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으로 둘러싸인 에일리 비치(Airlie Beach)는 바다가 잔잔하고 요트가 많이 찾는 곳이다.

예푼(Yeppoon)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오래전 이곳에 왔을 때 들렸던 리조트를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리조트에는 수영장을 비롯해 규모가 큰 물놀이 시설이 있었다. 그리고 멋지게 치장한 낙타가 근처를 서성거리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었던 것도 기억난다. 리조트에 있는 골프장 시설도 최상급이었다. 

오래전 기억을 되새기며 리조트 입구에 들어선다. 그러나 예전의 분위기가 아니다. 주위가 한산하다. 골프장에도 사람이 많지 않다. 골프장 직원과 이야기를 나눈다. 리조트는 문을 닫았고 골프장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호주 골프 인구가 줄고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골프장에서 젊은 사람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여유 있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호주도 경제적으로는 풍요해지고 있지만 여유로운 삶은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다음날 젊은이가 많이 찾는 에일리 비치(Airlie Beach)로 떠난다. 유명한 관광지 해밀톤 아일랜드(Hamilton Island) 입구에 있는 동네다. 귀에 익은 노래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운전한다. ‘On the road again...'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는 설렘을 만끽한다.   

가는 길에 카프리콘 동굴(Capricorn Cave)라는 곳이 있어 들렸다. 그러나 안내원과 함께 단체로 동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시간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천천히 자동차로 동네를 돌아본다. 유명한 동굴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동네 이름도 동굴(The Caves)이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초등학교 이름도 물론 동굴(The Caves State School)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동네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계속 달린다. 차창 밖으로는 사탕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설탕을 추출하는 높은 굴뚝에서 내뿜는 하얀 연기가 뭉게구름을 만들고 있는 모습도 지나친다. 호주 설탕 산업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에일리 비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낭족. 혼자 여행하는 젊은이도 많다.

중간에 군 차량 행렬을 만나 시간을 지체하기도 하며 에일리 비치에 들어선다. 관광지답게 사람으로 북적인다. 특히 거의 벗다시피 한 간단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젊은이가 많이 보인다. 관광객을 유혹하는 가게도 도로변에 넘쳐난다.

민박집에 도착했다. 바다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 있는 민박집이다. 하룻밤 지내며 휴식을 취한 후 느긋하게 일어나 동네 구경을 나선다. 지도상으로는 외진 곳이지만 관광객이 많아 외지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시골 동네답지 않게 주차장도 쉽게 찾을 수 없다. 전망 좋은 곳에는 리조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동네 한복판에 있는 해변을 찾았다. 해안에는 에일리 비치 라군(Airlie Beach Lagoon)이라는 인공 호수가 있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잔디밭에는 일광욕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윗도리를 벗어 던진 여자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조금 당황하며 곁눈질로 대했던 풍경이다.           

인공 호수와 나란히 있는 백사장에도 젊은이들이 많다. 배낭여행자 숙소가 해안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해변을 떠나 해안 도로를 운전하는데 수많은 요트가 정박해 있고 세계 각국의 국기가 펄럭이는 곳이 보인다. 한국 국기도 있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려 들어가 본다. 아벨 포인트(Abell Point)라는 선착장이다. 선박한 배들의 크기가 보통 이상이다. 해양을 횡단하는 큰 배들이 많다. 에일리 비치가 바다를 즐기는 부호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후에는 산을 찾아 나선다. 콘웨이 국립공원(Conway National Park)이라는 곳이다. 좁은 비포장도로를 따라 산등성이를 올라간다. 생각보다 먼 거리다. 사람이 거의 찾을 것 같지 않은 외진 곳이다. 그러나 정상에 도착하니 대여섯 대의 자동차가 주차해 있다. 아름다운 바다로 유명한 곳에서도 산을 찾는 사람은 있다.

깊은 골짜기를 걷는다. 새소리가 요란하다. 물 흐르는 소리도 정겹다. 약간의 습기를 머금은 숲 냄새가 주위를 맴돈다. 삼림욕하기에 좋은 곳이다. 이곳에도 그늘진 곳에는 많은 종류의 버섯이 자라고 있다. 적당히 땀을 흘리고 산책로를 한 바퀴 도니 기분이 상쾌하다.     

산에서 내려와 동네 중심가로 돌아왔다. 가로등이 하나둘씩 켜지는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에는 대낮보다 생기가 넘쳐흐른다. 휴양지 분위기가 넘쳐난다. 분위기에 젖어 주위를 기웃거리며 걷는다. 뜻밖에 영어로 ‘서울(Seoul)’이라고 쓴 치킨집을 만났다. 대형 스크린이 있는 맥줏집과 이웃하고 있다. 우리 동네에서는 맛볼 수 없는 ‘치맥’이 생각난다. 

젊은 한국 여자가 주문을 받는다. 튀김 닭을 비롯해 비빔밥도 판다. 음식은 서양 젊은이가 만들고 있다.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후 튀김 닭을 들고 맥줏집 통나무 테이블에 앉았다. 무대에서는 요란한 생음악이 주위를 압도하고 있다. 맥주와 함께 튀김 닭을 먹는다. 
사람은 분위기를 타는 것일까? 현재를 즐기는 젊은이들과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지금이 좋다. 삶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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