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동포인 라이드 시의원 피터 김씨를 여기 주류 정치 지망생으로 간주하는 저는 대유망주로서 그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아니라면 일찍 말해 주십시오.  그동안 같은 길에 발을 디뎠던 한인 선배 동료들과는 달리 교포매체에 자신의 활동 상황과 장래 포부를 손수 밝혀 나가는 사실을 높게 평가 합니다.

 본인에게 짐이 될 수 있고 독자들로부터도 자칫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이 글을 감히 쓰는 이유도 그런 건설적이고 적극적 맥락에서입니다. 평소 칼럼에서와는 달리 나이든 사람으로서 조심스럽게 경어를 쓰기로 합니다.

 지난주 한호일보(3월 1일자) ‘발언대’ 난에 실린 공 드려 쓴 게 분명한 ‘나만의 길거리 철학’을 특별히 관심있게 읽었습니다. 바람직한 유권자의 선거 행위의 전제 조건을 드느라 제시한 소크라테스 시민, 데카르트 철학, 공자의 사상, 깨어 있으라와 같은 개념들은 본인의 설명 대로 사익이나 외부 영향에 구애 되지 않는 독립적이고 양심적인 판단, 올바른 정보와 지식과 정보에 따른 판단, 시민의식의 발로 던지는 귀중한 한 표를 역설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옳은 호소입니다. 과거 한국에서 대어급 부정 선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볼 수 있었던 대로 어떤 사람들은 사익이나 외부 압력에 무릎을 꿇고, 또 다른 사람들은 독립적이어서 양심은 살아 있어도 충분한 정보와 지식을 갖지 못한 결과, 서서는 안 되는 쪽에 선 사례가 많았습니다.

 이상은 피터 김 시의원의 선거 및 투표 행위에 대한 비전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표밭인 여기 한인사회의 장래를 보는 비전은 어떤가에 대하여도 앞으로 듣고 싶습니다. 그 사회에 대하여 오래 글을 써온 구성원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힌트를 드립니다.


한 국가나 사회의 대외관계는 내부의 힘이 모아지지 않고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지론입니다. 아마도 한국의 가장 큰 국가적 이슈는 통일로 이어질 주변 강대국과의 효과적인 외교관계입니다. 이걸 아주 어렵게 만드는 게 매일 매체를 통하여 보게는 되는 정치인 간, 국민 간 내부 분열입니다.

 여기 한인사회에 내부 분열은 없어 보입니다. 분열 때문에 약체가 되고 있진 않습니다.  분열에 앞서 정책이라는 게 없습니다. 정책이 없으면 이 사회에서 나오는 몇 푼 안 되는 재원의 효율적 사용은 어려워지고 발전은 저해됩니다.  혹자 왈 우리가 호주의 일원으로 사는데 무슨 우리대로의 정책이 필요한가 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인회를 선두로 해서 왜 그렇게 많은 코리언이 붙는 단체가 존재하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합니다.
 
인구학적 자료
정책이 있어야만 대(對)호주 정부나 주류사회 로비와 정치 참여를 잘 할 수 있습니다. 대(對)고국 로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정책의 전제 조건은 해당 사회에 대한 체계적 지식입니다. 그런데도 이민역사 반세기를 말하는 한인사회에 자신을 알려는 조사, 연구나 공개 토론 등 노력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한인사회에 대한 지식은 매 5년마다 호주 정부가 실시하는 국세조사에 나오는 인구학적 자료(demographic data)가 전부인 것 같은데 호주 전체를 대상으로 얻는 이 자료는 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알다시피 호주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의원으로 출마하는 한인들은 호주사회를 위하는 호주 시민이지 한인으로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한인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인사회에 대한 전문가가 노릇을 할 수 있고, 그 점에서 그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깊은 지식 또한 필수입니다. 자기 사회를 모르고 자기 사회를 대변한다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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