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일보가 13일(토) 주최한 서보현 AFR(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션리뷰)지 기자의 청소년 강연은 동포 언론사가 커뮤니티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일깨워준 행사였다. 비한국계 참석자들도 있어 행사는 전부 영어로 진행됐다. 한호일보는 앞으로 연간 4회 정도 청소년 대상 강연을 기획할 예정이다. 물론 지상을 통해 일정을 발표할 것이다.

그 첫 기획이 서보현 강연회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비가 내린 날씨였음에도 학생들과 학부형 약 150여명이 함께해 매우 유익한 강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강연 콘텐츠와 호응도였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유익했다. 좋은 시간이었다”는 감사 인사가 한호일보에 접수됐다. 강연 시간(약 50분) 이후 약 50분의 Q&A 시간동안에도 활발하고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서 기자는 진지한 자세로 충실한 경험담과 자문을 제시했다. 

이날 사회를 본 필자는 한호일보의 강연회 주최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중언어 구사자인 호주 동포 출신의 서 씨가 뉴욕타임즈와 워싱톤포스트지에 기고를 통해 고급 영어로 설득력있게 또 논리적으로 아시아계의 목소리를 낸 것이 자랑스럽다는 점을 거론했다. 서 씨의 기고와 취재 활동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사회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점 때문이다. 이런 사회 참여자들과 기여자들이 많아질수록 인류애가 커지고 상식이 통하는 선진 사회가 된다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서 씨의 스피치는 더욱 힘이 있었고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호주에서 초중고교를 거쳐 미국(하버드대)과 중국 대학원(칭화대) 유학을 마치고 AFR 기자에 합격한 서 씨가 시드니 청소년들에게 친근한 선배로써 도움이 되는 정보를 주고 대화를 나운 것은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사와 청중의 나이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서 씨의 강점이었다. 

학생 입장에서 이날 강연 중 유익한 내용이 많았다. 강연과 질문에도 거론된 화두 중 하나는 호주,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선진국에서 아시아계 엘리트들의 한계였다. 똑똑한 전문직 종사자들로서 취업이나 돈 벌이는 잘 하는데 거의 대부분 그들의 시각이 본인과 가족으로 한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주류사회에서 이들을 보는 시각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점은 전문직에 기대되는 사회기여도가 매우 부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포사회에서도 그런 불만이 나온다. “유능한 동포 1.5~2세대들이 상당수인데 너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며 주변에 대해 거의 관심이 없다”는 비난이 들린다. ‘

서 씨는 이 이슈에 대해 “능력의 한계를 짓는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고 큰 성과를 이룬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나름의 대처 방법을 제시했다. 이런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멘토와 롤모델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드니 한인커뮤니티는 물론 아시안 이민자 사회에 이른바 개인적 성공 스토리(personal success stories)는 차고도 넘칠 정도로 많다. 흔한 말로 ‘엄친아들’이 주변에 꽤나 많다. 

문제는 개인적 성공 사례가 아무리 많아도 커뮤니티 차원에서 또 정치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 사안에서는 이 똑똑한 차세대들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이른바 전문직으로 주류사회에서 잘 나가는 계층일수록 해당 동포사회에는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본인과 부모, 친지 모두 속한 한인사회를 무시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이번 주 호주 상원에서 극우성향 정치인 폴린 핸슨 원내이션(One Nation) 당대표가 엉뚱한 결의안으로 해프닝을 연출했다. “반백인 인종차별주의와 서구문명에 대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백인임이 괜찮다(It's OK to be white)'라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구호를 호주 의회가 옹호하자는 언어도단의 결의안을 제출했다. 충격적인 것은 이 결의안에 극우 성향의 무소속 상원의원들 외에 자유-국민 연립 여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해 불과 3표(찬성 28표, 반대 31표) 차이로 간신히 부결됐다는 점이다. 만약 이런 결의안이 상원에서 통과됐다면 국제적으로 조소거리가 됐을 것이다.

상원에서 이같은 작태가 벌어졌는데 소수민족 커뮤니티가 너무 조용하다. 노동당과 소수민족커뮤니티연합(FECCA)에 이어 한인 차세대 전문직 모임인 케이 리더즈(KAY-Leaders, 회장 이영곡)가 18일 비난 성명을 발표했지만 다른 커뮤니티 단체들은 아직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판단을 하고 용기있는 행동에 나서려면 서보현 기자의 강연회에서 화두 중 하나인 세계를 보는 큰 눈과 ‘사회 참여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날 강연 제목이 ‘작은 변화가 청소년의 미래를 바꾼다’였다. 생각과 참여에도 훈련이 필요하다. 이런 강연회를 통해 함께하는 정신을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서보현 강연은 정말 오래 만에 들은 ‘5스타 스피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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