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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선거의 계절
김봉주(자유기고가) | 승인 2019.03.21 14:50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찾아 왔다. 초가을로 접어든 3월, 호주 NSW 주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가 있고 오는 5월 18일 이전까지 연방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절반을 뽑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초봄을 맞는 고국에서도 국회의원 보궐 선거가 열기를 내고 있다.

인류가 시행해온 민주주의 제도 중에서, 민의를 전달하는 시스템 중에서 으뜸으로 인정받는 것으로 선거를 들 수 있다.
선거는 데모크라시(democracy)의 의식이자 축제로 그 기능을 볼 수 있다.
미국의 남북통일을 성취한 링컨 대통령은 투표는 탄환보다 강하다고 실토 했다.

호주와 한국은 선거 제도가 판이하게 다르다. 호주는 선호 투표제를 채택하여 후보자가 억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선진국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며 인간적(?)인 선거 제도를 채택했다. 
후보자 마다 1, 2. 3순위를 매겨서 당선자를 선출하기 때문이다. 선호도를 배분하는 경우(1차 투표에서 과반 득점자가 없을 때), 당선자 선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집계의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이러한 투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확고히하기 위해 세계 선진국 중 드물게 투표불참자에게 벌금을 부과한다.

반면 한국의 총선거에서는 승자 독식으로 후보자 중 한 후보만 선출하는 방식이다. 그러니 2등 이하 후보자의 득표는 무시된다. 투표 기권자가 독재자를 낳는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 한국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선출되면 당선 다음 날부터 당선자를 근거없이 욕 해 댄다.

고국에서도 호주의 선호 투표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나라는   선거 운동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에 출마하여 낙선하면 후보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재산이 거덜난다.
"꿀 먹고는 입 씻어도 돈 먹고는 안 봐주지 못 한다"는 관습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에 지기 위해서도 큰 돈이 필요하다는 역설을 낳기도 한다.

또한 국민들은 분노에 투표하는 것이지 올바른 평가를 내려 투표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어떤 것에 찬성하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반대하기 위해 투표하는 성향을 보인다.

한국 선거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거 구호로 회자되는 선전 문구가 있다.
"못 살겠다. 갈아 보자!"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정권에 맞서 야당이던 민주당의 선거 구호로 채택되어 전국 유권자의 마음을 뒤 흔들어 놓은 것이다.
이에 맞서 자유당에서는 "갈아 봤자 별 수 없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응수 했지만 태양 앞의 촟불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농촌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했던 필자의 친구 K의원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선거철에 면단위의 장날을 택해 연일 득표 활동을 벌이던 중에 수백 명의 농민들과 악수하면서 부어오른 손을 모으고 정중하게 "한 표 부탁합니다"라면서 90도로 절을 하고 보니 자신의 운전기사였더라는 것.
그래서 국회의원을 <거지 직업>이라 부르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한편 호주의 투표 행위가 의무여서인지 선거철이 되어도 평상시와 다름이 없다. 주택지에 후보자 개인의 사진이 드문드문 나붙어 있고 전철역에서 명함, 전단을 돌릴 뿐 조용한 분위기가 계속된다.

후보자 자격이 까다롭지 않고 누구나 출마할 수 있으며 당선자를 보면 가가 호호를 직접 방문했던 후보자가 당선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후보자는 구두 3컬레만 닳으면 당선권에 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같은 집에 두 번 이상 방문하면 효과가 배가 된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의 학력이나 경력, 역량보다 양대 정당인 자유당( Liberal Party)과 노동당(Labor Party)의 공천을 받으면 유리하다.

민주주의의 본산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영국에서도 지난 날에는 선거가 어려운 전투였나 보다.
영국의 전설적인 총리 윈스턴 처칠이 말년에 술회했다.
"나는 현재까지 열 네번 선거에 출마해서 싸웠는데 한 번의 선거는 사람의 목숨을 한 달 씩 감수시킨다. 그러나 정치라는 것은 전쟁 못지않게 사람들을 흥분시킨다"라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인은 설득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강이 있지도 않는 장소에 다리를 놓아 준다고 공약한 뒤 왜 다리가 놓이지 않았는지를 주민들에게 설득해서 동의를 받아 내는 역량을 정치인의 자격으로 본다는 어디선가 전해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젊은 동포들에게 호주 정계에 도전해 볼 것을 권고한다. 코리안의 장점인 은근과 끈기 그리고 인내심에 용기를 더 하면 가능한 일이다.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면서 정계에 진출하는 시스템이 자연스러운 호주의 선거 제도가 젊은 코리언 오스트레일리안들에게 희망을 준다. 
선거 비용이 들지 않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그러나 수영을 배울 때까지는 물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야기 속의 들새처럼 되어서는 안 된다. 젊은 시절부터 지역 사회와 양대 정당에 참여 하면서 봉사함으로 자신을 알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 동포들이 연방 의원과 주의원, 시의원에 많이 당선되어서 자랑스러운 호주 정치인의 대명사가 되는 그날을 기대한다.

김봉주(자유기고가)  bjk19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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