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 NSW 선거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빗나갔다. 
선거 전 입소스(Ipsos, 시드니모닝헤럴드지)는 51:49로 박빙 또는 노동당 근소 우세라고 전망했다. 뉴스폴(Newspoll, 디 오스트레일리안지)은 50:50으로 팽팽한 접전으로 분석했다.   

물론 선거 한 주 전 폭로된 마이클 데일리 야당(노동당) 대표의 아시안 인종차별 발언(실언)이 막판 최대 변수였다. 이 때문에 노동당이 예상 밖으로 부진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집권 자유당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하원(93석)의 과반보다 1석이 더 많은 48석 당선으로 안정적으로 재집권에 송공했다. 

자유당 승리의 배경에는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안(Gladys Berejiklian, 48) 주총리가 있다. 그녀는 아르메니아계(Armenian) 이민자의 후손으로 시드니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1915년 오토만제국(터키)이 무려 150만명을 학살한 아르메니아 민족대학살(Armenian Genocide, 또는 아르메니안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로서 고아가 됐다. 따라서 어려서부터 부모로부터 철저한 민족교육을 받고 자랐다. 민족은 있지만 나라가 없는 서러움을 톡톡히 알고 있다. 그녀의 부친은 용접공 출신이었다. 

노스 라이드 고교(나중에 피터 보드 하이로 개칭)를 다녔고 시드니대에서 문학사, 국제학 전공 후 NSW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했다. 대학 시절 활발한 학생 정당 활동에 참여해 1997-98년 NSW 청년 자유당 회장(NSW 자유당 역사상 세 번째 여성)으로 선출됐다. 커먼웰스은행에서 간부로 근무했고 여러 의원들의 보좌관을 역임한 뒤 2003년 시드니 북부 윌로비 지역구에서 당선되며 주의회에 진출했다. 

2011년 자유-국민 연립 정부(베리 오파렐 → 마이크 베어드 주총리 시절)에서 요직인 교통부, 재무부 장관을 거쳐 베어드 주총리 후임으로 2017년 1월 주총리직(NSW 두 번째 여성)에 올랐고 2019년 자력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NSW 자유당 안에서 중도 및 좌파의 수장이다. 

NSW에서 자유당이 3연속(12년) 집권에 성공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베레지클리안 주총리는 NSW에서 선거 승리를 통해 주총리가 된 첫 여성 기록을 수립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정치와 결혼을 했다고 농담을 할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는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 지도자다.

데일리 전 당대표의 실언 파동 후 빌 쇼튼 연방 야당대표는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런 사과가 어느 정도 효과를 가져올지 모르겠다. 노동당은 호주 개혁의 아버지로 불린 고프 휘틀램 총리, 무상 의료제도(메디케어)를 도입했고 천안문사태 후 정치권과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인 유학생 수천명의 호주 정착(사면)을 허용했던 봅 호크 총리와 같은 진보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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