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교육선교회 로뎀나무아래 김석원 목사의 강의로 시드니 영락교회에서 열렸던 ‘21세기 기독교가정의 신앙교육방향’ 세미나 내용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격변하는 문화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독교가정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지만, 논의의 배경은 최근 일반 교육계의 전반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비기독교인가정에도, 현대교육문제, 특히 가치관 교육의 방향에 대한 건전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편집자 주(註)

무엇이 문제인가 (1)
서론: 교육문제에 대한 세가지 에피소드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한국인이 속한 유교문화는, 교육을 그저 졸업장을 따는 수단으로만 본 적이 없다. 개인의 인성을 다듬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더 나가서 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지는 데 필요한 도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입시경쟁이 더 심해진 동양쪽이 서구보다도 이 사실을 더 잊고 있는 것 같다. 

이민사회는 특히 교육문제에 민감하다. 자녀들에게 한국에서 누릴 수 없는 미래를 주고자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기에 더 그렇다. 그러나 많은 기대를 안고 온 호주도 교육에 문제가 없지 않다. 어쩌면 평안해 보이는 그 표면아래는 더 심각하고 깊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가 많은 고민을 하지만,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지 않고서는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지금부터 우리 모두에게 닥친 교육문제를 보여주는 세가지 예를 소개하려고 한다. 하나는 입시경쟁이 과열되고 있는 셀렉티브 학교에 대한 호주 신문기사다. 또 하나는 TED란 프로그램에 등장한 앤더슨이란 학자의 이야기다. 마지막으로는 호주정부가 공립학교에 도입하려던 ‘SAFE SCHOOL’이란 성정체성 프로그램과 관련된 논란이다. 세가지 에피소드는 호주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지만, 한국을 포함해 세계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교육문제의 본질을 보여주는 쇼우케이스 역할을 한다.

성적이 능사인가?
호주의 대표적인 일간지 시드니 모닝헤럴드지 2018년 7월 19일자에는 ‘셀렉티브 학교 논쟁이 놓치고 있는 핵심’이라는 기사가 등장했다. 최근 한 연구서에서 ‘셀렉티브 학교는 사회-교육적 특권층들의 이익을 강화시킨다’라는 주장을 한 모양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학원 같은 ‘시험준비장치’를 잘 활용하는 일부 그룹이 셀렉티브 시스템의 혜택을 독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원래 평등한 기회를 강조해야 할 공교육시스템이 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이 연구는 결론을 내린다. 여러분은 이 비판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공격은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같은 연초부터 주정부 교육부장관역시 이 문제를 들고 나와, 시험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행히도 이 글의 기자는 이민사회에 동정적이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일반 호주인보다 배로 일하며, 자녀들 학원비를 벌기위해 뛰어다니는 이민자들의 현실, 그리고 자기 자녀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려는 절박한 마음을, 기득권층의 이기주의처럼 취급하지 말라고 변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질문은 남아있다. 이렇게 기를 쓰고 힘들게 경쟁을 시켜서 ‘시험 중심의 공부’를 잘하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과연 최선일까?

학교를 믿을 수 있는가?
두번째 이야기는 최근 유행하는 인문학 운동의 자극이 된 TED란 강좌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강의 중에는, 영국의 미래학자 캔 로빈슨의 ‘학교를 다시 상상한다’라는 강의가 있다. 여기서 로빈슨은 현대교육을 이렇게 비판한다. ‘현대 학교는 19세기 공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학교가 정한 틀에 따라 학생이란 획일적인 상품을 생산해 내는 데 급급하다’. 문제는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 우수한 학생조차 현대사회의 기계화, 인공지능과 경쟁에서는 별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정해진 규정에나 순종적이고, 주어진 문제를 예상 답에 따라 잘 풀어내고,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고, 나 혼자 살아남는 것에 상을 주는 교육으로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로빈슨 외에도 많은 교육학자들은 좀 더 창조성, 자발적 탐구, 인내와 대화능력, 공동체와 협력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교육계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나왔던 내용이지만, 지금은 좀 더 상황이 절박한 것 같다. 2016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앞으로 없어질 직업 중에는 이른바 괜찮은 직종들 – 여기에는 가정의(GP), 회계사, 교사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 많이 포함될 것을 경고한 적이 있다. 다시말해 지금까지의 상식을 바탕으로는 아이들에게 어떤 업종으로 준비시키는 게 최선인지 답이 잘 안보인다는 뜻이다. 학교를 단기간에 확 바꾸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현실에서, 이런 공장식 학교에 의지해서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과연 좋은 생각일까?
현대 학교는 공장처럼 운영되고 있다. 학생이란 확일적인 상품을 생산해 내는 데 급급하다. 문제는우수한 학생조차 현대사회의 기계화, 인공지능과 경쟁에서는 별로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가치관을 교육하는가?
마지막으로 최근에 논쟁이 재점화된 호주의 ‘세이프 스쿨 프로그램’이야기다. 세이프 스쿨 프로그램은 2010년 멜번에서 시작된 ‘성 정체성’ 교육과정을 말한다. 내용은 사람의 성을 남녀로 나누는 대신, 모든 인간이 동성적 경향이 있다고 전제하고, 성을 일종의 정도의 차이로 설명한다. 이렇게 보면 동성애도 이상하게 볼 필요는 없으며, 더 나가서 누구나 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뜻이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학교내 동성애 경향이 있는 아이들에 대한 폭력과 자살을 막기위해 개발됐다.  2013년에는 전 호주에 적용을 시도했지만, 2017년에는 좀 더 보수적인 주들을 중심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학교에서 차별이나 학대를 막는 것은 좋지만, 성자체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하는 것은 너무 급진적이라는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말 호주 연방차원에서 동성애결혼 합법화가 이뤄지면서 이 프로그램의 재도입을 요구하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동성애 찬반여부를 떠나서 이 상황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학교에서조차 그동안 정상으로 여겨졌던 것이 더 이상 정상으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과거나 전통 가치관의 긍정적인 면들을 인정하는 부모들에게는, 자신의 아이들이 부모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교육받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학교와 사회가 알아서 아이들의 가치관을 다 만들도록 내버려 두어도 상관없을까? (다음 회는 1. 무엇이 문제인가 (2)가 이어집니다.) 

김석원 목사
- 로뎀나무아래 디렉터, 
- 전 호주동아 논설주간, 
- 한호일보 편집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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