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실언’ 막판 폭로 → 노동당 지지율 곤두박질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48) 주총리가 호주 정치권에서 스타가 됐다. 특히 자유당에서는 현재 가장 부러움의 대상인 정치 리더라는데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2019년 선거 승리로 자유당내 스타의 자리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NSW가 호주 경제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제 그녀는 전국적으로 중요한 정치 리더가 됐다.  

NSW에서 자유당이 3연속(12년) 집권에 성공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그녀는 크리스티나 키닐리(현 연방 상원의원)에 이어 NSW의 두 번째 여성 주총리였는데 선거 승리를 통해 주총리가 된 첫 여성 기록을 수립했다. 이점은 노동당이 특히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3.23 NSW 선거에서 노동당은 켐페인 기간 중 가장 중요한 막판에 자멸했다. “호주 청년들이 엘리트 아시아계들(Asians with PhDs)에게 일자리를 빼앗겨 시드니를 떠나고 있다”는 마이클 데일리 전 야당대표의 인종차별성 실언은 노동당 지지율 폭락에 정점을 찍었다. 
사실 이 발언은 데일리가 야당대표가 되기 전인 지난해 9월 블루마운틴의 한 식당에서 주택매입여력(housing affordability)에 대한 설명을 하던 중 튀어 나왔다. 그러나 동영상을 확보한(아마도 돈을 주고 얻었을 것으로 추정) 자유당은 폭로 시기(timing)를 조절해 극대화 효과를 거두었다. 
“지금 시드니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떠나고 외국인들이 들어와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시드니의 젊은 자녀들이 특히 박사학위를 가진 아시아계 젊은이들로 대체되고 있다.”  
자유당은 의도적으로 선거 1주를 남겨놓고 이 실언이 담긴 동영상을 폭로했다. 그 결과는 자유당으로서는 만루 역전 홈론이었고, 노동당은 막판 자살골이었다. 
아시아계와 이민자들이 많은 지역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쳤고 자유당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선거 전주까지 50:50으로 접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빗나가며 무색해졌다. 예상치못한 변수에 맥을 못춘 셈이다. 아시아계 유권자들 중 노동당이 자유당보다 양호하다고 믿었던 인종차별성 공포감(racist scare)에서 완전 배신을 당한 것같은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이 실언 폭로 후 도미니크 페로테트 재무장관은 시드니 남부 코가라에서 중국계인 스콧 융(26) 자유당 후보 유세를 지원했다. 허스트빌 등 중국계가 많은 이 지역구는 노동당의 안전 선거구로 분류됐지만 선거 결과는 충격이었다. 노동당(크리스 민스 의원)의 지지율이 무려 5.2% 폭락해 51.7%: 자유당(스콧 융 후보) 48.3%로 3.4% 차이로 힘겹게 승리했다. 데일리 당대표의 실언이 메가톤급 여파를 주었음이 분명했다. 
역시 중국계가 많은 라이드에서도 박빙 예측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자유당의 빅토 도미넬로 의원이 노동당의 제롬 락살 후보를 여유있게(59:41)로 제압했다. 노동당으로 지지율 반등이 있었지만 2.5%에 불과했는데 그 배경은 데일리 당대표 실언의 역효과였다.   
이처럼 민감한 말실수는 데일리 당 대표의 단골 공격 메뉴였던 스타디음 철거와 재건축 이슈를 한방에 잠재웠다. 

물론 베레지클리안 주정부가 승리한 원인이 데일리의 실언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교통→ 재무→주총리로서 공약을 대부분 충실하게 실천했다. 정권 교체 분위기가 매우 약한 상황에서 상당수 유권자들이 열심히 해 온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자(give Gladys another go)는 판단을 내렸다. 부동표가 예상보다 많은 것으로 판단되는데 부동층의 다수가 주총리 지지로 기운 점도 중요하다.  

또 자유당 안에서 노선 다툼을 철저히 배제했다. NSW 자유당은 논쟁적인 점으로 유명하지만 연방과 달리 NSW 자유당 안에서 강경 보수파와 중도파의 대립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만큼 화합을 중시한 주총리의 당내 장악력이 탁월했다는 증거다. 집권 1기만에 선거에서 퇴출당한 켐벨 뉴만(퀸즐랜드) 전 주총리의 단점(독선, 강경 개혁)을 배격했고 콜린 바넷(서호주) 전 주총리의 장점(협상)을 채택하면서 그녀 스스로 중도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이번 선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처럼 지방 유권자들이 주요 정당을 멀리하고 군소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성향을 보였다. 특히 포수어부농부당(SFF)의 지지율 급등, 상원에서 원내이션의 지지율 상승은 연방에서 연립의 파트너인 국민당에게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연방 국민당은 내홍 움직임(당권 경쟁)까지 보이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글래디스(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의 전성시대’를 보면서 스코모(스콧 모리슨 총리)가 어떤 구상을 할지 궁금하다.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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