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웬트워스 지역구

말콤 턴불 전 총리의 정계 은퇴로 지난해 10월말 거행된 시드니 동부 웬트워스(Wentworth)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던 자유당의 데이브 샤마(Dave Sharma)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근소 우세로 당선됐다. 자유당 텃밭인 웬트워스의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이변을 연출했던 케린 펠프스 현의원(무소속)은 간발의 차이로 낙선했다. 
샤마 후보의 승리 배경은 의외로 간단했다. 호주 최고의 부유층이 많은 이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나는 온건파 자유당원(I am a moderate Liberal)”이란 메시지를 전달했고 이는 효과를 나타냈다. 불과 7개월 전 약 18% 폭락했던 지지율 중 상당 부분이 회복되면서 자유당 지지자들 중 대부분이 자유당 후보인 샤마를 지지했다. 전임 턴불 전 총리처럼 샤마 후보도 자유당내 온건파(중도파)임을 유권자들에게 확인한 것이 그의 최대 승부 전략이었다.이 지역 유권자들은 자유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강경 보수파 후보를 원하지 않았고 샤마 후보의 재공천은 성공한 선거 전략이었다. 

#2. 와링가 지역구

시드니 노스쇼의 와링가(Warringah) 지역구 결과는 2019 총선 중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토니 애봇 전 총리가 큰 표 차이로 무소속의 잘리 스테갈(Zali Steggall) 후보에게 패배하며 낙선했다. 25년 동안 당선되어온 자유당 안전 지역구에서 전 총리가 무소속 후보에게 진 것은 자유당에게 큰 충격이었다.
스테갈 후보의 승리 배경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한가지 단순한 메시지 ‘기후변화 정책 강조’였다. 스테갈 후보는 “애봇 의원이 총리 시절은 물론(탄소세 폐지 등)이고 평의원 기간 중에도 집권 자유당 안에서 기후변화 무대응(climate change inaction)의 주역이었다는 점에 분노하며 기후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정계 진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세 기간 중 3번의 편지를 유권자들에게 발송했는데 모두 기후변화 정책 가동을 촉구한 것이었다. 
이 지역구의 유권자들은 스테갈 후보가 기후변화 때문에 출마했다는 점을 쉽게 기억했다. ‘한 놈만 팬다’는 우스개소리처럼 이같은 심플하면서 효율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은 와링가에서는 놀랄 정도의 효과를 나타냈다. 물론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이며 여성 법정변호사라는 개인 프로필도 당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3. 스코모의 간파 능력 

스콧 모리슨 총리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 총선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3연속 집권 신화를 만들며 그는 이제 자유당에서 확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모리슨 총리 역시 총선 켐페인 중 한가지 메시지 전달에 주력했다. ‘경제관리에서 자유당은 흑자예산 전환(내년 회계연도) 등 확실하지만 노동당은 매우 불안하다. 절대 신뢰 못한다. 수십개 공약으로 세금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라는 일종의 공포 전략이었다. 아쉽게도 이런 네거티브 켐페인은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퀸즐랜드에서는 보수층이 똘똘 뭉쳤다. 브리즈번강 북쪽 지역에서 노동당은 단 한 석의 의석도 당선되지 못하며 참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 최고 전략자문가였던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미국의 ‘잊혀진 사람들(forgotten people)’과 모리슨 총리가 언급한 ‘조용한 호주 국민들(quiet Australians)’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미국에서처럼 호주 유권자들의 다수가 전화 여론조사에 반응하는 것을 꺼렸다. 모리슨 총리 지지자들일수록 이런 반응을 나타냈다. 침묵하는 다수의 이런 소시민들은 노동당의 이상향적 정책인 기후변화, 계층간 전쟁 전략(세제 개혁), 정체성 정치학(identity politics)을 봐오면서 실망했다. 모리슨 총리는 이런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솔직하게 호소하는 전략으로 선거에서 승리했다. 반면 빌 쇼튼 야당대표는 전통적인 보통 호주인 가정보다 이너 시티 전문직 종사자들(inner-city elites)에게 집중했다. 좌파는 기후변화 정책과 실용성을 실제보다 부풀려 팔았다. 호주 노동당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처럼 일반 근로자들 편에 있지 않고 물거품 속에 있었다(was in the bubble). 쇼튼은 승리의 문턱에서 코를 빠뜨렸다.”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시대에 내 소득과 미래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 유권자들은 그런 세력을 기피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간파한 스코모의 능력은 탁월했다. 평범함 속에 숨어있는 그의 저력이 빛을 발한 총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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