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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단상] 타국살이 - 정원일
정원일 (공인회계사) | 승인 2018.10.11 13:50

한국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저유소에 큰 불이 났었다. 기름 저장 탱크에 불이 붙어 탱크가 터지고, 주위로 큰 불이 번져 갔고, 그 피해의 규모가 43억원이나 되는 대형 화재였다. 

큰 화재에 놀라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에 부응하 듯, 이틀 만에 화재의 원인이 풍등이 날아와 발화가 되었다고 밝혀 내었다. 그리고 그 풍등은 주변에서 비전문 비자로 취업해 공사장에서 일하던 스리랑카인 노동자가 공사장에 떨어진 풍등을 호기심에 불 붙여 날렸는데 그게 큰 불의 주 원인이 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당연히 스리랑카인은 경찰에 붙잡혔고 그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과 그의 잘못 보다는 안전 장치가 장착되지 않고 부실했던 것을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을 촉구하는 주장도 첨예하다. 청와대의 게시판에는 70%가 ‘스리랑카인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지 말라’ 는 청원이 올라왔고, 이 화재는 개인의 책임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발생된 국가나 기관이 책임의 주체임을 따끔하게 지적하고 있다. “돈 벌기 위해 들어 온 평범한 우리 이웃 노동자에게 모든 잘못을 전가 해서는 안된다’는 온정어린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이틀 동안 경찰에 붙잡혀 있던 스리랑카인은 구속 영장이 기각되며 풀려났고 출국 금지이지만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됐다. 

본국에 있는 부모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걱정이 되고 속이 상할까? 돈 벌러간 27살 아들이 화재의 주범이 되고 유치장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다면 이처럼 기막힐 노릇이 없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고생을 무릅쓰고 서툰 한국 말을 배우며 척박한 타국살이를 하면서도 집으로 돈을 부쳐오는 아들을 생각하면 부모의 마음은 취업 비자를 받고 축하하며 좋아했던 그 한국이 야속하기만 할 것이다. 풀려나는 그에게 기자들은 여러 질문을 했는데 그는 ‘고맙다’는 말과 ‘네’라고 짧은 대답을 하고 현장을 떠났다. 2-3년 정도의 한국어 실력으로 기자들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조사를 받으면서도 통역이 없으면 정확히 자신의 의도와 생각을 표현할 수 없어 민감한 사안에 법적인 덜미를 잡혀 누군가 희생당해야하는 마녀 사냥의 제물이 될 수도 있다. 

인종 차별이 없는 선진국이라는 호주에 살면서도 우리도 언어 문제로 마음에 억울해 할 때가 얼마나 많았나? 그 스리랑카 청년이 호주에 사는 순박하고 말 주변 없는 진실한 우리 주변의 청년처럼 영어가 잘 되지 않아 엉뚱한 죄를 뒤집어 쓴다면 얼마나 안타까울까? 지위와 권력을 바탕으로 사건의 본질을 바꾸려고 하는 힘의 논리는 세상만의 타락한 이치는 아니다. 자신의 열등감과 무능을 가리기 위해, 지위를 사용해 죄의 올무를 씌워 희생 제물을 만드는 것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야망의 틀에 갖힌 인물들은 역사 안에 높아진 그들의 이름을 무수히 새겨 놓았다. 

세상에 빛과 소금이 되고자 한다는 중세의 성직자들과 수도원은 오히려 경건과 거룩이라는 거창한 슬로건 뒤로 부패와 죄악이 무성한 그들의 마음처럼 그 시대의 학문과 지성을 오염 시켰다. 불완전한 인간은 늘 죄의 유혹 앞에 살지만, 권력과 지위는 자기 멋대로 높아지고 모두를 좌지우지하고 싶은 인간의 탐욕의 속성을 부추기는 교만을 쉽사리 양산하곤 한다. 나를 돌아보는 관심은 남을 돌아보게 하는 선행을 낳는다. 한국의 화재 소식은 소수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랑을 담았다. 

한국에 일하러 온 가난한 이웃의 초췌함은 우리의 옛 모습같다. 우리도 가난한 과거가 있었고 남의 도움이 절실한 시절이 있었다. 악으로 치달은 홀로코스트의 참혹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며,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애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엘리위젤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무관심이다.” 

기름진 타국살이에, 보편 정서도 유지하지 못하는 것 같은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생각나 부끄럽다. 

정원일 (공인회계사)  wij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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