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은 고질적인 계파주의(factionalism)를 극복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당이 치명적인 피해를 당해왔다. 나는 노조 입김과 계파주의 폐혜에 대해 앞장서 반대를 해온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또 노동당은 신앙심이 두터운 유권자들(religious voters)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재연대(reconnect)를 할 필요가 있다. 종교 생활은 퀸즐랜드주에서 일상의 중요한 틀이다. 특히 가톨릭, 개신교인, 오순절계통 교인들을 ‘통과의례(rite of passage)’처럼 보수 정당에게 그냥 양보할 수 없다.”
  
케빈 러드 전 총리가 29일(수) ABC 방송과의 7.30 인터뷰에서 총선 3연속 패배를 한 노동당에게 매우 약이 될만한 ‘쓴소리(충고)’를 했다. 노동당이 총선 패배를 통해 앞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에대해 잘 지적했다. 총선에서 드러난 노동당의 약점이었다. 
2차 대전 이후 노동당은 야당 시절 총선에서 승리한 적이 세 번 밖에 없다.
러드 전 총리는 2007년 총선에서 4연속 집권을 한 존 하워드 정부(연립)에게 대승을 거두고 노동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2019 총선에서 노동당은 특히 퀸즐랜드에서는 참패를 당했다. 30개 하원 지역구 중 불과 6개 선거구에서만 승리했다. 다른 주에서는 연립과 5:5 또는 6:4 정도로 의석을 확보했지만 유독 퀸즐랜드에는 열세(2:8)를 면치 못했다. 퀸즐랜드(브리즈번)에 지역구를 가졌던 러드 전 총리는 “그들(크리스천들)은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 노동당은 그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특히 신앙심이 두터운 크리스천들이 노동당을 배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성애 결혼 합법화 이후 특히 보수성향이 강한 복음주의교단에서 합법화에  찬성한 노동당에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 법안은 정작 연립 정부인 말콤 턴불 총리 시절 우편국민투표와 의회 표결로 통과됐지만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비난의 타깃은 집권 여당(연립)이 아닌 노동당이었다. 
 
러드 전 총리가 오순절계통 교회를 지칭한 것은 스콧 모리슨 총리가 시드니 남부 소재 오순절계통 개신교회(호라이즌 처치) 교인인 점과 과격 발언으로 럭비유니온 대표팀(월러비)에서 축출된 이스라엘 폴라우(Israel Folau) 사례, 개신교단 안에서 오순절계통 교회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점 등을 감안한 것이다. 

동성애 관련 이슈는 이번 총선 기간 중 폴라우의 소셜미디어 코멘트로 인해 이슈가 됐다. 폴라우는 인스타그램에 “동성애자, 간음자, 거짓말쟁이 등은 회개를 하지 않으면 지옥갈 것”이란 극언을 했다. 그는 오순절계통의 교회에서 설교를 맡는 등 교회 지도자로서 특히 태평양군도 출신의 크리스천 커뮤니티 안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최근 호주럭비협회는 문제의 발언과 관련해 폴라우의 럭비유니온 대표선수 자격을 취소시켰다. 
이 발언 파문에대해 모리슨 총리는 호주는 정치와 교회가 분리된 점을 강조하면서 즉답을 피했는데 발언에 대해 비난을 하지 않은 점은 다분히 총선에서 교계의 표심을 의식한 행위라는 지적을 받았다.  

외교관 출신인 러드 전 총리는 또 호주 새 정부의 외교 정책과 관련, “호주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두 강대국인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호주 정부가 매우 신중한 외교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에는 섣불리 한쪽에 치우친 외교정책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있다.  
러드 전 총리는 ‘중국은 호주의 고객(a "customer" of Australia)’이란 모리슨 총리의 발언은 잘못된 용어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친구(America being friend)이고 중국은 고객(China being customer)이란 비유는 틀린 것이다. 용어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1년 동안 더욱 신중한 자세로 미중 관계라는 샌드위치 사이에서 호주가 ‘경제적 먹이/희생양(economic meat)’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앤소니 알바니즈 신임 야당대표는 러드 전 총리가 줄리아 길러드를 퇴진시키고 다시 총리로 복귀했을 때(2013년) 당내에서 과감하게 부총리로 나서 러드 전 총리를 도운 인연이 있다. 호주 사회의 여전한 주류인 기독교계와의 친분 확대와 노동당을 등진 블루칼러 계층의 지지 유도 없이 3년 후 노동당의 정부 교체는 어려울 수 있다. 쓴소리를 잘 새겨들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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