로 받아 court order와 같은 효력을 갖게 하는 ‘Consent Order’, 그리고 두번 째는 앞서 말씀드린 ‘Financial Agreement’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더 유리한지는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인 참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합의 시점 :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시기가 비교적 자유로운 Financial Agreement와 달리, Consent Order는 결혼 전에 맺을 수 없습니다.
• 재정 관련 사전 조언 필요 여부 : Financial Agreement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계약당사자들이 각자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계약에 관한 어드바이스를 받으셔야 합니다.
• 연금 포함 가부 : Financial Agreement에는 양 당사자의 합의만 있다면 연금을 비롯하여 다양한 종류(예컨대 주식(shares))의 유•무형 자산을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Consent Order의 경우 당사자간 합의로 연금(Superannuation)을 분할할 수 있도록 법원에 요청할 수는 있지만 super fund trustee에게도 이에 대해 통지하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절차적 공정성을 위해).
• 합의 내용 기록 보관 : Financial Agreement는 보통 계약 당사자들만 각각 한 부씩 나눠갖기 때문에 계약서를 분실하지 않도록 조심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Consent Order는 법원 데이터 베이스에 등재되기 때문에 분실시에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 재정상태 공개 : Consent Order와 Financial Agreement는 모두 계약당사자간 솔직하게 공개된 재정상태에 기반하여 이루어 집니다.
• 양육권 관련 : Consent Order는 양육권과 관련된 사항을 다루거나 포함할 수 있지만 Financial Agreement에는 오로지 재정적인 부분 및 배우자 보조금에 관한 사항만을 넣을 수 있습니다.
Financial Agreement는 비교적 최근(2001년)에 법으로 제정되었기 때문에, Consent Order보다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간 재산권 설정 합의 시 또는 재산분할청구시에 발생할수 있는 여러가지 예상 밖의 문제들에 대한 선례가 비교적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법령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습니다. 
 
Financial Agreement에서 다루는 약정
Family Law Act에 의거, Financial Agreement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 관한 약정을 다룰 수 있습니다:
 
• 재산분할 또는 채무분할 – 예금, 토지, 가옥과 같은 적극재산 뿐만 아니라 빚이나 부채같은 소극재산이 있는 경우, 이에 대해서도 양 당사자가 일정 비율로 분할하여 책임진다는 내용 혹은 한 쪽이 모두 부담하고 다른 쪽은 이로부터 면책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할 수 있음
• 연금
• 배우자 보조금 (spousal maintenance)
• 기타 경제적인 문제 (양육 비용, 유산 상속 등)
 
Financial Agreement의 작성 시기
Financial Agreement를 작성할 수 있는 시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결혼 전 또는 동거혼이나 사실혼 관계(de facto relationship)를 시작하기 전
• 결혼생활 중 또는 동거혼이나 사실혼 관계 도중
• 이혼을 한 이후 또는 동거혼이나 사실혼 관계가 끝난 후
 
Financial Agreement의 유효성
Financial Agreement가 법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계약당사자가 각각 독립된 변호사 등 전문가로부터 사전에 법률 및 재정과 관련된 조언을 충분히 얻은 후에 계약서에 서명을 해야 합니다. 또한 Financial Agreement는 무조건적인 구속력을 지니는 법원 명령이 아니라 상호 합의 하에 작성된 문서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사회풍속 위배 및 형평성에 어긋나는 계약은 무효가 되거나 상대방이 해지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그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 손해배상 및 특정이행청구(specific performance) 등을 명령할 수 있습니다.
 
기존 판례 중, 결혼식을 5일 앞둔 예비 신랑이 출산일이 임박한 임산부이자 비자 만기를 앞둔 예비 신부에게Financial Agreement에 서명하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고 협박하여 이를 체결한 사안에서, 법원은 해당 계약이 강압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판단하고 이를 소급하여 무효화시킨 사례가 있습니다. 이와같이 계약 체결 당시에 부당한 압박이 있었거나 계약 이행에 불공정한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있는 경우, 법원은 변호사를 제대로 선임했었는지, 계약서의 작성 및 체결에 소요된 시간이 얼마였는지, 결혼식은 언제 올렸는지 등 여러가지 요소를 살펴 공정성을 판단합니다. 이 외에 호주 변호사를 찾기 어려워 해외 변호사에게 자문을 얻어 작성한 Financial Agreement는 호주 내에서 유효하지 않다는 판례도 있습니다.
 
작성 및 이행 시 유의사항
Financial Agreement를 형식상의 절차로만 가볍게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분들, 특히 아직 미혼이신 분들은 계약당사자간의 관계가 틀어지는 등 만약의 경우에 생길 수도 있는 일들을 염두에 두고 계약서를 작성하셔야 나중에 후회하실 일이 줄어듭니다.
 
1.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에 계획을 빈틈없이 세우시고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는게 좋습니다.
힘들게 작성한 Financial Agreement가 무효화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계약당사자가 원하는 사항을 법적으로 유효한 형태로 다듬을 줄 아는 변호사의 실무능력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배우자에게 나눠줄 재산과 그렇지 않은 재산이 구분되어 있는 경우, 관련 약정에 각별한 유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Financial Agreement에서 본인 소유 부동산은 제외하고 나머지 재산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나누기로 한다면, 계약서가 어떻게 쓰여졌느냐에 따라 법원은 공정성을 위해 상대방이 그 부동산의 가치만큼 나머지 재산을 더 가져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애초에 계약을 맺는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사전에 변호사와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2. 여유를 가지고 계약서를 작성하시기 바랍니다.
굳이 결혼 직전에 급하게 계약을 맺을 필요가 없습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Financial Agreement는 결혼 전후 언제든 작성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결혼을 목전에 두고 Financial Agreement에 서명하지 않으면 결혼을 재고하겠다고 했던 경우에 부당한 강압이나 협박에 의해 성립된 계약으로 간주되어 무효화된 판례가 있으므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3. 계약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계약서상의 실수나 누락은 Financial Agreement가 체결된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나 상황이 이미 발생한 다음에는 이러한 실수나 누락으로 인한 피해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그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셔야 합니다.
 
4. 계약법의 내용을 위반하여 작성되면 안됩니다.
Financial Agreement는 개인간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합의이지만 일단 체결되면 이 역시 엄연히 계약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계약입니다. 만약 당사자 중 일방이 약정 내용을 위반하거나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법원은 계약법에 따라 해당 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하고 계약 이행을 명령하게 되므로 작성 단계에서부터 계약법의 일반적인 원칙 및 내용을 준수하여야 합니다.
 
배우자 보조금(spousal maintenance)
Financial Agreement에 배우자 보조금에 관한 약정을 포함하고자 하는 경우, Family Law Act에 따라 보조금의 가치는 반드시 금전적인 액수로 환산하여 기록해야 합니다. 만약 배우자 보조금에 관한 약정이 필요 없는 경우라면 향후 논란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임의로 배우자 보조금을 $1.00로 기재해 두기도 합니다.
 
그런데 계약 당사자 중 한 쪽이 센터링크 보조금과 같은 복지수당을 받고 있거나 받아야 할 형편인데 ‘서로 배우자 보조금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약정이 Financial Agreement에 있다면, 법원은 Family Law Act에 의거하여 해당 조항을 무효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정당하게 지급되어야 할 배우자 보조금이 약정에 따라 부당하게 제한되는 경우를 방지하고자 하는 법원의 조치입니다.
 
계약당사자는 왜 개별적으로 법률조언을 얻어야 하는가?
Financial Agreement는Consent Order 등과 달리, 법원에 등재되고 판사의 명령에 따라 그 효력을 지니게 되는 문서가 아니라 개인 간에 재산권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법원을 통하지 않고 합의한 내용을 기록한 서류입니다. 즉 Financial Agreement는 당사자들이 문서에 서명을 하기 전에 법원이 그 문서의 공정성을 검토해주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각자의 변호사 등 독립된 전문가로부터 법률적 조언을 얻어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Financial Agreement 관련 계약의 기록 및 집행과 관련한 기준도 엄격합니다.
 
Financial Agreement의 무효화
Family Law Act에 의거하여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Financial Agreement가 무효화 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사기에 의한 계약 (중대한 약정을 의도적으로 숨긴 경우 포함)
• 법적인 채권추심 및 채무상환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맺은 계약
• 착오, 강압이나 위압, 부당한 압박, 거짓 설명이나 선량한 사회풍속에 위배되는 내용 등 특정한 사유에 의해 무효화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계약
•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약당사자들의 상황이 바뀌어 유용성이 떨어지거나 사라진 계약
• 자녀와 관련된 상황이 바뀌어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어진 계약
• 비양심적인 행위에 의한 계약
• 분배될 수 없는 연금이 포함되어 있는 계약
•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이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계약
 
계약당사자가 사망한 경우
대부분의Financial Agreement는 무효화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이상 계약관계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번 계약을 맺게 되면 계약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혹은 사망 후에도 법적인 구속력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언장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없더라도 Financial Agreement는 Family Law Act에 의해 사망한 계약당사자의 사후자산의 상속 및 처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inancial Agreement에 배우자 보조금에 관한 약정이 있는데 여기에 ‘계약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보조금 지급을 정지한다’는 내용은 없을 경우, 남은 배우자는 고인의 재산에 대해 보조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NSW주에서는 Succession Act 2006 (NSW)에 따라 Financial Agreement에 ‘Deed of Release’라는 ‘권리포기약정’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권리포기약정이란, 유언장에 ‘사후자산은 Financial Agreement에 따라 관리 및 분배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지 않는 이상 생존한 계약 당사자가 사망한 계약당사자의 사후자산에 아무런 권리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약정입니다. 권리포기약정이 법적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NSW주 고등법원의 인가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가를 받지 못한 경우에도 권리포기약정을 맺었다는 것 자체는 계약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를 반영한 근거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습니다(NSW주만 해당).
 
Financial Agreement의 해지
법원이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는 한, Financial Agreement를 해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새로운 Financial Agreement를 작성하여 기존 계약의 효력에 우선하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 둘째는 계약 해지 합의서를 작성•체결하는 방법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Financial Agreement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계약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혹은 그 이후에도 법적인 구속력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당사자간 계약을 해지하기로 합의했다면 그 합의내용을 서면으로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타 계약서들과는 달리, 대개 Financial Agreement에는 ‘sunset clause’라고 하는 ‘자동소멸약정’이 없습니다. 자동소멸약정이란 이른바 ‘조건부 자동 계약 해지 조항’ 같은 것으로서, 사전에 정해 놓은 특정한 상황이나 조건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계약이 일정 기간 안에 자동으로 해지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동소멸약정을Financial Agreement에 적용하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자녀의 탄생이나 재혼, 질병 또는 실직 등 별도의 조건을sunset clause로 넣을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자칫하면 계약서 전체를 무효로 만들어버릴 위험이 있으므로 이러한 조항을 넣고자 한다면 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한 변호사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계약서를 작성하여야 합니다.
 
면책공고: 본 컬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필자 및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은 상기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로 인해 발생한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상기 내용에 기반하여 조치를 취하시기에 앞서 반드시 개개인의 상황에 적합한 법률자문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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