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원에서 결의안을 상정한 폴린 핸슨 상원의원

‘연립 여당 찬성’ 충격, 노동당• 녹색당•  일부 무소속 반대
극우주의자인 폴린 핸슨 원내이션당(One Nation) 당대표가 15일 상원에 제출한 인종차별적 결의안이 28-31로 부결됐다. 부결은 됐지만 자유-국민 연립 여당 상원의원들이 찬성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핸슨은 “백인반대 인종차별주의와 서구 문명에대한 공격이 통탄할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촉구하면서 ”백인임이 문제없다(it is OK to be white)”는 결의안을 상원에 제출했다. 

‘백인임이 문제없다’는 슬로건은 백인우월주의자운동(white supremacist movement)의 단골 구호이며 지난 7월 캐나다의 여성 극우주의자 로렌 서던(Lauren Southern)이 호주를 방문했을 때 이 구호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선동을 해 논란을 빚었다. 

핸슨은 상원 표결 전 “나는 오늘 상원이 이 결의안을 지지함으로써 합리적인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 뉴스나 소셜미디어를 보면 백인반대 인종차별주의와 서구문명의 이상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나는 상원이 사실상 백임임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를 희망한다. 많은 상원의원들이 그런 단순 문장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흑인 또는 백인이든 아니면 얼룩빛(brindle)이든 문화 배경에 자부심을 가질 권리가 있다. 우리가 이것에 동의할 수 없다면 백인반대 인종차별주의가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핸슨의 결의안은 반대 31표, 찬성 28표 불과 3표 차이로 부결됐다. 놀라운 것은 자유-국민 연립 여당 의원들이 이처럼 인종차별적이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의안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군소정당과 무소속 의원들 중에서는 원내이션당의 폴린 핸슨과 피터 조지유(Peter Georgiou), 코리 버나르디(Cory Bernardi), 데이비드 라이언헴(David Leyonhjelm), 프레이저 애닝(Fraser Anning) 상원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연립 여당의 찬성을 허용한 마티아스 코만 상원 여당 원내대표

노동당과 녹색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했고 무소속 중 데린 힌치 의원 등이 반대해 3표 차이로 간신이 부결됐다. 

16일 스콧 모리슨 총리는 “상원에서 연립 여당의원들이 찬성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regrettable). 마티아스 코만 상원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자유당내 보수 강경파로 분류되는 코만 상원의원은 계보 실세인데 피터 더튼 내무장관의 당권 도전 때 두 번째 표대결을 앞두고 말콤 턴불 전 총리 지지를 철회하고 더튼 장관을 지지하며 당권 분란을 부채질한 장본인이다. 

원내이션을 탈당한 애닝 상원의원은 지난 8월 등원 연설을 통해 무슬림 이민 중단과 호주 이민에서 ‘최종 해결책(final solution)’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초래했다. 최종 해결책은 나치가 유대인들을 처벌하며 사용한 표현으로 정치인들에게는 금기어로 된 단어에 속한다. 

반대에 앞장선 무소속의 데린 힌치 상원의원은 “핸슨과 애닝 상원의원이 누가 더 크고 시끄러운 인종차별적 고집불통(racist bigot)인지를 경쟁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고 비꼬면서 결의안은 추잡하다(obscene)고 혹평했다. 

리차드 디 나탈리 녹색당 대표는 “호주에서 백인인 되는 것은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복권 당첨 티켓”이라면서 핸슨 결의안을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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