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모국의 가을날 필자 부부는 서울서 근무하는 딸의 추천과 안내를 받고 제주 올레길 트레킹(trekking)에 오르는 용기를 냈다.
올레라는 용어는 큰길에서 자신의 집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일컫는 제주 언어임을 알게 되었다. 제주 언어는 사투리 차원을 넘어 제주어로 분리해야 하는 독립 언어가 되었다.

제주 출신 여가수 H씨의 왕년의 히트곡 ‘살짜기 옵서예’로 전국에 폭넓게 알려졌듯이 제주어는 발음이 특이하다. 일어와 몽고어와 한글이 섞여 있다고나 할까?
제주에서 이용했던 택시 기사 Y씨는 “제주어는 훈민정음 28글자 중 현재 사용하지 않는 4글자를 활용하고 있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인이 왜 한라산을 미워하는지 아느냐고 엉뚱한 질문을 해서 웃었다.
그 이유는 남태평양과 동남아에서 북상하는 태풍을 한라산이 한반도의 문 앞에 떡 버티고 서서 태풍의 방향을 일본 열도로 틀게 한다는 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H신문사에 근무하던 여기자 경력의 S씨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스페인의 ‘산디아고  순례길’에 다녀와서 고향 제주도에 이를 벤치마킹(benchmarking)해서 기획한 길이다.
이 길은 제주 해안 지역을 따라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길로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길등을 연결하여 구성됐다.

2007년 개장된 이 길은 제1코스에서 21 코스까지 총길이 425km로 경부 고속도로의 서울 부산 거리(416km)와 비슷하며 지난 10년 동안 무려 800만 명의 내외국인들이 다녀가는 기록을 세워 관광 제주의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136개의 오름(산봉우리의 제주어)이 산행의 묘미를 더해주고 있다. 필자 가족은 21 코스 중 7, 8, 10번 코스와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을 등반하는 ‘선택과 집중’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올레길에는 파랑색과 주황색 끈으로 엮은 리본(ribbon)을 100여미터마다 나무나 돌에 메달아 놓아 길잡이 역을 하고 있어 미소를 짓게 했다.
꾸불꾸불 이어 지는 해안길과 숲길에서 인내와 사랑과 자비의 말씀을 알려 오는 듯 산들 바람이 불어와 평온과 감사의 마음을 일깨웠다.

10분을 걸었는데도 같은 풍경이 없는 아기자기한 제주의 경관은 차로 10시간을 달렸는데 동일한 광경을 보여 주던 서부 호주의 대평원이 떠올라 과연 고국이 ‘삼천리 금수강산’임을 실감했다.

더구나 가없는 수평선, 맑은 공기, 온화한 기후, 흰 구름이  두둥실 떠 있는 푸른 하늘을 보니 시드니와 흡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주 올레는 각 코스마다 약 15km로 평균 소요 시간은 5-6시간인데 전국에 도보 여행 열풍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었고 심지어 일본에서도 컨설팅 로얄티를 지불하며 큐슈 올레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다니기를 원하면 거기 길이 생긴다.
"악한 자의 길은 멸망에 이른나, 의인의 길은 여호아께서 보살피신다"라고 성경은 시편에서  길에 대한 정의를 밝히고 있다.

“세 가지 길’에 의하여 우리들은 성지에 도달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사색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가장 높은 길이다.
둘째는 모방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셋째는 경험에 의해서이다. 이것은 가장 고통스러운 길이다”라고 공자는 설파했다.

그러나 길이란 여러 갈레의 길이 있어 우리를 방황케 한다.
길이 많으면 결국 길을 잃을 수 밖에 없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
"동행"은 바람직한 말이다.
그러나 타인과 영원히 함께 걸을 수 있는 길이란 없다.
심지어 아내나 남편 마져도.. 

그래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인지도 모른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을 떠나지 않으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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