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월 장기 연재, 12월 ‘독자와의 만남’ 및 그림 전시회 예정
 “판매 수익금 어려운 이웃 위해  기부 계획” 
1982년 교황의 산티아고 방문과 함께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Pilgrim)〉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더욱 유명해진 산티아고 가는 길. 

박 경(왼쪽) 과 백 경

산티아고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말이다. 프랑스 남쪽 생 장 피에 드 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서부터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북서쪽에 위치한 성 야고보의 시신이 묻혀있는 산티아고까지 이어지는 800km에 달하는 길이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를 제외하면 비유럽인으로는 한국 순례자가 가장 많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 것일까? 

수필로, 시로 글을 써 온 시드니 동포 박경과 백경이 다른 일행 3명과 함께 작년 5월 8일 시드니를 출발, 7월 3일까지 산티아고를 걷고 나서 56일만에 귀국했다.

박 경과 백 경은 문학 단체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둘의 필명이 비슷한 점은 우연치고는 재미있는 부분이다. 글로써 이어지던 만남이 어느 날 산티아고 순례 동반자로까지 이어진 것을 보면 분명 비슷한 필명이 맺어준 인연인 듯 하다.  

'박경과 백경의 산티아고 순례길' 연재(3월부터 11월 까지)에 흔쾌히 응한 두 사람을 지난 19일(화) 만나 산티아고 순례길을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궁금하리라 생각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경과 백 경의 산티아고 여행기〉는 3월 8일부터 격주로 두 사람의 글이 교대로 연재된다. 

연재 후 12월에는 '독자와의 만남의 시간'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찍고 그린 사진과 그림 전시회 및 판매전이 마련될 계획이다. 두 사람은 판매 수익금을 “어려운 한인 동포를 돕는 기금으로 내놓고 싶다”고 밝혔다. 

'두 여인의 눈'을 통해 드러날 산티아고 순례길은 기존의 수 많은 산티아고 이야기들과는 '다른 색깔로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 같다.

시드니에서의 트레킹 훈련 모습

‘박 경’은.. 60대 초반으로 현재 유치원 교사이며 호주 한인문인 협회 회원이다. 영어 연수를 위해 1983년 호주에 입국, 공항에 다른 사람 대신 나온, 즉 호주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과 결혼했다. 산티아고 여행에 남편도 동행했다.

“걷고 자고 생각하는.. 
단순한 일상이 그리웠다”

Q 산티아고 여행을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8년 전 한국에 갔다가 우연히 서영은 씨의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산티아고 길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이런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막연하게나마  가보고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문학 모임에서 같이 시를 쓰는 백경과 의견이 모아져서 바로 ‘손가락을 걸었다’. 그동안 유럽 미국 인도네시아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을 여행했지만 관광 위주다 보니 살아온 삶을 들여다 본다거나  내가 누구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일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걷고 자고 먹고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일상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Q 산티아고 여행을 어떻게 준비했나?

먼저 시드니 트레킹 코스를 점검하고 가기로 결정한 일행과 함께  일주일에두 세 번씩 3개월 정도 트레킹 훈련을 했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에서 맨리를 거쳐 노스 헤드까지, 그리고 또 오페라 하우스에서 왓슨스 베이까지, 쏜리 역에서 레인코브를 거쳐 웨스트 라이드역으로 걸어오는 26km길, 블루마운틴, 혼스비에서 베로라(Berowra)를  거쳐 코완(Cowan)까지 등...  평탄한 길,  산길 그리고 아스팔트 등 실제처럼 다양한 길을 걸었다. 걸을 때는 짊어지고 갈 베낭의 무게와 비슷하게 짐을 넣고 걸었다. 또 서적 및 유튜브 시청과 함께 영화 등  연관이 있는 것은 빼놓지 않고 참고했다. 

Q  ‘산티아고의 하루 일정’을 설명한다면..

산티아고 길은 먹고 자고 걷는 아주 단순한 길이다. 그렇게 800km를 완주하는 사람도 있고  사정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정하면 되는 아주 자유로운 길이다. 하루 일정도 간단하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아침 6시에 순례자들이 묵는 숙소인 알베르게를 나와서 보통 25km~ 28km정도로 걷고 약15~20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쉬는 동안에는 등산화를 벗고 땀에 젖은 양말과 발을 바람에 말리며 발의 피로를 풀어줬다. 점심은 보통 준비한 샌드위치를 꺼내 길가에 앉아 먹거나 또는 상점에 들어가 사먹기도 했다. 하루의 일정은 전날 계획한 일정대로 걸어가 목적지에 도착한 후엔 알베르게를 찾아 숙소를 정하고, 그런 다음 샤워를 하고 땀에 젖은 옷가지를 모아서 빨래해 널고 나면 보통 3~4시 사이가 된다. 그러고 나서 보통 스페인 가게들이 낮잠 자는 시간인 시에스타(2~4pm)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동네 산책 겸 수퍼에 들려 저녁거리와 다음 날 아침, 점심거리를 구입한 후 알베르게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또 주변 순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베르게는 10시에 소등한다.  

Q 사람들은 왜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다고 생각하나? 

일생에 한번은 꼭 하고 싶었던 버킷 리스트였다는 사람, 매년 정신적 휴식을 위해 온다던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서 온 사람,  살아온 삶을 정리해보려고 온 사람.. 사람들마다 다양하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시드니 공항을 출발 하기 전

백 경’은.. 50대 중반으로 문학동인 캥거루 회원이다. 1995년 호주로 이민왔다. 2013년까지 직장에 다니다가 현재는 취미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그동안 소홀했던 자신에게 시간을 내주며 살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헝가리 체코 뉴욕 아르헨티아 알래스카 등 많은 곳을 여행했다. 

 “나의 힐링을 위한 길이 아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길이다”

Q산티아고까지의 경로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우리가 선택한 경로는 다음과 같다. 시드니 공항에서 카타르(Qutar)의 수도 도하(Doha) 와 스페인 마드리드 경유, 최종 도착지인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 공항까지 총 24시간 비행을 한 후 다시 버스를 타고 스페인과 프랑스의 국경 도시인 이룬(Irun)으로 이동했다. 이룬(Irun)에서 프랑스 국경 도시인 헨다예(Hendaye)까지 6km을 걸어간 후 다시 버스를 2번 갈아타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 지점인 생 장 피에 드 포르(Saint Jean Pied de Port)에 도착하는 코스였다.  

그리고 서울 인천공항 경유 – 파리 드골 공항 –몽파르나스 역에서 TGV를 이용 바욘역 경유 생장 피에 드 포르로 들어가는 길도 있다.

Q 가장 기억에 남은 일을 하나 꼽으라면?

기억에 남는 일이 많은데 그 중 딱 하나를 꼽으라면, 캐나다에서 온 22살 딸과 실명에 가까운 아버지가 함께 산티아고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본 거다. 지팡이 하나를 앞 뒤로 나눠 쥐고 딸이 앞에서 이끌고 아빠가 지팡이의 뒷 부분을 잡고 딸이 이끄는 대로 순례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산티아고 길은 높은 산도 넘어야 하고 비탈길, 자갈길, 진흙길, 게다가 날씨도 변화무쌍해서 방심하면 넘어질 수 있는 환경인데 그런 길을 딸이 맹인 아빠와 함께 온 거다. 그런데 더 대단한 것은 두 부녀가 눈치채지않게 조금 뒤에서 걸어가며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막아주려는 또 한 명의 순례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의 배려를 며칠이 지나서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부녀의 마음에 부담이 되지않게 한 걸음 물러나 산티아고 도착 때까지 지켜 준 그를 보며 산티아고 길은 ‘나를 힐링하기 위한 길’이 아닌 ‘누군가에게 손을 내 밀어주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Q 어려웠던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잠자리가 불편했던 것도, 음식 때문도, 집이 그리운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혼자 걷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않아서 일행에 대한 배려를 많이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하게 오로지 나와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길을 걸으며 내 발에 하마터면 밟혀 죽을 뻔 했던 개미가 되고 싶었고 이른 아침에 보리밭을 횡단하는 민달팽이도 되고 싶었고 흔들리는 나무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돌아와서 <걷기예찬>이란 책을 읽으며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그 길은 온전히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이었던 거다. 부부도 함께 걷기 힘든 길이라고 하더라.  

Q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포르투갈까지 걸었다고 들었다.

 ‘프랑스 길’을 통해 산타아고까지 800km를 6월 13일 완주하고 다시 포르투갈 포르(Porto)로 넘어갔다. 이틀 동안 휴식을 취한 후 포르토에서 산티아고까지 250km의 순례길을 다시 걸었다. 열흘 걸렸다. 총 1050km의 길을 걸은 셈이다. 
 
Q 여행 후 내 생활이나 생각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조금 느긋해졌고 ‘심플 라이프’로 살고 싶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조그만 수채화 물감을 들고 산티아고 길에 그렸던 그림들이 지금까지 취미로 이어져 얼마 전 우연히 그림으로 재능 기부도 했고 곧 출간될 동화책에 삽화가 실리게 되었다. 이번 연재를 위해 순례길의 풍경을 그려 소개할 예정이다. 

Q이번 연재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티아고 길은 시간만 허락하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  85세의 순례자도 보았다. 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비(항공료 포함, 약 $ 4500-5500 정도)도 일반여행에 비해 많이 들지 않는다. 뭔가 삶의 터닝 포인트를 주는 시간일 것 같다.  
 

로스 아르꼬스(Los Arcos)로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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