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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엽서] 새해 무슨 결심을 했나요?(New Year's resolution)
이강진(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 승인 2018.12.20 13:14
티노니(Tinonee)라는 동네 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스 캐럴의 밤. 많은 사람이 모여 한해를 보낸다.

하루해가 저무는 12월이다. 이사 온 지 5년째 되어가는 시골 동네(Tallwoods, NSW)에도 연말연시의 바람이 불고 있다. 동네 합창단을 비롯한 서너 개의 그룹에 속한 아내도 2018년을 보내면서 여러 송년 모임에 참석하느라 분주하다.  

내가 속한 골프 클럽에서는 일찌감치 떠들썩한 음악과 함께 연말연시 행사를 자정까지 치렀다. 색소폰 하나 들고 가입한 밴드(Taree RSL Concert Band)도 동네 공원에서 매년 열리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불려 다니며 바쁜 일정을 갖는다. 평소의 한적한 시골 삶과 대비되는 연말이 찾아온 것이다.

이웃과 모임도 잦아진다. 이웃을 부르기도 하고 불려가기도 하면서 음식을 나눈다. 도시에서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도 오랜만에 부모를 찾아 우리 동네를 찾기 시작한다. 휴양객까지 들이닥치는 연말연시가 되면 시골 동네이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 

연말을 맞아 며칠 전에 가까이 지내는 이웃을 불렀다. 몇 번 초청 받아 푸짐하게 대접을 받은 적이 있는 이웃들이다. 호주식으로 편하게 바비큐를 한다고 제안했다. 격식을 갖춘 식탁은 기대하지 말라는 말도 곁들였다. 그러나 작년에 사용했던 크리스마스트리도 응접실에 내놓고 테이블을 빨간 천으로 장식하며 연말 분위기를 돋우었다.

각자 한 접시씩 가지고 온 음식을 식탁에 펼친다. 푸짐한 음식을 안주 삼아 포도주와 맥주도 마신다. 한국 음악을 듣고 싶다는 요청에 한국 멜로디가 집안을 덮는다. 말도 많아지기 시작한다.  

독일에서 온 사람은 독일 맥주와 포도주를 자랑한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의사는 우즈베키스탄의 추위와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위스키에 관해 이야기한다. 물론 한국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특히 남북한 상황에 대한 질문은 항상 나온다. 한국 사람들만의 모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좌파 우파에 대한 극심한(?) 논쟁이 없다는 것뿐이다. 

며칠 후에는 한 집 건너편에 사는 이웃집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우리 집에서의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몇 집이 모여 음식을 나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퇴직한 사람들이지만 이야기가 끝이 없다. 오가는 말도 여느 모임과 대동소이하다. 

연말이 되면 동네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며 요란스러운 파티도 열릴 것이다. 소원하게 지내던 이웃과 가까워질 수 있고 새로 이사 온 사람과 만나 친분을 쌓을 좋은 기회다.  

연말이 되면서 카톡 소리 또한 요란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에게서 오는 메시지도 많아진다. 한국에서 내려받은 연말연시 메시지를 통해 한국의 겨울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사람을 혼동해 답장을 보내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하여간 나름대로 바쁜 연말을 보낸다.    

크리스마스 파티의 주인공인 아이들이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며 어른들의 시선을

동양인을 만나기 어려운 시골로 이사 올 때 많은 사람이 염려해 주었던 ‘외로움’은 생각보다 덜하다. 인터넷을 통해 한국 뉴스를 접하고 가끔 찾아오는 지인을 통해 시드니 소식도 듣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찾아온 지인과 한국 정치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종종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흔히 이야기한다. 대인관계가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족과 친구는 물론 이웃과의 관계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연말연시를 핑계로 이런저런 모임을 갖는다. 

그러나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과의 잦은 관계가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타인으로 인해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상처받기도 한다. 시골에 살면서 좋은 점은 인간관계로 상처받는 일이 적은 것이 아닌가 한다.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호주 사람은 타인의 삶에 깊게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삶은 진정한 자신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성인(聖人)이 아니기에 주위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면 타인의 영향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천천히 걷는 삶, 나쁘지 않을 것이다.  

고독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누군가와 사귐을 가져야만 한다는 것은 나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해를 맞으면서 새로운 결심(resolution)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웃이 종종 있다. ‘새로운 결심?’.. 자문해본다.  

진리를 알면 자유로워진다는 성경 말씀이 있다. 이를 빗대어 자유로운 삶을 살면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는 역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2019년에는 진리에 좀 더 가까워지는 생활을 그려본다.  

이강진(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kanglee6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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