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경력 한국계 고참 의사, 일라와라안과 병원장   
매년 북한 의료 봉사로 ‘섬김’ 정신 실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또 크리스천으로서 북한의 안과 질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고쳐주려고 노력한다. 안과 의대생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다른 의미는 없다.”
   
한국계 호주 안과 전문의 존 리(John Lee, 한국명 이정혁, 55)는 약 4년 전부터 매년 북한을 방문해 백내장 등 안과 질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동안 약 100명의 환자들을 진찰했고 50여회의 안과 수술을 했다. 새해 4월경에도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번 북한 방문에 약 2주 동안 체류하며 수술을 하고 의대생들을 가르친다. 
주변의 우려가 커서 사실 첫 북한 방문은 다녀온 뒤 가족에게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안내원(겸 통역원)이 항상 붙어 있어 어느 나라보다 안전하다”고 농담을 했다. 국제 의료 및 선교단체의 후원으로 이같은 봉사를 하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은 신문에 공개가 어렵다. 또 승인을 받아야 한다. 10여명의 서방 세계 의사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 미국 의사들이 많아 방문이 불가능할 경우 중국과 인접한 국경지역 도시에서 교육을 한 경우도 있었다.
 
“북한을 왜 돕냐는 일각의 비난이 있다. 그들이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not deserved) 절박한 환자에게 의술이 필요하기(needed) 때문에 봉사를 하는 것이다. 첨단 시설과 약이 부족해 지원도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도 이런 개별 봉사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9일 한호일보에서 신년 인터뷰를 한 닥터 리는 독실한 크리스천으로서 ‘섬김(serving)’ 정신을 강조했다. 성공회 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케냐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 개발도상국에서 의료 봉사와 교육을 해 왔고 지난 4년동안 북한 의료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안과 전문의로서 그에게 북한 의료 봉사도 ‘섬김의 한 방법’이 분명하다. 

독실한 크리스천, 만능 스포츠맨 
동포 원로 이경재 선생 장남

그는 부모를 따라 72년 호주에 정착했다. 당시 시드니에서 한인은 불과 10가정 미만이었다. 그의 부친은 동포사회 원로인 이경재 선생이다. 이 선생의 2남1녀 중 장남이다. 
이경재 선생은 오늘의 호주한인복지회를 만든 산파역을 했고 초기 시드니한인회장도 역임했다. 그는 시드니의 명문 사립 크랜브룩 스쿨의 교사(역사)로서 전문직에 종사하면서 동포사회에 대한 애정으로 봉사와 호주-한국의 가교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원로 중 한 분이다. 수십년 봉사 활동으로 호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OAM)을 받았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국민훈장을 수훈했다.

존 리도 부친이 재직한 크랜브룩 스쿨을 거쳐 NSW 의대를 졸업했다. 의사가 된지 31년째로 호주 동포 의사 중 최고참 세대에 속한다. 안과 전문의로서 2000년부터 시드니 남부 울릉공에 일라와라 안과병원(Illawarra Ophthalmology)의 원장으로 의료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그는 호주에서 최고의 백내장.녹내장 수술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일라와라 지역에서만 1만 명 이상의 안과 환자들의 수술을 전담했다.  
울릉공 대학 등 여러 대학에서 교수로서 임상 관련 강의를 한다. 

그는 다부진 체격의 스포츠맨이다. 고교 때 럭비팀 부주장으로 활동하며 친구들의 인기를 모았다. 대학 시절엔 노스본다이 해상 인명구조대(surf lifesaving club) 대원으로도 활동했다. 이 두 분야에 한국계는 물론 동양인이 거의 없었지만 본인이 좋아서 열심히 했다. 지금은 서프 스키 패들러(surf ski paddler) 선수로 여러 대회에 참가한다. 한국 부산 대회에도 참가했다. 호주에서 톱 20위 안에 드는 베테랑이다. 

“호주 학교에서는 스포츠가 중요하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잘 하면 친구 관계에서 동질감, 우정을 강화할 수 있다. 호주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 종목에서 동양계가 배출되면 선입견도 줄어들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특히 청소년들 중 호주 각계의 파이오니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닥터 리는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법령만으로 불가능하고 자발적인 대중의 움직임(grassroot movement)과 참여,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신봉한다. 동성결혼, 낙태 등 호주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판단을 하며 이를 실천한다. 

이같은 그의 인생관과 봉사 활동은 세계 성공회 교회의 거목 중 한 명인 필립 젠슨 전 시드니 성공회 대주교(무어칼리지 학장 역임)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젠슨 신부 형제(동생 피터 젠슨 신부)는 반세기에 걸친 목회 활동으로 많은 사회 리더들을 배출하면서 시드니는 영적으로 세계 성공회 교회를 이끄는 위치에 섰다. 닥터 리도 젠슨 군단의 ‘섬김의 일꾼’ 중 한 명일 것이다.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