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교육선교회 로뎀나무아래 김석원 목사의 강의로 시드니 영락교회에서 열렸던 ‘21세기 기독교가정의 신앙교육방향’ 세미나 내용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격변하는 문화 속에서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기독교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강의였지만, 논의의 배경은 최근 일반 교육계의 전반적인 고민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비 기독교인가정에도, 현대 교육문제, 특히 가치관 교육의 방향에 대한 건전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무엇이 문제인가 (5)
그러나 막상 세계관을 따져보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물어야 한다는 뜻일까? 세계관을 생각해 보자는 말은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하는 행동, 말하는 것, 입고 사는 모든 것에 숨겨진 진짜 동기와 기준’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나 상황에서 기준과 동기가 뚜렷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점에서 세계관을 점검하자는 말은, 남들이 하는대로 세상을 그냥 살거나 보지 않고, 그 이면을 한번 뒤집어 보자는 이야기에 더 가깝다. 특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동의하지 않는 가치관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세계관을 파악하는 질문들
그러나 각자의 세계관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점검하고 알아보려면 구체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가장 흔한 방법은 매일 접하는 여러 토픽과 이슈에 대해 많이 대화해 보면 대강 파악이 된다. 따라서 다른 세계관을 분별하고 내 세계관을 잘 정리하고 싶다면, 내 삶에 대해 많은 대화의 기회를 가지면 자연스럽게 그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관 교육의 가장 중요한 열쇠는 자녀들과 자신의 삶에 대하여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기도 하다.

미들톤이란 학자는 개인의 세계관은 몇 가지 삶에 대한 중요한 질문과 모두 연관이 있기 때문에 몇가지 질문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 사람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생에 대한 몇가지 중요한 질문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세상은 무엇이 문제인가?’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등…

기독교 세계관이란 복음을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 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제인스 사이어의 질문은 이보다 좀 더 구체적이다. ‘진정으로 참된 최고의 실재는 무엇인가?’,  ‘우주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지식이 가능한 까닭은 무엇인가?’,  ‘도덕의 기초는 무엇인가?’,  인간 역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이 고민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그 사람의 삶을 지배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위의 질문들은 원래 고등 종교들이 답해 온 질문들이다. 아직까지도 고등 종교들이 지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러한 질문들이 우리 삶의 세부까지 미치는 영향이 느껴지지 않는가? 미들톤에 따르면 아무리 비종교적인 사람들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사람을 만나고, 일을 처리하고, 매일 매일을 살아간다고 지적한다.

그럼, 우리 아이들에게 해야 할 세계관 교육은 어떻게 하는 것을 말하는 걸까?
 일단은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보고 대하고 따라오던 것에 숨겨진 세계관을 같이 생각해 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각자가 추구해야 할 더 나은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 현대사회에는 특히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들을 보면서, 그것들이 가진 세계관이 무엇인지, 그 세계관이 과연 좋은 것인지를 생각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가깝게는 음악, 영화, 뉴스같은 것들이고, 나중에 더 발전되면 사회, 경제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나의 신앙을 세계관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복음을 세게관적으로 설명하는 능력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돌아보고 격려하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기독교 세계관운동을 해 왔지만, 별로 인기가 없는 분야였다. 생각을 좀 한다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학문적인 체계가 부족해 보이고, 현장 목사님들이 보기엔 복음 외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기존의 세계관 운동가들이 신앙을 마치 너무 머리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고, 사실 그런 면이 있었다. 

그러나 건강한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대해 이렇게 정의할 수 있다. 

기독교 세계관이란 복음을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전체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 지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특히 세속적 세계관에 휘둘리는 우리에게 잘못된 관점을 분별하고, 복음과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도록 도와주는 복음 설명 방법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란 복음을 전하는 것, 신앙생활하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항상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의 구원역사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이뤄지지 않음을 고백한다. 기독교 세계관은 한 마디로 성경이 증거하는 온전한 복음에 따라, 현대에 가장 맞는 복음의 표현 방법이자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교회는 항상 해오지않았던가? 역사를 보면 진지한 기독교인이나 교회는 어떤 식으로든 기독교 세게관 운동을 해 왔다라고도 볼 수 있다. 초대기독교가 로마제국의 황제 숭배와 벌린 싸움도 그런 고민이었고, 중세 기독교가 수도원 운동을 통해 기독교 생활과 영성운동을 벌인 맥락도 여기에 속해 있다. 종교개혁에서 일반 생활 속의 소명을 강조한 대목은 당연히 그렇지만, 이후에도 사회정의, 국가권력, 정치 경제적 혼란 속에서 어떻게 기독교가 서 있어야 할 지를 고민했던 수많은 씨름들이 다 여기에 속한다. 단지 시대마다 다른 주제, 다른 방식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에 특별히 나타나는 기독교 세계관 운동의 특징은 무엇일까? 현대 기독교 세계관은 현대사회의 가장 중요한 두가지 문제, 인간의 자기 파괴적인 이기주의와 상업주의 속에서 우리를 복음으로 분별하게 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다시 한번 우리가 시대와 문화 속에서 잊고 있는 죄의 본질과 그 결과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세속적 세계관들의 실체와 문제를 분명히 이해하고, 이를 통해 나 대신 하나님 중심으로, 죄의 권세 대신 하나님의 권세로, 나의 삶을 회복해야 한다. 위에서 말한 미들톤이나 사이어의 질문을 통해 우리는 그런 답을 좀 더 덜 추상적이고 현실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김석원 목사
- 로뎀나무아래 디렉터, 
- 전 호주동아 논설주간, 
- 한호일보 편집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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