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근무 퇴사 후 작품 활동 전념 계획
유럽여행기 ‘유럽은 여전히 설레임’ 출간

Tae(테이)란 영어 이름을 갖고 있는 윤태호(35)씨는 시드니의 젊은 사진작가 겸 단편영화 감독이다. 그에게 인터뷰 첫 질문으로 “많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애플을 때려치우고 사진, 영화제작 등 고행의 길로 들어선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다.

“사실 대학 졸업 후 애플에 입사했을 때, 1년 정도 다닐 생각이었는데 6년 다녔다. 직장에서 어느 정도 적응을 했지만 자유로운 삶과 점점 더 거리가 멀어졌고 사진 촬영과 단편영화 제작 등 평소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떠났다.”

윤 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1996년)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을 왔다. 시드니대 예술학부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6년 동안 애플에 근무했다. 테크닉 부서인 애플 지니어스 팀 등 다양한 파트에서 일을 했다.

“애플의 강점은 다양성인 것 같다. 저처럼 아티스트 백그라운드를 가진 직원들이 많은데 그들을 적절히 섞어 재능을 유도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탁월했다. 생각의 자유로움을 존중하지만 지켜야할 매너(예의와 질서)는 확실했다. 코퍼레이션 운영도 배울만한 점이 많은 기업이었다.” 
그 외 애플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그는 이직할 때 서약서에 서명을 했기 때문에 회사의 세부 내용을 밝히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윤 씨는 주시드니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호주한국영화제(KOFFIA)의 2회 단편영화제(2012년)에서 ‘퓨어 화이트 그라운드(Pure White Ground)'란 작품(약 10분)으로 관객상을 받았다. 본인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 자극적이고 무거운 주제였는데 시상식 후 감독과의 만남에 초대된 류승완 감독이 “영화감독은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뇌리에 남았다고 말했다. 고수들의 이런 비평을 통해 그는 향후 구상에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앞으로 피처 필름(장편 영화)도 도전할 생각이다. 그에게도 좋은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관건이다.

그는 2017년 ‘유럽은 여전히 설레임’이란 스마트한 제목의 부부 동반 유럽여행기를 출간했다. 사진 작가의 손을 거친 멋진 사진에 단상을 곁들여 책을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약 6주 동안 여행한 유럽 15개 도시의 사진과 이야기는 디테일하면서도 따스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중요한 것은 앞서거나 뒤서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얼마나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사느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출간 당시 ‘주목할만한 책’ 리스트에 들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책을 읽다보면 작가로서 그의 눈매를 엿볼 수 있다. 윤태호 씨는 여행 수필가인 윤찬영 씨의 외아들이다. 

대학의 교내 커플로 만나 6년의 연애 후 결혼을 했다. 여자는 새우를 좋아해 ‘프롱’, 그는 연어를 좋아해서 ‘쌀몽’이라는 애칭으로 서로 부른다. 여행을 즐기는 그는 여행 영화제(Travel Film Festival)에도 관심이 있다. 

동포 2세(청소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메시지에 대해 그는 한국에 대해 관심과 공부를 주문했다. “직장이든 어디를 가나 나는 그들에게 한국인으로서 인식된다. 한국과 관련된 지식이 많을수록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본인 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 역시 한국에서 책을 발간하는 것을 계기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19년은 사진 작가 겸 단편영화 감독 윤태호 씨에 새로운 도전의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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