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필자는 파라마타강을 가로 지르는 로즈(Rhodes)에서 베풀어진 조촐한 모임에 참석했다. 호주 국민 훈장인 OAM (The Order Of Australia Medal)을 받은 이용재 호주한인복지회장의 수훈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날 이 모임에는 떠나간 자만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신념으로 고국에서의 안일한 삶을 박차고 머나먼 2만리 남쪽 나라 호주로 이사 온 150여명의 남녀 동포들이 모였다.

OAM훈장은 1975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영국 국민훈장(British Honour)대신 호주 국가와 인도주의 활동에 공을 세운 실적을 심사하여 수여 하는 훈장이다. 낯설고 언어가 다른 이국에서 힘겨운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이웃을 위해 봉사 하는 정신과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 회장은 이 훈장을 더불어 사는 것을 연습하고 힘든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드는데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고사 성어에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에 송곳이 들어 있으면 어느 날엔가 송곳이 주머니를 비집고 나와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는 뜻이다.
소수민족인 코리안 커뮤니티에서 조용하게 봉사해 온 호주한인복지회의 공헌을 호주 정부가 인정하게 된 것으로 감사한 일이다.

봉사는 사랑의 실천이다. 모든 종교의 교리에도 사랑이 으뜸을 차지한다.
그러나 말로 하는 사랑과 사랑의 실천은 다르다.
(Love is not what you say, Love is what you do.)

호주 한인 사회에는 남의 일에 대해 칭찬보다는 비방하는 풍조가 있어 안타 깝다. 남의 일에 대해 지껄이는만큼 통쾌한 것이 없다는 인간 본성이 있다고 하지만 이웃을 아프게하면 나 자신도 아프다. 그러나 이웃을 기쁘게하면 나도 따라서 기쁜 것이다.

"누구누구는 이혼 했다더라"
“아무개는 도박으로 망했다더라"
심지어 멀쩡하게 잘 있는 사람을 사망자로 만든 해프닝도 있었다.
이런 풍토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사가 오래된 듯하다.

그래서인지 영국의 대문호 섹스피어도 그의 작품 ‘헨리 4세’에서 "소문이라는 것은 제멋대로의 추측과 악의가 불어 대는 피리"라고 질타했다.

통신 시설이 없던 옛날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간다’고 선인들은 말했는데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에는 SNS를 통해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 fake news)'가 온 지구를 떠돌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의심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퍼뜨린다.

지혜로은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 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 한다. 
헛소문과 거짓말은 서로 손을 잡고 있다는 영국 속담도 있다
(Gossiping and lying go hand in hand.)
버려야 할 한민족의 단점으로 남을 칭찬하고 협조하기보다 헐뜯고 흠집내기를 즐겨한다고 지적한다.

'바다 게의 근성(crab mentality)'이라는 말이 있다.
바다 게들을 모아서 한 그릇에 담아 놓으면 한 마리도 도망하지 못 한다고 한다. 어떤 게가 기어올라 가면 다른 게들이 그 놈의 다리를 물어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 같이 모여 한 자리에서 한 마리도 도망가지 못 하고서로의 앞길을 막아 결국 공동운명체로 다 같이 떼죽음을 기다린다.

우리의 삶에도 바람이 분다. 수시로 돌풍이 몰아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서로 돕는 따뜻한 동포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복지 단체들이 신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힘찬 박수를 아끼지 말자.

우리의 후손인 동포 3~4세들이 호주 사회에서 인정받아 많은 수의 국민 훈장 수훈자가 배출되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놀부 심사를 남태평양에 버리고 사촌이 집을 사면 박수를 쳐 주자.
그렇게 해서 한인 사회에 박수 부대(?)를 양산하자. 박수를 치면 혈액 순환을 원활히 하여 건강 장수에 도움을 주듯이 박수는 건전한 동포 사회를 유지하는 영양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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