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교육 선교회 로뎀나무아래 김석원 목사의 강의로 시드니 영락교회에서 열렸던 ‘21세기 기독교가정의 신앙교육방향’ 세미나 내용이다. 최근 일반 교육계의 전반적인 고민을 바탕으로, 기독교인 가정에 필요한 신앙교육 방향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호주의 역사적 상황과 보편적 교육문제를 같이 참고했다는 점에서, 비기독교인가정에도 가치관 교육의 방향에 대한 건전한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2.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5) 
그러나 호주 사회 전체적으로는 점점 더 세속적인 흐름이 대세가 되었다. 지역교회와 주일학교들도 약해지면서 이 상황을 더 심각해진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에 앞장섰던 호주의 화란 개혁교회들도 2-3세대를 거치면서 호주 사회에 흡수되고, 전반적인 교세는 상당히 위축되었다. 이 점에서 지역의 개별교회가 건강하지 않으면, 다른 전문 활동들도 뒷심을 발휘할 수 없음이 잘 드러난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항상 한 쪽으로 기울면 다른 한 쪽으로 가는 힘도 커지는 것을 보게 된다. 세속화가 심해지면서 교회를 떠나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류가 되었다. 어느 세대나 부모들에게 반발하는지는 몰라도, 이들의 자녀 세대 중에는 다시 신앙을 찾는,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찾는 흐름이 다시 일어났다. 덕분에 젊은 청년 중에는 비교적 더 논리적이고 선명한 보수적 개혁 신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호주의 보수 신학교들은 다른 주류 신학교들에 비해 학생 확보가 훨씬 수월한 편이다. 

또다른 중요한 변화는 순복음 운동이다. 호주는 세계 순복음운동의 시작으로 여겨지는 미국보다도 더 오래 전에 자생적인 성령운동의 전통이 존재했다. 대부분의 지역교회가 약화되는 분위기에서도, 80년대부터 찬양과 은사 운동에 강조를 두는 역동적이고 활발한 교회들이 등장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힐송처치, C3등이 바로 그런 교회들이다. 

이들은 기독교세계관운동이 말하는 조직적인 신학적 사고나 개혁신학이 강조하는 신학적 기준을 따지는 데는 약했지만, 뜨거운 가슴과 체험의 경험을 안고 새로운 교회 운동을 만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교회 뿐 아니라 삶 속에도 어떻게 신앙을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이중 일부는 기독교 정당을 통해 무언가를 단번에 바꾸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정치적 경제적 보수주의와 기독교를 혼란스럽게 섞어 놓긴 했지만, 이들의 진지함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다른 변화는 1980년대 오랜 노동당 정부기간을 뒤로 하고 집권한 하워드 정부의 교육 정책에서 시작된다. 자유당내에서도 매우 보수적인 성향의 하워드 수상은 70-80년대 노동당 정부아래서 시도된 ‘진보적’ 흐름들을 뒤집어 놓는 작업에 들어간다. 특히 그는 ‘장기적 파장’이 큰 교육 문제에 주목했다. 그동안 공립 학교에만 집중된 국가교육 재정을 사립 학교에도 나누어주고, 지역사회와 공동으로 “학교 교목”을 고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기존 교단학교, 독립 기독교학교 할 것 없이 기독교계 사립학교들은 급속도로 팽창했고, 공립학교에서도 신앙교육 활동이 늘어났다. NSW주에만 학교 교목제도가 채택되지 않은 것은, 전문 교목보다 지역 교회에 의존하는 SRE 교육방법을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항상 팬들럼처럼 한 방향으로 가면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힘도 강해진다. 하워드 정부기간에 이뤄진 ‘기독교의 컴백’은 이미 일반사회에 자리잡은 반기독교적 문화와 첨예한 갈등을 경험한다. 특히 여성 평등, 동성애자 문제들이 그러했다. 앞에서 말한 ‘세이프 스쿨’ 프로그램의 도입도 이런 반발의 예다. 

그냥 보면 전체 상황은 기독교인들에게 별로 유리하게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 들어 아주 강력한 플레이어가 이 세계관 전쟁판에 새로 등장했다. 바로 미디어다. 이미 티비등을 통해 존재해 왔지만, 모발폰 문화를 통해 개인의 사고와 삶을 지배하는 수준은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덕분에 대부분의 호주 가정들은 세속화, 개인주의, 상업주의의 영향 속에 더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2018년에 있었던 동성애 결혼 합법화 논란은 이 점에서 그동안 진행된 호주 사회의 세속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한 쪽에서는 이 문제가 동성애자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더 큰 문제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동성애든, 포르노든, 폭력이든 뭐든지 가리지 않는 미디어 세계의 그림자가 더 크게 드리워져 있다. 

그럼 주류 미디어를 공격하고, 동성애 반대 그룹과 연대해서 거리로 나가 시위라도 하면 다 해결될까?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리 간단치는 않다. 현재의 세계관 전쟁에 보수 기독교쪽의 동맹군들 속에는,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인종차별적 백인들,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이익에 더 관심이 많은 보수 유대인들, 기독교와 척을 지고 있는 무슬림들도 포함되어 있다. 도리어 우리 같은 이민자들의 인권을 지켜주고, 약자들의 편을 드는 쪽들은 대부분 동성애 결혼 합법화를 지지하고 있다. 이 말은 호주 정치 상황에서 편 나누기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기독교 신앙을 단순히 어떤 행위로 보지 않고, 삶의 방향, 가치관으로 이해한다면, 단순히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대한 반응을 가지고 기독교적이냐 아니냐를 시비하는 것도, 핵심을 왜곡할 수 있다. 동성애 결혼에 극렬히 반대하면서도 난민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인종차별을 합리화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기독교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민 교회가 세계관 전쟁에서 분별력을 가지기 위해서 강조해야 할 3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각각의 내용은 그 자체로 더 깊은 연구와 생각을 해봐야 할 이슈지만 논의의 출발점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 3가지는 다음과 같다. 1) 선한 구조와 잘못된 방향을 구분하는 눈을 키우자, 2) 성경의 큰 그림으로 우리의 가치관을 다듬어가자 그리고 3) 교육에서 가정의 역할을 더 강화하자. 

김석원 목사
- 로뎀나무아래 디렉터, 
- 전 호주동아 논설주간, 
- 한호일보 편집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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