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 확산 추세.. 노조 파워 쇠퇴

호주의 실질 급여상승률이 1-2%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호주의 임금 수준이 7년 연속 정체 상태를 보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경제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근로 노동이 차지한 비중은 1950년대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당시 GDP의 47%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1970년대 중반 정점을 찍은 이래 11% 포인트나 감소했다. 반면 노동력 손실을 겪은 부문의 기업 이익은 사상 최고 10% 치솟았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임금이 오른다’는 것이 경제학 원칙이지만, 그동안 호주에서는 실업률이 하락(개선)됐지만 근로자 임금은 장기간 정체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호주 실업률은 재무부의 ‘완전고용’(full employment)인 5%선으로 양호하지만 근로자 소득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원인은 컴퓨터나 로봇자동화 등과 같은 디지털 혁명때문이 아니다. 임금 정체는 ‘권력’, 즉 연봉 협상력(bargaining power)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급여 협상력을 잃으니 임금 결정은 고용주 및 기업 이익 중심으로 결정될 수밖에 없고 갈수록 상승하는 물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임금 인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근로자 차원의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별 협상(enterprise bargaining)’이 힘들면 ‘단체 협상’(collective bargaining)에 의지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진 않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민간부분의 노사협약(EA, Enterprise Agreement)의 보장 범위가 지난 4년간 40%나 축소됐다. 이에 따라 노조의 단체 교섭 협상은 매번 결렬된다.

또 구조적으로 근로환경이 변했다. 노동운동은 정규직이 많은 블루칼라 기업, 특히 2차 세계대전 후 시대에 만연했던 남성 노동력 위주의 공장에서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프렌차이징, 지역 공급망 조성, 단기 계약직 고용, 공유 플랫폼 운영 등 인력을 세분화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노동조합 조직 및 운영이 힘들어졌다.

반면 기업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인건비를 절감하고 노동조합을 없애 자연스럽게 근로자 중심의 임금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효과까지 얻게 됐다. 예를 들어, 우버 기사 또는 세븐일레븐 직원들이 고용주와의 임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란 상상하기 힘들다.
최근 마티아스 코만 예산 장관이 확인했듯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건 경제정책적 ‘설계 특징’(design feature)과 같다.

전문가들은 근로자들의 연봉 협상력을 회복하기 위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임금 성장을 억제해온 법과 정책에 대한 의식적이고 다면적 접근을 통해 무엇보다 단체협상력이 최우선으로 부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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