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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펠 추기경 판결문 공개 이유는.. ?
고직순 편집인 | 승인 2019.03.14 13:29

아동성추행 유죄 판결로 국내외에 큰 충격을 던진 조지 펠 추기경이 13일 멜번의 빅토리아지법(Victorian County Court)의 형량 판결에서 폴 키드 수석 판사(Chief Judge Paul Kidd)로부터 6년형 처벌을 받았다. 가석방 금지기간(non-parole period)은 3년8개월로 결정됐다. 6년형 형량에는 그의 나이(77세)와 종교 지도자로서 사회봉사 등이 감안됐다. 

13일 판결은 중요성과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국내외에 생중계됐다. 재판부의 용기있는 결정이었다. 한편으로 유죄 판결에 불만을 가진 펠 추기경 지지 세력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도 판결 전문 공개는 바람직한 결정이었다. 

필자도 꽤 긴 37쪽의 판결문을 읽었다. 조금의 의혹이나 의문점을 없애고 판결의 당위성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배심원단의 평결 배경과 판사가 이런 판결을 내린 이유(reasons)를 법리에 맞게 비교적 쉽게 소상히 설명했다. 일반 시민들 중에서 배심원을 선정하는 것처럼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 참고: 판결문 전문 보기 
https://content.countycourt.vic.gov.au/sites/default/files/documents/2019-03/dpp-v-pell-sentence-2019-vcc-260.pdf

판결문을 읽은 뒤 감정은 참 착잡했다. 배신감에서 유혹에 누구나 흔들릴 수 있는 나약한 인간의 한계와 측은함을 넘어 비애, 분노감도 느껴졌다. 6년형은 아동성추행 피해자들에게는 터무니없이 관대한 처벌이었을 것이다. 반대로 펠 추기경 지지자들은 77세 노인에게 가혹한 형벌로 받아들일 것이다. 

키드 판사는 범죄 행위, 피해자들이 당한 고통, 형량 결정 배경 등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의 성가대원은 성추행 충격 후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결국 31살 때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그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지옥을 통과했다”고 절규했다. 그의 죽음이 모두 펠 추기경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그런 환경으로 빠져든 간접적인 책임은 분명 펠 추기경의 만행에서 비롯됐다고 유추할 수 있다. 재판장도 그런 점을 지적했다. 생존 피해자의 증언 결단이 23년 지나서야 진실을 밝혀낸 계기가 됐다. 그 반대급부는 호주 최고위 성직자의 충격적 몰락이었다. 
 
키드 재판장은 펠 추기경이 1996년 당시 50대 중반의 멜번 대주교로서 가톨릭교회의 최고위 성직자 중 한 명인 반면 피해자들은 미성년(13세 아동) 성가대원들(가톨릭학교의 음악 장학생들)로서 극과 극의 역학 관계(power imbalance)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범행이 계획된(의도된) 아동성추행이 아닌 기회주의적(opportunistic) 공격이었지만 한편으로 멜번 대주교로서 성당 안에서 이런 범행이 발각될(누군가 목격할 수 있는) 가능성, 피해자들의 누설 가능성 등을 그의 막강 권력으로 모두 은폐시킬 수 있다는 의도를 가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키드 판사는 펠 추기경의 범행 당시 심리 상태에서 ‘놀랄정도로 거만한 시각(breathtakingly arrogant view)을 보였다. 뻔뻔한 범행’이라고 질타했다. 

펠 추기경의 무죄를 믿는 지지자들은 이제 항소심(6월 초) 결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펠 추기경은 절대 그럴 추잡한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굳은 신념을 가졌을 것 같은데 이런 지지자들이야말로 판결문을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펠 추기경은 무죄를 주장하지만 피고의 변호인조차 아동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반박하지 못한채 “당시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을 수 있다”면서 정신적 문제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재판장을 이를 기각했다. 범행 내용과 정황상 증거, 범행 후 대처 상황, 피해자 증언이 피고측에서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명확했기에 배심원(12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의심의 여지없다는 확신감 속에서 유죄를 평결한 것이다. 

펠 추기경이 무죄라고 주장하면서 범인의 주장을 직접 반박하는 기회를 이용하지 않은채 경찰 조서로 대신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범죄상이 드러난 것을 무시하며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보면 눈뜬 장님일 수 밖에 없다. 펠 추기경 파문은 믿고 싶지 않은 비극이 발생했지만 이를 계기로 더 나은 세상, 더 공정하고 투명한 교회를 만드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야 할 것이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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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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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rogant 2019-03-19 13:28:28

    안희정 전지사의 상황과 거의 겹치는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죠. 어린이들이었다는 점에서 악질적입니다. 수없는 다른 케이스가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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