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프로그램 마련 절실
지난 10월 23일(화) 웨스트라이드 커뮤니티 홀에서 호주 릴레이션십스 오스트렐리아(Relationship Australia)가 주관하는 ‘가정 폭력 엑스포’가 있있다. 시기 적절한 행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행사장에 들어서면서 필자를 놀라게한 것은 매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주최 측에서 생명의 전화, 일반 의사, 경찰(호주와 한인), 변호사, 상담자, 사회 복지사 그리고 어린이 관련분야 분들까지 이 행사에 적절한 사람들을 페널로 참석시켰다는 점이었다. 한 마디로 가정 폭력으로 인해 여성들이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를 한 눈에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리고 물리적 폭행 뿐만 아니라 언어 혹은 성 폭행 등도 가정폭력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사회자를 비롯, 행사 진행도 좋았다. 다시 한번 주관처와 담당자들, 그리고 행사에 관련된 기사를 써 준 한호일보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특히 주 강의를 맡은 변영실 씨로 부터 가정폭력으로 인해 호주에 하루 한명 꼴로 인해 여성이 사망한다는 것과 호주 국가 예산도 522억불 이상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필자의 상담 경험을 통해서도 가정폭력 문제가 호주에 사는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이는 재정적인 손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자녀들에게 심한 트라우마와 일생동안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자신들로 인해 부모들이 싸움을 한다고 생각하고 결과적으로 심한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안전 장치를 위해 경찰은 우선 가해자를 격리시킴으로 가정이 갈라지게 된다. 그런 후 아이들은 양부모 품에서 자라 더 심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은 둘이 만나 결혼해서 책임을 지지 못함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치고 자녀들에게 심한 상처를 주게 되어 결국 부부는 빚진 자들이 된다.  

경찰 신고 시, 도움 시스템 효율적으로 작동

대부분은 참석자들이 여성분들이었다. 사실 내용으로 보면 여자들은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찰에 전화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자동 시스템으로 너무 빠른 속도로 관련기관들이 해결해 주는 시스템을 호주는 가지고 있다. 약한 여자들과 아이들의 보호를 위한 장치가 탁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참으로 좋은 나라다. 그래서 흔히들 남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호주에서는 가장 우선시 되는 사람은 아내(여자)이고, 그다음 아이고, 그다음은 집에 있는 애완동물, 개 혹은 고양이, 그리고 남편(남자)이다.” 좀 풍자적인 내용이지만 사실 실제적으로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선 예방 차원에서 남자들이 이런 모임에 참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남자들은 이러한 모임에 참여를 꺼려한다.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가해자인 남편(남자)이 당하는 시련은 상당하다. 우선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짐을 경험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자신이 행사한 폭력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에 직면하면서 큰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인생의 실패자로 스스로 낙인을 찍게 된다. 특히 경제적 손실도 크다. 우선 정부는 아내나 남편을 돕기 위해 정부 돈보다는 남편의 돈을 먼저 사용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보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마음대로 자신의 아이들을 볼 수도 없다. 이런 모임들을 통해서 한 번 더 깊이 생각을 하게 되면 사고 발생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서양 격언에 ‘예방이 치유보다 낫다(Prevention is better than cure)’라는 말이 있다.  

필자는 사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폭력을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났다. 특히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오는 날에는 온 집안은 완전 전쟁터가 되어 초토화가 된다. 집이 돌담 집이라서 무너지지 않았지, 만일 나무집이었으면 무너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철이 든 지금에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어머님에게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우선 술로 기분이 좋아서 집에 들어오시면 곧바로 잔소리를 하셨다. 그래서 장남인 나는 어머니 입을 손으로 막았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왜 폭력을 사용하셨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할머니를 어린 나이에 여의시고, 그리고 일찍 장가를 가서 첫 부인의 죽음을 경험하고 그리고 나를 낳고 난 뒤 6.25전쟁 참여, 수없이 많은 전우들의 죽음을 경험하게 된다. 결국 아버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앓고 계셨던 것이다. 

 “남성들 이제 끝이구나” 큰 상실감 겪는 AVO 이전 중재 필요

나는 한국 남자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가지를 깊이 생각한다. 하나는 일단 AVO(접근금지 명령)가 발부되기 전에 중재를 할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상담한 대부분의 남편들은 일단 AVO를 받게 되면 아내에 대한 배신감과 그리고 이제는 끝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호주의 법은 안전장치를 위해 AVO부터 발부한다.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가해자라는 사실 하나로, 때로는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 결과로 인해 일생동안 너무 가혹한 삶을 걸어야 한다. 결과만 너무 중시한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지인으로부터 책 한 권(프레임)을 선물로 받았다. 최인철 서울대 교수가 쓴 책이다. 이 책에는 그는 “인간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균형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것이 삶의 지혜라고 했다. 사건 이후에는 가장 큰 희생자가 남편이지 않을까. 아내들은 자녀도 있고, 호주 정부의 든든한 후원도 있다. 하지만 남편은 오직 혼자다. 내가 행사장에서 받은 수 없이 많은 정보지에도 크게 상실을 경험한 외로운 남편을 돕는 것은 어느 것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 그리고 심지어 재물과 건강까지도 잃어버리고 나중에는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폭력을 가하고, 상실을 경험한 외로운 남성들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저 몇 번의 의무적 상담만 권고할 뿐이다. 그래서 이제 호주 한인사회도 이 정도 성장을 한 만큼 한인회 차원에서도 혼자 살아가는 남편(홀남)들을 위로하고 다시 재출발하도록 그리고 다시 가정이 재결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펼쳐 나갔으면 한다. 사실상 이미 한인사회에는 싱글맘들, 사별이나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함께라면’이라는 아름다운 모임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싱글남의 모임도 있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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