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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페라 하우스 ‘광고판 활용’ 곤란하다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18.10.11 13:53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호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호주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소수 상징물 중 하나다. 오페라 하우스를 위한 지출(관리 유지비 등)은 NSW와 호주에 더 큰 보답을 주어왔다. 

그런데 이같은 오페라 하우스가 9일부터 13일(토) NSW 경마협회(Racing NSW)가 주관하는 에버레스트 경마 이벤트의 야간 조명 홍보판이 되면서 거센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총상금 1300만 달러의 이 경마 대회는 호주와 세계적으로 가장 비싼 경마대회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 시드니의 로얄랜드윅 경마장에서 시작됐다. 과연 몇 명의 시민들이 이 행사를 즐기는지 의문이다. 결코 범사회적 이벤트일 수 없다.  

NSW 주정부가 오페라 하우스 사용 규칙을 위반한 조명 홍보를 허용해 9일부터 광고가 시작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호주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를 초라한 광고판(billboard)으로 변질시켜 오점을 남겼다는 거센 비난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금) 시드니 라디오방송 2GB의 앨런 존스 진행자는 루이즈 헤론(Louise Herron) 오페라 하우스 CEO와 인터뷰에서 경마협회의 홍보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며 “당신이 뭔데 거부하나? 당신은 해고되어야 한다”는 등의 폭언을 퍼부었다. 거센 비난이 나오자 존스는 며칠 후 사과를 했지만 막강 영향력을 가진 언론인이 공중파 라디오 생방송에서 전형적인 갑질을 행사했다. 존스의 이같은 갑질은 오페라하우스 CEO 정도는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오만불손함이 내포된 느낌이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경마협회의 오페라 하우스 조명 홍보 제안을 수용했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이를 지지하며 개입했다. 이러니 정치 지도자들조차 앨런 존스의 눈치를 살핀다는 비난을 받는다. 반면 빌 쇼튼 야당대표는 오페라하우스의 상업주의화에 반대했다.  

조명 홍보를 지지하는 측은 오페라 하우스가 과거에도 몇 번 조명 광고를 허용한 바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조명 축제인 비비드 페스티벌(Vivid festival)을 거론한다. 세 번의 예외는 럭비월드컵(Rugby World Cup) 때 국가 대표팀 월러비 응원 광고(Go Wallabies), 호주-영국 크리켓 대항경기인 애쉬 시리즈(The Ashes) 우승 축하, 그리고 비비드 시드니의 후원사였던 삼성전자 홍보였다. 두 번의 허용은 범국가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국가대표팀을 응원한 사례였기에 국민 대부분은 이를 환영했다. 비비드 페스티벌은 시각 예술가의 영감과 예술성이 가미된 문화 행사였기에 광고판으로 분류할 수 없다. 

그런 기준에서도 에버레스트 경마대회가 범국가적인 행사인지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도박을 장려하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상업적 이미지 홍보를 통해 오페라 하우스의 글로벌 문화적 중요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마 로비스트들은 오페라 하우스가 고고한 척을 한다고 비난한다. 한편으로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오페라 하우스와 동네 술집(a pub) 간판은 당연히 달라야한다. 호주를 상징하는 브랜드인 동시에 최고 수준의 문화 공간이며 아름다움의 찬사이기 때문이다. 
주의사당 또는 호주 성공회 본산인 세인트 앤드류 대성당(St Andrew's Cathedral), 시드니 가톨릭 대교구 주교좌 성당인 세인트메리 대성당에 광고를 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9일 저녁 1천명 이상의 시민들이 오페라 하우스 앞에 모여 반대 시위를 했다. 이런 거센 반응이 나오자 경마협회는 내년부터 오페라 하우스 홍보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광고 수용으로 돈을 벌고 이벤트를 홍보할 수 있겠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상징적 가치(symbolic value)는 하나의 광고판으로 인식되면서 여지없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오페라 하우스는 NSW 주정부가 관리하지만 시민들의 문화 자산이다. 시민이 주인이란 말이다. 주총리와 스튜어트 아이어즈 체육장관의 낮은 인식 수준이 안타깝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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