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톱(Top) 신문의 사설(2월 8일자)은 양처럼 온순해져버린 지금의 교포신문을 생각할 때 파격적이다 아니할 수 없다. 자세히 읽어 봤다. 그 내용에 동조도 하고 보완이 될까 해서 몇 가지 적어 본다.
 
한국에서는 한 매체가 다른 매체를 인용할 때 A신문, D방송 등 본명을 숨기고 하는 게 보통이다. 그 관행을 특별한 이유 없이 여기 한인 언론환경에 옮겨 올 필요는 없겠다. 매체는 많지만 모두 영세하며 취약해서 전부를 합쳐도 리소스는 보잘 게 없다. 매체들간 협업만이 커뮤니티의 이익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사설의 핵심은 여기 한인 커뮤니티는 지자체로부터 연방 정치에 이르기까지 이어지는 호주의 선거에 목소리를 전혀 못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나 의미는 크다. 호주 사회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우리의 표밭을 바탕으로 주류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은 늘 있어 왔으나 말뿐 현실로 나타난 건 별로 없었던 게 사실이 아닌가.
 
사설이 지적한 대로 이유는 커뮤니티에서 앞장 선 사람들의 무성의, 결집력 부족,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커뮤니티의 리더십 부재인 게 맞다. 역시 지적한 대로 지역사회와의 협력관계 구축도 빠져서는 안 될 사안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어디에서부터 출발하고, 어떻게 나가야 달라질까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은 과거나 지금 같다.
 
한인백서란
무엇보다도 이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에 따른 요즘 말로 로드맵이 전혀 없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골백번 강조해도 될 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커뮤니티의 이슈로서 사설이 나열한 몇 현안들은 흥미롭다. 선거와 관련해서 내 놓은 것이니 아마도 선거 때 로비 대상으로 해야 할 이슈를 예시 한 것  같은데 내 개인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지난 30년 넘게 커뮤니티 관련 글을 써오면서 나 대로 생각하는 이 사회의 이슈를 정해 봤고 기사로 발표했었다. 여기 ‘독자의 편지’에 따로 쓸 수 는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것들은 이번 사설이 내놓은 현안과 마찬가지로 위에서 말한바 커뮤니티의 합의 도출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20여 년 전 한호지역문제연구소의 이름으로 한 동안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 대안으로 한인백서의 발간을 제안했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고 간에 필요한 사업 (실은 이슈, 의제, 현안, 프로젝트, 과제, 문제 모두 같은 말이다)은 무수히 많다. 그걸 한꺼번에 모두 할 수는 없다. 먼저 재원, 장기적 효능, 기술적 타당성 등을 따져 우선순위 (priority listings)를 정하는 게 수순이다.
 
 이민 역사 반세기라는 여기 한인 사회에서 그런 일을 시도는커녕  필요성마저도 거론한 단체와 리더가 하나도 없었다. 다른 적절한 말이 없어 백서라고 불렀지만 영어로라면 ‘Korean Community Report’가 될 수 있는 100쪽 정도면 될 수 있는 검소한 문서다. 내용은 먼저 한인사회의 전반적 실태와 필요를 개관하고 우선권 있는 구체적 사업을 밝히는 것이다. 발전과 변화를 위한 지침서라고 하면 맞다. 체계적인 조사, 연구를 거친다면 아주 좋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몇 번의 공청회라도 연 다음 만들자는 구상이었다.
 
 구성원의 참여와 협조를 얻기가 아주 어려운 여기 실정을 이해하지만, 그런 기본 자료와 지식 하나 없이 호주 정부, 정치인, 기관을 접근해서 뭘 하겠다는 건가. 중구난방과 오합지중의 한인사회의 민 낯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對)호주 정부 로비만이 아니다. 서울에 가서, 또는 거기서 방문해오는 정치인, 관료, 언론인을 만나는 한인사회의 기관장들은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궁금하다. 한인사회 자체의 질서 있고, 생산적이고, 건전한 운영 또한 어렵다. 그런 합의 도출의 선례가 진즉 있었더라면 코리안 가든 사업과 같은 실수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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