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총선은 종전과 다소 다른 점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유권자들에게 으뜸 선거 이슈로 부각된 점이다. 극우성향 군소정당인 원내이션과 강경 보수 성향인 연합호주당(UAP)의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ABC 방송의 투표 풍향계(Vote Compass)에서도 유권자들에게 환경이 경제를 제치고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환경, 탄소배출, 지구온난화, 공해 문제 등 기후변화와 같은 맥락의 아젠다들이 선거 관련 이슈에서 자주 등장한다. 2016년 총선 때 생활비와 연관된 경제 관리가 최우선 이슈였지만 올해는 환경에 밀렸다.

이번 주 발표된 로위 연구소의 설문조사(Lowy Institute poll) 중 ‘호주의 국익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에서 기후변화가 테러리즘을 제치고 1위로 지목됐다. 이 설문조사는 지난 3월 12-15일 전국 유권자 2,13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준오차는 2%였다.   

호주인의 거의 3분의 2는 국제 테러리즘, 북한의 핵무기 개발, 사이버 공격보다 기후변화가 호주국익에 가장 중요한 위협(a critical threat to Australia's interests)이라고 밝혔다. 2007년 케빈 러드 총리 집권 이후 설문에서 이 질문이 포함된 이래로 기후변화가 1순위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 10년 전부터 호주 유권자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계속 커져온 셈이다. 

또 로위 설문에서 응답자의 61%는 “기후변화 문제가 매우 심각해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다는 말이다. 현 자유-국민 연립 정부가 사실상 미온적인 대처를 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즉각 대응을 촉구한 61%의 비율은 2012년 이후 25% 급증한 것이며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반응에 대해서는 세대별 큰 차이를 나타냈다. 18-29세의 젊은층은 81%로 압도적인 반면 45세 이상은 절반(49%)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28%는 점진적 대응을 원했다. 10%는 “이것이 문제임이 확실해질 때까지 호주는 기후변화에 행동으로 대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매우 보수적인, 사실상 반대 입장이었다. 이는 자유-국민 연립 여당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의 주장과 거의 흡사하다. 이들은 토니 애봇 전 총리와 피터 더튼 내무장관 지지자들로 말콤 턴불 총리를 퇴출시킨 보수 세력이다. 그들 뒤에 강경 보수 성향 언론인들과 석탄 산업 관계자들이 버티고 있다. 
 
8일 켄버라의 내셔날프레스클럽에서 열린 여야 대표의 마지막(3차) 생방송 TV토론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는 “호주만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수 없다. 국제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솔직히 현 정부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노동당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 달성에 막대한 비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모리슨 총리 역시 이 이슈에서 강경 보수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빌 쇼튼 야당대표는 “큰 비용을 강조하는 것은 ‘겁주기 전략’이다. 건설 현장에서 퇴출시킨 석면처럼 혜택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수했다.

연립 정부의 무대응에 대한 모리슨 총리의 궁색한 변명은 “녹색 테이프(green tape, 환경 우선 규제) 때문에 비즈니스의 발목을 잡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현재 배출 목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로위연구소 설문조사 결과, 59%가 노동당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연립보다 잘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가안보와 경제관리에서는 연립이 선호됐다. 기후변화를 으뜸 총선 아젠다로 뽑은 유권자들이 5.18 총선에서 어떤 판단을 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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