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 방문 길에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섬뜩한 제목의 책이 서점의 건강 코너에서 눈에 띠었다. 어느 한의사가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효과를 본 진료 경험담을 술회한 내용이다.

인간은 대지에 서 있는 식물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동물류에 속해 있다. 그런데도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행태는 결국 인간을 병들게 만들고 있다.

걷기 위한 신체 부위 중 가장 중요한 발은 심장의 활동인 혈액 순환에 보조 역할을 하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사람 혈관의 총 길이는 놀랍게도 12만 km이며 지구를 세 바퀴나 도는 엄청난 길이이다.
예로부터 ‘식후 칠보행’이라고 해서 식사를 마치면 일곱 걸음을 걸으라는 격언이 전해온다.
고국에서 당뇨병의 권위자인 C 교수에 의하면 식사 직후 움직이면 체내에 포도당이 분산되며 혈당을 조정하게 되어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자의 유년 시절, 이웃에 천석꾼하는 지주가 살고 있었는데 주인인 지주보다 농사일하는 머슴들이 두 배나 건강 장수하는 경우를 목격했다. 매일 하얀 쌀밥에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상식하면서 비단 보료에 앉아 움직이지 않던 주인은 단명했고 꽁 보리 잡곡밥에 온갖 나물을 비벼 먹고 새벽부터 들로 산으로 일하러 다니던 머슴들의 장수 비결이 걷기에 있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최근의 건강 비결로 날마다 <1, 10, 100, 1000, 10000>을 실천하라는 슬로건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즉 1은 일일 일선(하루 한번 선행)한다. 남을 돕는 일을 하면 엔돌핀 호르몬이 나와서 내가 건강해 진다.
10은 매일 열 사람을 만난다. 직장에 출근하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친지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100은 매일 백자를 쓴다. 날마다 자신의 사고와 행적을 기록하는 일기장을 갖는다.
1000은 일천자를 읽는다. 독서는 두뇌 근육 운동(?)이 되기도 한다.
10000은 매일 만보를 걷는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 윈도우쇼핑(window shopping)을 하면서 걷는다.

평소에 전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을 기른다. 만보 걷기는 현대 젊은이들에게까지 적신호가 켜진 비만, 당뇨, 고혈압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운동이기 때문이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자.
이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심지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엇보다 만병의 씨앗인 스트레스를 날려 준다고 한다.

이상적인 걷기는 발을 디딜 때 발바닥 뒤꿈치 → 발 중앙  → 발가락 순서로땅에 닿게하고 발가락을 밀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또한 걷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신발이다. 쿠션과 통풍을 고려해서 걷기에 알맞은 신발을 준비한다.
신발은 값싼 신발은 피하고 고급을 선택해야 한다. 자리에 서서 일하는 페인터 들도 신발에 따라 피로도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경험담을 들어보니 걷는데 있어 발을 보호하는 신발의 중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걷기와 건강에 대해 연구한 서울 J병원 L원장의 발표문이 떠오른다.
# 뇌를 자극  # 건망증 극복 # 의욕 상승  # 식욕 상승
# 비만 치료  # 요통 치료 # 고혈압 치료  # 금연 치료
# 스트레스 해소 # 우울증 치료

모든 약의 기능은 병의 진행을 차단하고 중지하며 완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치료는 면역 세포의 힘 즉, 면역력이 좌우한다는 학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걷기를 하면 면역력이 증가된다고 하니 ‘무료 보약’으로 평가해야겠다.

호주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6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주는 교통 할인 혜택과 한국 정부의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료 통행권 교부 정책은 국가 보건의료 재정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노인들이 교통비가 절약됨으로 매일 움직이며 걷기 운동을 하게
되어 건강해 지기 때문에 정부의 의료비 부담을 덜어 줄수 있다.

걷기 운동에는 산행과 골프도 한 몫 한다.
필자는 시드니 한인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의 ‘청산산악회’ 소속으로 20여년을 블루마운틴에서 산행을 하고 있다. 이 청산회의 특징은 아흔 고령의 J리더를 비롯하여 전 회원이 속보로 걷는다. 빨리 걸으면 세월이 늦게 가기 때문일까?

내가 만들지 않는 건강은 없다. 건강한 이는 인내와 끈기로 꾸준히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 걷기를 하다가 사람을 만나면 웃으면서 인사하는 습관을 갖자.
웃음은 암세포를 격퇴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웃음은 일천억 개의 NK(Natural Killer)세포를 활성화시켜 평소에 건강한 사람인 우리의 몸속에 상주하고 있는 1천여 개의 암세포를 사멸시켜 버린다고 한다. 

웃음은 최고의 재산이다(Smile is unaccountable wealth.)
걷기(Walking)와 웃음(Smile)을 다 같이 명심하면서 걷고 또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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