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녹색당•일부 무소속 반대 ‘3표 차이’ 겨우 부결
턴불 총리 때 ‘프레이저 애닝 과격발언’ 여야 규탄 한목소리
모리슨 총리, 코만 상원여당대표 수수방관 후 ‘뒤늦게 사과’

10월 15일 상원에 결의안을 상정한 폴린 핸슨 원내이션 대표(AAP)

호주 상원이 국제적으로 조롱을 받게 됐다. 15일 상원에서 극우성향의 정치인인 폴린 핸슨 원내이션 당대표가 상정한 ‘백인임이 괜찮아(it's OK to be white)’ 제목의 결의안이 찬성 28표, 반대 31표로 불과 3표 차이로 간신이 부결됐다.  

자유-국민 연립 여당 상원의원들(23명)이 모두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사실에 많은 국민들, 특히 이민자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노동당과 녹색당, 데린 힌치 상원의원 등 일부 무소속 의원들이 결의안을 규탄하며 반대해 힘겹게 제지했다.  

‘최종 해결책’ 용어를 동원하며 무슬림 이민 중단을 촉구한 프레이저 애닝 상원의원(AAP)

호주 상원에서는 올들어 인종차별적 해프닝이 계속되고 있다. 원내이션당으로 상원의원직을 승계한 뒤 봅 케터의 오스트레일리아당(KAP)로 당적을 바꾼 프레이저 애닝(Fraser Anning) 상원의원이 지난 8월 14일 등원 연설(maiden speech) 기회를 통해 무슬림 이민 중단을 촉구하며 호주정부가 '최종 해결책(final solution)'을 동원하라고 말했다. 최종 해결책은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하며 내린 결정을 의미하기에 정치인들이 극도로 사용하지 않은 표현이다. 

이 과격 발언 후 말콤 턴불 총리 시절 하원에서 여야 모두 규탄의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멜번 유대인 커뮤니티를 대변하는 조쉬 프라이든버그 당시 에너지장관(현 재무장관)과 노동당의 무슬림인 에드 후치지 의원이 감동적인 연설을 한 뒤 의회에서 굳게 포옹하는 장면으로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10월 15일 상원에서 핸슨의 결의안 해프닝이 발생했을 때  스콧 모리슨 총리는 겨우 ‘유감스럽다(regrettable)’라고 대응했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여당이 상원에서 반대했어야 했다. 사과한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또 여당의 찬성을 허용한 상원 여당 원내총무인 마티아스 코만 예산장관은 “결의안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적 실수(administrative error)였다”고 변명을 둘어댔다가 비난이 커지자 “상원 여당 원내대표로서 실책은 내 책임이며 이에 대해 사과한다. 정말 유감스럽다”라고 등 떠밀려 사과했다. 

야당의 페니 웡 상원 원내대표는 “결의안은 몇 주 동안 공지돼 오해 여지가  없었다”라고 정부의 변명을 일축하고 “네오-나치와 KKK같은 극우인종차별단체들이 선동할 때 쓰는 구호를 연립 여당이 지지했다. 사태가 엉망이 되자 이를 허겁지겁 해결하려는 비겁자(craven)들의 애처로운(pathetic) 시도”라고 통박했다. 

2017년 8월 폴린 핸슨이 상원에서 부르카 복장을 착용하자 당시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이 반박하고 있다

핸슨의 상원 우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8월 17일 검은색 부르카(burqa)로 온 몸을 뒤집어쓰고 상원에 등장했다. 그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공공장소에서 이런 복장 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부르카를 착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당시 상원 여당 원내대표였던 조지 브랜디스 법무장관은 “호주에 있는 약 50만명 무슬림의 절대 다수는 법을 준수하는 선량한 시민들이다. 호주는 부르카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놓으면서 “종교적 민감성을 악용하지 말라”고 핸슨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락살 라이드시장, 피터 김 시의원
케이-리더스 비난 성명 발표

핸슨의 인종차별 결의안 상정과 관련, 라이드시와 동포 차세대 모임인 케이 리더스(KAY-Leaders)가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16일(월) 토니 버크 야당 시민권/다문화 담당의원은 의회에서 폴린 핸슨 상원 결의안 상정 관련 연설을 통해 이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호주 소수민족커뮤니티연합(FECCA)도 매우 실망스럽다는 규탄 성명을 16일 발표했다. 

제롬 락살 라이드 시장은 18일 한호일보에 보내온 성명에서 “라이드 커뮤니티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주의를 거부한다. 핸슨 상원의원의 이런 비속한(tawdry) 시도는 그녀와 그녀의 견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체면을 손상시켰다”라고 비난했다.   

라이드시의 피터 김 시의원(한국명 김상희)도 “라이드의 한국계 주민들은 현대 호주 사회의 다양한 조직의 일원이다. 분열을 조장하는 핸슨 상원의원의 시도는 우리 지역사회로부터 전적으로 배척 받는다”라고 규탄했다. 

케이 리더스(회장 이영곡)는 18일 성명에서 핸슨의 결의안 해프닝은 실망을 넘어서며 범국가적 우려를 초래한다. 호주 정부는 재발 방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