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총선이 분명 있는데 아직도 날짜가 미확정이다. 무슨 속셈인지 스콧 모리슨 총리가 엄청나게 뜸을 들이고 있다. 이번 총선의 핵심은 유권자들이 모리슨 총리와 조쉬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으로도 볼 수 있다. 

모리슨 정부는 2일 2019/20 연방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상대로 특징은 중저 소득층의 개인소득세 감세 폭을 대폭 늘려 노골적인 선거용 예산을 편성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자유당 당권 경쟁과 총리 퇴출 파동의 쓴 기억이 묻어지기를 기대하면서 선심 공세를 펼쳐 우선 소나기를 피하자(정권연장)는 목적에 방점을 찍었다. 특별한 인센티브나 혁신적 아이디어는 거의 안 보인다. 자유당을 포기한 유권자들을 복구하는 수단으로 또 당내 계파를 단합시킬 수 있는 한가지 정책으로 ‘개인소득세 감면’을 들고 나왔다. 선거 켐페인 기간(약 5, 6주)동안 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향후 10년 동안 1,580억 달러의 세금 감면은 완전 이론상 수치다.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면 총선을 세 번 치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80억 달러의 막대한 수치가 주는 느낌은, 특히 2019/20년 12년 만에 첫 예산 흑자(71억 달러 전망) 전환으로 선거 켐페인을 화려하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5일(금) 또는 7일(일)부터 시작(총선일이 발표되는 경우)될 수 있다. 

이 계획 중 195억 달러만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근로자들에게 감면될 것이다. 이 혜택은 총선 전 법제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예산에서 최대 질문은  ‘유권자들이 이같은 노골적인 선심 공세에 현혹될 것인가’ 여부다. 

“누구를(어느 정당을) 신뢰하나?(Who do you trust?)”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자유-국민 연립과 노동당 중 어느 당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난 2004년 선거 켐페인을 시작하며 존 하워드 전 총리가 던진 질문이다. 이제 2019년 연립 정부가 이 예산안을 갖고 유권자들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프라이든버그 재무장관과 함께 예산 편성에 참여한 마티아스 코만 예산 장관은 예산발표일인 2일 이 질문을 계속 반복했다.

정부는 자유당의 ‘핵심 기반(heartland)’ 방어하기 위해 세금 감면을 고안했다. 평균 이상 근로자들을 겨냥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노동당은 이미 저소득층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감면을 제시했고 아마 다시 그럴 것이다. 4일(목) 빌 쇼튼 야당대표가 예산안 대응을 발표한다. 이 대응에 이런 감면이 포함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이맘 때 정부는 연소득 5만 달러 소득자에게 연간 $530의 세금 감면을 제공했다. 노동당은 $928 감면을 약속했다. 이번엔 정부가 이 오퍼에 상응했다. 최대 $1,080 감면을 약속했다. 테니스 코트에서 공을 치고 주고받는 모양새다. 금액(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그 배경은 동일하다. 유권자 환심사기다. 

노동당은 지난해 2만5천 달러 ~ 12만 달러 소득 근로자에게 더 많은 감면을 제시했다. 네거티브 기어링(negative gearing) 제한(신규 투자자 제외)을 통해 10년 동안 321억 달러, 주식 배당금 세금 전가(dividend imputation)변경으로 560억 달러 세수 확보를 전제로 이런 약속을 한 것이다. 

‘감세로 표를 얻을 수 있다(a tax cut can win votes)’는 정치적 가정이 모든 선거에서 약발을 발휘하지 않는다. 이번 총선에서 작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1년 전 더 큰 감면을 제시했지만 노동당은 3단계 계획 중 2, 3단계는 반대했다. 그 이후 노동당은 여론조사에서 줄곧 여당을 앞서고 있다. 

1,440억 달러 감세로 지난해 정부가 노동당보다 우위에 섰다. 그러나 롱맨 보궐 선거(Longman by-election) 패배, 기후변화정책을 놓고 당내의 치열한 분열, 말콤 턴불 총리 퇴출이 이어지면서 연립의 지지율 부진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총선에 임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 스스로 지도자를 못 믿어 강제 퇴출시키면서 왜 유권자들에게 세금 감면과 관련해 연립의 사탕발림을 믿어야하나? 지난 6년 동안 3명의 총리를 교체했다. 노동당을 욕했던 자유당이 똑같은 추태를 보였다.
이번 예산안에서 대도시의 심각한, 고질적인 교통 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증액된 예산은 막대한 금액이다. 그러나 세부 내용이 없다. 이유는 자유당과 국민당이 백중 지역구 선거 켐페인 중 발표할 재원이기 때문이다. 예산안의 세금 패키지에 대한 논쟁이 끝나면 선거 켐페인은 지역구별 싸움이 될 것이다. 이 선거구에서 이 숨겨진 펀드가 결정적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실탄을 비축한 모리슨 정부가 이제 총선일을 발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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