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와 주말에 싱가폴에서 아세안(ASEAN) 관련 정상회의, 동아시아 + 3 정상회의, 16, 17일 파푸아뉴기니에서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가 잇따라 열린다. 

아마도 여러 번의 다자 국제회의 기간 중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약 1시간 내외의 약식 정상회담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분명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 양국간 정상 방문 외교가 너무 뜸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의 공식 호주 방문은 2009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의 호주 국빈방문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벌써 10년이 지났다. 

호주 연방 총선이 2019년 전반기에 예정돼 있어 문 대통령의 호주 방문도  그 후로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반면 일본과 중국은 호주 총선과 무관하게 정상간 방문 외교를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조 아베 일본 총리는 다윈을 방문한 뒤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15일 모리슨 총리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싱가폴에서 정상 회담을 했다. 예상대로 이 회담에서 핵심 아젠다는 호주-인니 FTA 협상 타결과 호주의 주 이스라엘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 계획이다. 세계 최다 인구(약 2억2500만명)의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모리슨 총리 취임 이후 전격 발표된 이스라엘 대사관 이전에 강력 반대 입장이다. 위도도 대통령이 15일 모리슨 총리에게 직접 반대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올 연말 이전 양국 정상이 무역자유 협정에 서명하고 각국의 의회에서 비준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수살렘 대사관 이전 문제가 튀어나오면서 인니측의 강력 반발로 호주가 입장을 변경할 때까지 협정 서명은 연기된 것으로 보인다.  

15일 양국 정상과 교역장관 회동 후 호주 언론들은 “호주 정부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호주대사관을 이전할 가능성은 5%로 희박하다는 언질을 인니측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모리슨 총리는 대사관 이전 계획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최종 결정 시점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연말 이전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인니의 교역 규모는 연간 165억 달러에 달한다. 인니의 소득 상승으로 중산층이 늘어날 경우, 호주의 농수산물 수출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안보를 떠나 인니는 호주의 주요 교역국 중 하나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호주 총리에 새로 취임하면 형제국 같은 관계인 뉴질랜드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방문 외교를 하는 나라가 바로 인도네시아다.

지난 10월 20일 웬트워스 보궐선거 며칠 전 모리슨 총리는 예루살렘 대사관 이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국내외에 충격을 주었다. 내각과 협의 없이 발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아무리 웬트워스의 유대계 유권자들(약 10-15% 추산)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이는 장기적인 국익과 외교 관계를 무시한 전형적인 졸속 정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외교 정책을 호주가 답습할 이유가 없다.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2 국가(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고 텔아비브 대사관을 유지한다. 호주가 미국 입김을 완전 배제하지 못하더라도 보다 독립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모리슨 총리는 이스라엘 대사 출신인 데이브 샤마 웬트워스 자유당 후보의 건의였다 하더라도 이를 무시했어야 했을 것이다. 웬트워스 지역구 출신인 말콤 턴불 전 총리도 이에 강력 반대했다. 

웨트워스 보선에서 자유당이 사상 첫 패배를 당했더라도 불과 7-8개월 후 총선에서 재도전해 지역구를 탈환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나 외교나 진정성을 갖고 임해야 상대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국제 외교 무대가 생소한 편인 모리슨 총리는 보다 긴 호흡으로 국제관계에서 헛발질을 줄여야 할 것이다. 자유당 내 강경보수파가 분위기를 보면서 언제 총리 자리를 흔들지 모른다. 실수가 반복되면 머물고 싶어도 그 자리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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