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무렵〉 맨부커상 후보 올라  

“작가는 쓰다가 죽는 사람이다. 소설 못 쓰는 작가는 살아있으되 죽은 것과 같은 ‘살아있는 죽음’이다. 매너리즘은 작가에게는 죽음이며 무언가 이루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작가로서는 끝이다.. 그래서 양심있는 작가는 절필 선언을 하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소설가 황석영(76)이 호주를 찾았다. 
지난 7일(목) 시드니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작가와의 만남'에서 황구라라는 별명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그는 작가 정신과 소설가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때로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거침없는 비판이었지만 묵직한 발언으로 참석자들을 압도했다. 

1962년 고교 재학 중 ‘입석’ 으로 사상계 신인상을 받으면서 등단한 이래 〈삼포가는 길〉, 〈장길산〉 등의 대표작을 내놓았고 이후 방북으로 인해 수감생활까지... 역사와 함께 몸으로 겪어 낸 황 작가의 삶이 작품에 그대로 녹여난 배경을 그의 육성으로 직접 듣는 관객들은 감동했다. 

6천매나 쓴 〈수인〉이 4천매로 줄어 두 권으로 나온 배경, 노벨상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에 대한 비판부터 “깡통 쪼가리라고 고사하던 ‘은관 문화훈장’을 늙은이답게 받으려다가 소감을 쓰라는 부탁에 결국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에서는 통쾌함마저 느꼈다.

근현대사를 넘나드는 황석영의 작품들은 한국인을 넘어 이제 세계 각국의 다양한 팬들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는 전쟁과 독재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근대화 과정이다. 하지만 왜곡된 근대화라는 것을 우리 민족만 겪은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그런 과정을 연습하거나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인미답의 길을 걸으면서 왜곡된 것을 겪었다. 그런 가운데 평등과 인권이라는 가치들이 자리잡았다”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호주를 포함, 서양문화 속에서도 그의 작품이 두터운 독자층을 갖고있는 배경을 가늠할 수 있었다. 

9일  NSW 주립도서관에서 ‘작가와의 대화’및 사인회에 참가한 독자들은 황 작가의 영역본 책을 들고 긴 줄을 섰으며 NSW 주립 도서관이 준비한 영역본 소설은 모두 매진됐다.

호주방문의 계기가 된 〈해질 무렵〉은 작년 호주에서 영문판으로 출판됐고 프랑스에서 ‘2018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다. 

황작가가 시드니를 다녀간 지 며칠이 지난 14일(목)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상은 편견의 산물'이라고 일갈했던 그가 맨부커상 수상자가 될지 궁금하다. 

시드니 문화원의 강연회에 참석한 이마리 동화작가는 “시드니에서 강인한 민족작가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난 민족정신과 시대의식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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