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32대 호주 시드니 한인회장 당선 공고가 동포 매체에 실려 교민들에게 알려졌다. ‘회장 윤광홍, 부회장 김상희(피터 김) 후보가 단독으로 등록 하여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것이다.

돌이켜 보면 시드니 한인회장 선거는 그동안 2인 혹은 3인이 출마하여 치열한 선거전을 치렀던 그 시절의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고 6년째(3연속) 경선이 불발되고 있다.

한인회장 인기가 사라진 것일까?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과도한 개인적 재정 부담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져서일까? 아니면 봉사 정신의 가치가 저하된 것일까 ?

한인회는 교민 숫자가 적었던 초창기에는 친목 단체의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가 한인 숫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코리언 커뮤니티를 대표하는 봉사단체로 자리를 잡아왔다.

아무리 좋은 최고급 승용차라도 연료(petrol)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듯 한인회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지난 50여년동안 한인회장의 개인 돈(포켓 머니)을 충당해 운영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전직 한인 회장들은 의욕은 앞섰지만 재정이 뒷받침 해 주지 않아 취임할 때의 공약이 허공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귀족은 의무가 부여된다’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프랑스 말이 있다.

당시에 부와 권력과 명성을 가진 귀족은 사회에 대한 책임과 함께 국민에 대한 의무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표현이다.

어원을 보면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이고 ‘오블리제’는 닭의 노른자를 뜻한다. 그러니까 닭의 사명이 자신의 벼슬을 자랑하는데 있지 않고 알 낳는데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의 귀족은 현재의 리더와 대체할 수 있겠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을 사랑하는 가슴을 가지고 공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덕성과 재능을 갖추어야 한다.
고국의 전직 두 대통령이 몰락하여 고초를 겪고 있는 현상을 보면 고대 중국 춘추전국시대 역사 학자의 명언이 떠오른다.

“권력이 재능보다 높으면 욕됨이 있기 마련이고 
위엄이 덕성보다 높으면 반드시 화근이 따른다.”

새 한인 회장단은 역대 한인 회장들의 단골 메뉴인 교민 사회의 화합과 단합이라는 추상적인 정책보다는 실제적인 성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심혈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특히 현 회장이 약 2년 전 취임식에서 공약했던 한인전용 양로원 설립 추진에 적극 관심을 갖기를 당부한다. 한인전용 양로원은 수익성 측면에서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돼 한인회 재정에도움이 될 듯 하다.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 된다)’라는 말이 한인 너싱홈에도 해당이 될 것이다. 이 사업은 개인이 설립을 추진하는 것보다 공익 봉사 단체인 한인회가 후원하면 정부의 지원금 확보에도 일조를 할 것이다.

호주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진 현회장과 앞으로 취임할 신임 한인회장의 ‘기여’에 초점을 맞춘 합작품이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를 소망한다.

리더쉽과 세일즈맨쉽은 목적이 다르다.
세일즈맨 쉽은 ‘이윤’을, 리더쉽은 ‘공익과 봉사’를 지향한다.

물론 동포들의 격려와 협조가 비료가 됨은 말 할 것도 없다.
산을 오를 때 지치게 하는 것은 눈앞의 높은 산이 아니라 신발 속의 자갈이다. 리더를 나무에 올려놓고 흔들어 대는 악습을 과감히 떨쳐 버려야 겠다.

다민족이 살고 있는 호주에서 코리언 커뮤니티의 대표기관인 한인회의 역할은 코리언 위상 정립에 중요한 몫을 한다.

필자는 한인회가 뉴스레터를 만들어 시드니 각 지역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local papers)에 제공할 것을 제안한다.
코리언들의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기사를 주제로 해서 홍보에 주력해 주기를 희망한다.

라이드 시의원인 피터 김 부회장이 전담하여 코리언의 ‘다문화사회 참여와  화합 정신’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리더는 교민들의 민의를 파악하고 구심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인회의 리더와 민의가 합치될 때 강력한 추진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K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50여년 동안 호주에 거주하면서 고교 영어 교사 경력에 영문 소설가로서 호주 문단에 알려 졌던 K씨가 애들레이드로 휴가 갔을 때 당황했던 호주인과의 대화를 전했다.

"당신은 어느 나라에서 관광왔느냐?"

"아니오, 나는 50년째 시드니에 살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안이요."

"아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라고 재차 물어 황당했다는 에피소드다.

호주에서 영어에 통달하고 어느 직장에서 일 하더라도 호주인들은 한국계를 봤을 때 ‘오지(Aussie)'가 아닌 코리안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코리언하면 ‘정직하고 청결하며 친절한 민족’이라는 정체성이 연상 되도록 한인회와 힘을 모아 우리 모두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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