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금 85만불, “여배우 증언 신뢰 부족” 기각

데일리텔리그라프지의 2007년 관련 기사

아카데미상을 받은 호주 출신의 유명 배우 제프리 러쉬(67)가 호주 신문 데일리 텔리그라프(The Daily Telegraph)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defamation) 소송에서 승소했다. 배상금은 85만 달러로 결정됐다. 

이 신문은 2017년 후반 2건의 기사에서 “2015-16년 시드니시어터컴패니의 리어 왕(King Lear) 연극에 출연한 러쉬가 여배우 에린 진 노빌(Eryn Jean Norvill)과 연습 도중 터칭 등 부적절한 행동(behaved inappropriately)을 취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1면 톱뉴스로 크게 게재했다. (사진 참조) 

러쉬는 이를 강력 부인하면서 신문의 발행처인 내이션와이드 뉴스(Nationwide News)와 조나산 모란 기자(Jonathan Moran)를 명예훼손으로 제소했다. 

지난 해 10-11월 약 3주 동안 재판이 진행됐고 11일 판결에서 연방 법원의 마이클 위그니 판사(Justice Michael Wigney)는 “관련 기사는 여배우의 과장된 일방적이며 근거 없는 이야기(unsubstantiated stories)에 기초한 악의적이며 무책임한 선정적인 저널리즘(recklessly irresponsible pieces of sensationalist journalism)”이라고 질타하면서 유죄를 판결하고 85만 달러의 배상금 지불을 명령했다.  

위그니 판사는 “이 기사는 근거 없는 주장을 토대로 연극 리허설에서 수치스럽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성추행자(sexual predator) 또는 ’성도착자(pervert)’로 묘사해 러쉬의 명예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판결했다. 

그는 기사의 핵심 인물인 여배우 노빌을 “과장과 윤색 경향이 있으며(prone to exaggeration and embellishment) 신뢰할 수 없는 증인(unreliable witness)”이라고 비난하고 “신문 기자와 신문사가 보도 전 기사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러쉬의 변호인인 브루스 맥클린톡 법정변호사(Bruce McClintock SC)는 “기자들이 편향성을 갖거나(took sides)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made judgments) 등 호주 저널리즘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신문사측의 변호인인 톰 블랙번(Tom Blackburn) 법정변호사는 “부적절한 행동과 성도착, 성추행과는 차이가 있다. 러쉬가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는 점이 기사에서 거론했다”고 방어했지만 패소 판결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명예훼손에서 승소한 유명 배우 제프리 러쉬(오른쪽)과 여배우 에린 노빌

손해 배상으로 2500만 달러 이상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진 러쉬는 아내 제임 메네라우스(Jane Menelaus)와 함께 판결 재판을 표정 없이 참관했다. 승소 판결 후 법원 밖에서 그는 “이번 재판으로 관련자 모두가 극도로 괴롭힘을 당했다. 아무도 승자가 없었다(there were no winners)”라고 말했다.  

판결 후 여배우 노빌은 “나는 재판에서 내가 경험한 사실을 말했다”고 증언을 고수했다. 그녀는 재판에서 “리어왕 리허설 때 러쉬가 손으로 나를 더듬는 제스추어를 취했고 숨진 딸의 시신 위에서 왕이 통곡하는 비참한 장면에서는 나의 젖가슴을 터치했다”고 주장했다. 러쉬는 연극을 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신체접촉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노빌은 리허설 당시 또는 그 후에도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그는 “연극에서 강자(유명 배우)와 약자(무명 배우) 사이의 일방적 역학 관계 때문에 이런 일이 폭로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들도 이해관계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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