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강해지려면 많은 대화와 표현 훈련 필요   
교회, ‘함께 한 발 나아가는’ 시노드적 성격 중요
한인 성당 2천여명 주일 미사 봉헌.. 해외 동포사회 최대 규모

“큰 기쁨과 더불어 책임감을 느낍니다. 예수님 마음을 닮은 사목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하느님이 바라시는 계획(뜻)을 잘 찾고 ‘하느님 백성들’ 의 목소리를 만나게 해주는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제 생각을 낮추고 가급적 많은 분들을 만나 의견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18일 시드니대교구 한인성당의 신임(11대) 주임 신부로 부임한 곽승룡 비오 신부는 부임 소감과 사목 목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신자라는 용어대신 ‘하느님 백성’으로 표현해 더욱 친근감을 주었다. 
그는 사제 서품 후 첫 본당 신부로 3년 사목을 한 뒤 20여년 동안 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스도론을 전공했고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부임이 두 번째 본당 신부 발령인 셈이다. 
매주 2천여명이 주일 미사를 봉헌하는 실버워터 소재 시드니대교구한인성당은 해외 동포사회에서 거의 최대 규모인 가톨릭교회다. 1976년 한인 공동체 미사가 시작됐고 2016년 40주년이 됐다. 

성당 홈페이지의 부임 인사에서 곽 신부는 “우리는 4일치운동(4 Communion Movement)을 생활화 하도록 주님께 부르심을 받았다. 하느님, 이웃, 피조물, 자기 자신과의 일치(4CM)에 초대합니다. 시드니와 온 인류를 위한 새로운 복음화(새로운 열정, 새로운 방법, 새로운 표현)에 하느님 백성이 함께 걸어갑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시드니 기독교계도 지나친 개교회 중심주의와 동포 사회와 소통 부족의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에 곽 신부는 “당연히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겠다. 경계를 넓히는 것이 하느님 뜻”이라고 명쾌하게 말했다. 

사목 목표와 관련, 곽 신부는 “교회는 시노드(sydnod, 라틴어에서 ‘함께 걸어감’이란 어원적 의미)적인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위드(with) 즉, 함께 한 발 나아간다는 의미입니다. 교회를 실현하려면 대화를 해야 합니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점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표현하는 훈련이 요구됩니다. 많은 대화로 이루어지는 강한 공동체의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인들은 너무 성급하게 행동중심인 특성을 보인다면서 이를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믿음에 대한 것을 즉시 행동하려고 시도하다보니 걸려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대화의 노하우와 힘을 알 수 있습니다. 12명의 제자가 오늘날 21억명의 신자가 됐습니다. 그리스도교는 대화의 종교입니다. 믿음 따로, 생활 따로는 곤란합니다. 서로 격려하며 경청하고 내 생각을 비우면서 예수님과 대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게 안 되면 집단의식 때문에 성장을 해도 문제가 많고 허약한 공동체가 됩니다. 좀 늦게 가더라도 탄탄하게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의 역할과 관련, 곽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이라며 ‘교회 야전병원론’으로 설명했다.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고 제자를 교육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입니다. 교회 운영에 지나치게 힘을 낭비하면서 ‘야전병원’의 모습을 상실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함께 나누면서 그 영향력을 작게는 한인성당의 교우로 시작해 시드니 한인사회를 거쳐 궁극적으로 인류로 확대하는 지향점을 갖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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