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민 중범죄자 640명 비자 돌려받아 

피터 더튼 내무부 장관(AAP)

지난 주 ‘난민 국내이송 치료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후 국경 보호를 둘러싼 정부와 야당의 정치적 충돌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중범죄자 수백 명의 비자 취소 판결이 번복된 사례가 폭로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10년 이상 복역한 외국인 중범죄자의 비자가 내무부의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복원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내무부 뇌물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피터 더튼 내무장관은 그동안 누구보다 호주 국경을 범죄자들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며 난민 의료처리 법안을 반대하는 그 중심에 서 왔던 인물이다.

뉴질랜드인 윌리엄 수알라우비 베담(William Sualauvi Betham)은 2008년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10년형을 선고받았고 2016년 6월 비자가 자동취소됐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가석방으로 풀려날 당시 비자 취소에 대한 항소심이 아직 진행 중에 있어 가석방되자마자 크리스마스섬(Christmas Island) 이민수용소로 이송됐다.

그리고 이듬해 2017년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 취소된 비자를 돌려받았다. 재범 위험성이 낮고 그간 성실하게 재활 치료를 받았으며 아내가 홀로 호주에서 자녀를 양육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그 사유였다. 그는 현재 골드코스트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마스섬 이민수용소 억류 당시 그의 동료 수감자였던 한 남성이 베담이 뇌물을 공여해 비자를 돌려받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남성은 베담이 비자를 복원해줄 연줄(connection)을 확보했다고 자랑하며 역시 비자 취소 건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던 자신에게 “변호사에게 돈 낭비하지 마라. 여길 벗어나고 싶으면 8만 달러를 마련해 계좌로 이체해라. 아는 사람을 통해 몇 달 안에 나가게 해주겠다” 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베담의 변호사는 그가 동료 수감자에게 그런 제안을 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서 "비자 복원과 관련해 누구에게도 뇌물을 준 사실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있다.

그는 "베담이 저지른 일을 용서하기 힘들 수는 있지만, 그가 깊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가운데 자녀 양육에 긍정적 역할을 할 기회를 얻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법률회사를 통해 지금까지 최소 4명의 의뢰인이 마약 거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아 비자가 취소됐다가 내무부 재심으로 비자를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내무부 대변인은 “부처 내 모든 부정부패는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밝혔으나 관련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베담은 중범죄로 복역 후 자동취소된 비자가 복원된 비시민권자 640명 중 한 명으로, 이들의 33%가 비자 취소 판결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한 지 28일 이내 비자를 돌려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항소행정재판소(Administrative Appeals Tribunal)나 연방법원(Federal Court)의 판결로 비자가 복원되지만 베담과 같이 내무부 자체 재심사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에 대한 정보가 공개된 적은 없다.

이민법 501조에 따라 내무부 장관에게는 아동 성 학대, 살인, 조직범죄 등과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의 비자를 취소할 수 있는 재량권이 주어진다.

이 조항에 따르면 장관과 차관 또는 장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만 취소된 비자를 복원할 수 있다.

내무부 대변인은 베담 사례는 장관의 직접 승인이 아닌 ‘부서 차원’(at the departmental level)에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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