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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브릿지] 또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18.12.20 13:09

요즘 만나는 사람들 마다 성탄인사와 새해 인사를 주고받기에 바쁘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가족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덕담을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건 성공한 삶이다. 날씨는 후덥지근하고 간혹 어정쩡하게 내리는 소나기 덕분에 견디기는 하지만 여전히 올해가 내 곁에 남아있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다. 올 한해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일 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병원 응급실을 찾는 상황이 발생했었고 종합병원에 입원까지 하는 병치레를 톡톡히 치렀다. 또한 성당 교우 세 분이 차례로 급작스럽게 돌아가시는 변고를 당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텅 비어가는 공허감과 상실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삶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며 과연 내일 아침을 다시 맞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잠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하루를 긍정적인 생각으로 시작하고 살아 움직이는 그 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행복한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을 하는 편이다.

크리스마스 축제가 다가오니 시티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어깨를 스쳐 지나갈 만큼 많이 붐빈다. 손에는 몇 개씩 쇼핑 봉투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며 누군가에게 의무처럼 전달해야 할 선물 준비에 바빠 보인다. 기독교 문화권에 속하는 호주 사회에서 성탄절은 분명 한국의 전통 명절인 설날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업화된 문화로 변화되어가는 성탄절의 의미가 내 힘에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성당 안에 촛불을 켜놓고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며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조용한 밤, 거룩한 밤을 맞이하고 싶다. 술에 취해서 소리를 지르며 거리를 헤매는 젊은이들이 교회로 가서 성탄의 진정한 의미인 나눔과 사랑을 깨달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무색해져 가는 물질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가슴 안에 촛불 하나씩을 밝힌다면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작은 일을 하면 자신이 사랑스런 사람으로 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삶의 기쁨을 누리는 일은 베푸는 마음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창밖으로 비춰 주는 그 햇살은 매일 똑같이 빛나지만 그 매일의 하루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살아가는 기쁨도 클 수밖에 없다. 오늘은 손가락 한 마디만큼의 기쁨과 희망을 그리고 내일은 손가락 두 마디만큼의 행복을 지니며 살고 싶은 욕심을 부려보기도 한다.    

브리즈번 시내 중심가에 살다 보니 크리스마스 축제 기분을 누구보다도 더 빨리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오 분만 걸어 나가면 시티 홀 마당(King George Square)한가운데에 남반부에서 제일 높다는 길이 22미터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고 어둠이 내리면 화려한 꼬마전구에 불이 들어와서 눈을 부시게 만든다. 시티 홀 빌딩 전면에는 시즌축제의 하이라이트라고 불리며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화가 레이저 빛으로 15분마다 상영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퍼레이드가 퀸몰(Queen Mall)에서 시작해서 시티 홀 광장까지 이어진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서 모발 폰으로 퍼레이드 장면을 찍는 손 모양들이 더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로마파크의 정원에는( The Enchanted Garden) 다양한 색깔의 전등을 엮어서 마치 마법에 걸린 요정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신비스런 풍경을 연출해놓았다. 이런 행사들이 12월 14일부터 24일까지 매일 밤 연속으로 진행되니 그 많은 사람들이 시티로 몰려들어서 복잡한 인파의 거리로 만들어 놓는다. 그 틈새에 거리의 악사들은 노래를 부르거나 특이한 악기들을 연주하며 시선을 끌어들인다. 그들도 재능을 나눌 수 있어서 즐겁고 보고 듣는 사람들도 흥겹다. 나눈다는 게 뭐 그리 큰일도 아니고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떼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주는 것일 뿐이다. 내 이웃에게 베푼 작은 것들이 모여서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보고 또 보고 즐겨 읽는 책이 한 권 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가슴이 찡해지는 아메리칸 인디언 추장들의 말이나 그들의 영적인 삶에 대해서 쓴

“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옮김) 라는 책이다. 특히 한 해가 끝나가는 12월이 되면 꼭 한번 다시 펼쳐보는 나의 애장품이 된 책이다. 각각의 인디언 부족들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다른 언어로 표현했다. 

체로키 부족은 “다른 세상의 달”, 크라크 부족은 “침묵하는 달”, 수우 부족은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지는 달” 풍카 부족은 “무소유의 달”, 이라고 불렀다. 인디언 부족들은 그들의 마음의 움직임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자연풍경을 통해서 그런 언어들을 사용했던 것이라고 옮긴 이는 밝히고 있다. 자연, 순수함, 나눔 이 세 가지 단어 외에는 달리 표현 할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이 바로 성탄절에 가져야 할 우리들의 마음자세라고 생각한다. 한숨을 내쉬면서 ‘또 한 해가 저물어 가네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감 가는 인디안 12월의 표현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 

2018년 잘~~~가, 안녕. 

황현숙(객원 칼럼니스트)  teresacho737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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