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호주 강연서 ‘신뢰와 협력’ 역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왼쪽에서 네번째)와 조성우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왼쪽에서 두번째)가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는 오는가?’ 강연회를 주최한 김광일 6.15 공동선언실천 대양주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5번째) 집에서 김 위원장의 부인과 아들과 딸, 며느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한 후 백두산 천지를 담은 대형 조선화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김 위원장의 아들 김현민(David Kim, 왼쪽에서 세번째)군은 BNC Lawyers 소속 변호사로, 딸 김현영(Caroline Kim, 맨 왼쪽)은 호주 굴지의 로펌 변호사로 근무하며 부친의 한반도 평화 구축 사업에서 실무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북한에서 태풍이나 홍수, 가뭄, 폭염 등의 자연 재해가 발생해 식량이 부족한 사태가 발생하면, 남한에서 이를 책임지고 지원해 북녘의 식량 기근 사태를 막아야 합니다.”

지난 4일(토) 시드니에서 ‘한반도 르네상스 시대는 오는가?’란 주제로 동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5일(일) 동포 기자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남한에서 1년에 잉여 생산된 쌀을 보관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면서 “인도주의적인 조치로 쌀을 비롯한 대북 식량 지원 계획이 장기적으로 체계적으로 실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북 식량난에 대한 이 같은 정 대표의 입장은 그가 노무현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역임할 때 대통령 특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북의 식량 문제를 풀어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정 대표는 당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남측의 식량 지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고 전하며 현재 시점에서 북에 대한 식량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며 유엔 산하 식량 관련 기구들이 전세계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만큼 남쪽 정부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남한의 쌀 생산량 조사결과에 따르면 387만5000톤 수준이며 수요량은 378만톤으로 약 9만톤 가까이 과잉 생산 된 것이다. 남한에선 연간 잉여 쌀 생산량은 평균적으로 10만톤 이상이며 남아도는 쌀을 보관하는데 비용으로 1년에 약 6200억원이 소비되고 있다. 
반면, 북한은 국토의 80% 이상이 산악지대인 관계로 경작지 부족과 기후변화로 인한 날씨 변화로 매년 흉작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으며, 유엔 제재로 식량난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유엔 산하의 세계식량계획(WFP)은 5월 3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은 최근 10년내 최악의 식량부족 사태를 맞게 됐다고 전하며 전세계를 대상으로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현실이다. 
대북 식량부족 보고서(2019 Needs and Priorities Report)에 따르면, 북한의 2천5백만명 인구 중 40%에 달하는 1천1백만명이 영양실조 상태이며, 아동 5명 중 한 명이 필수단백질 부족으로 인해 발육장애와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식량농업기구(FAO)와 공동으로 올해 초 약 2개월간 북한 현지에서 정밀조사 작업을 벌여 파악한 결과, 북한의 식용곡식 (쌀, 밀, 보리, 감자, 콩 등 모든 식용 작물 포함) 수확량은 413만톤이며 예상되는 수요량이 576만톤으로 이미 배정된 국제지원 규모를 포함하더라고 약 140만톤의 식량부족난이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까지 유엔산하 기구 WFP를 통한 북한의 식량지원은 러시아가 약 400만불, 스위스 282만불, 스웨덴 244만불, 캐나다 57만불 수준이며, 미국과 호주는 아직껏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 WFP를 통해 남북협력기금에서 800만불을 지원할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미국의 눈치를 보며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WFP는 북한의 식량 부족 사태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주민 380만 명에 대한 긴급 인도적 식량 지원금으로 1억2천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은 5월 3일자 보도된 영국 일간 가디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주의가 정치의 예속되면 민간인들이 희생양이 된다”고 지적하고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해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 4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면담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아직껏 미국 정부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슬리는 미국 사우스 캐놀라이나의 공화당 출신 주지사로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의료품과 결핵 등 치료약의 지원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정부와 의료 관계단체에서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8년도 결핵 연례보고서(Global Tuberculosis Report 2018)는 북한의 결핵 문제가 전 세계에서 가장 심각하다고 전하며 약 13만명이 결핵환자이며 치료가 힘든 중증(다체내성) 결핵 환자는 8천여명으로 추산한다고 발표했다. 

정 대표는 현재의 북미 교착상태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간 정상 회담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 4월말 블라디보스톡에서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 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북한에는 자국의 안보와 주권 유지를 위한 국제적인 보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다자간 해법이 한반도 비핵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우리 정부가 대미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난 등거리 외교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안보를 위한 6자 회담의 필요성이 중장기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하며 이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기 위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 대표의 분석이다.

한편, 정 대표의 시드니 강연회를 추진한 6.15 공동선언실천 대양주위원회의 김광일 위원장은 정 대표와 같이 초청한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조성우 상임대표와 함께 호주 동포들이 북한을 일정 규모의 단체 관광단을 조직해 중국을 경유하지 않고 서울에서 평양까지 비행기 편이나 육로 아니면 해로를 통해 왕래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미국 거주 동포들은 미국 시민권자인 경우, 북한 관광 금지 조항에 걸려 북한 방문이 불가능한 반면, 북한과 국교를 맺고 있는 호주나 캐나다, 재일 동포들은 북한 방문이 가능하지만 중국을 거치지 않고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북한 방문 비자 발급을 받아 왕래하는 것이 해외 동포들의 오랜 소망이었다”고 설명하고 “앞으로 해외 동포들이 판문점을 통한 남북 왕래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드니의 한인 동포들이 정치적인 좌우 성향을 떠나 어깨동무하며 남과북을 동시에 방문하는 계획을 각 주의 한인회, 재향군인회, 월남참전협회, 재호주대한체육회, 재호상공인연합회, 세계한인무역협회(OKTA) 호주지회, 호주한인여성회, 세계한민족여성네트워크(코윈) 호주지회 등 다양한 단체와 공동으로 북한 방문단을 구성하여 시드니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직접 왕래하는 숙원 문제를 재호 한인 동포들이 모두 손잡고 해결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정동영 대표의 시드니 강연에선 김 위원장의 ‘남남화해’의 노력이 돋보이는 자리였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인사들과 반대하는 인사들이 으르렁거리지 않고 한자리 모이는 뜻 깊은 자리였으며 정 대표가 강연회 직전 월남참전협회 회원들을 만나 이들의 숙원사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장면 역시 ‘남남화해’를 드러내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쳐졌다.  
 
고직만 전 코리아타임즈 기자  
* 필자 소개: 필자는 한국일보사계열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다년간 통일부 출입기자로 있었으며, 2018 북한의 공화국 창건 70돌 경축행사를 맞이해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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