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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엽서] 금광에 초청 받았으나 환영 받지 못한 중국인들
이강진 (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 승인 2019.06.13 14:40
다섯 개의 언어가 쓰인 쓰레기통

오늘은 뉴질랜드 남섬의 동부를 벗어나 서부로 숙소를 옮긴다. 숙소는 마나포우리(Manapouri)라는 동네에 있다. 이곳에 숙소를 정한 이유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서 가깝기 때문이다. 밀포드 사운드는 뉴질랜드 남섬에 온 관광객이라면 빠짐없이 찾는 유명한 관광지다. 

아침에 일어나 농장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납작 복숭아(flat peach)를 따 먹으며 산책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인부들이 복숭아 수확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쁜 시기에 농장을 찾아 이곳저곳 다니며 일하는 사람들이다.   

짐을 챙기고 숙소를 나오는데 납작 복숭아 생각이 난다. 가는 길에 조금 전 수확을 끝낸 곳에 가보니 복숭아가 많이 떨어져 있다. 자동차를 잠시 세우고 깨끗한 복숭아만 골라 줍는다. 금방 비닐 백 두어 봉지가 가득 찼다. 뜻밖에 수확한(?) 복숭아도 싣고 정들었던 숙소를 떠난다. 

목적지로 가는 도로에서 조금 벗어나면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애로우타운(Arrowtown)이라는 동네가 있다. 지도를 보면 특별한 것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궁금증이 난다. 가는 길에 잠시 들렸다. 

애로우타운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관광객이 많이 보인다. 자그마한 동네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관광버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동네 중심가에 있는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다.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넓은 공터에 있는 주차장에 간신히 주차했다. 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은 동네라는 생각이 든다. 

금을 캐던 중국인들의 주거지

주차장을 나오니 안내판이 보인다. 안내판에는 금광을 찾아온 중국 사람들이 생활하던 곳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뉴질랜드 지방 정부의 초청으로 1,800년도 중반에 8,000여 명의 중국인이 금을 캐러 왔다고 한다. 돌아보는데 40여분 걸린다는 친절한 문구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산등성이를 따라 난 오솔길을 걸으며 중국인들이 살았던 주거지를 둘러본다. 집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오두막이 대부분이다. 흙벽돌 혹은 돌로 지은 아주 작은 헛간들이다. 심지어는 동굴을 파고 널빤지나 양철판으로 간신히 비바람 정도만 막을 수 있는 주거지도 있다. 고생하며 지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주거지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또 다른 안내판이 보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을 캐러 온 중국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추위와 싸우며 지냈다고 한다. 그러나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초청했으면서도 보살펴 주지는 않았다고 한다. 안내판 제목으로 쓰인 문구, ‘초청받았으나 환영받지 못한(Invited but unwelcome)’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오래전 우리 조상이 반 강제로 끌려가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고생하며 지냈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주위에는 중국인 관광객도 많다. 영어와 중국어로 기록된 안내문을 보며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동네 중심가에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가 즐비하다. 관광버스에서 내린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의 떠들썩한 소리도 들린다. 주위에 있는 분리 쓰레기통에는 영어, 원주민어, 일본어, 한자 그리고 한국어가 함께 쓰여 있다. 많은 나라에서 온 단체 관광객이 들리는 코스 중 하나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대표적인 호수 와카티푸(Lake Wakatipu)

복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물과 산이 어우러진 경치 좋은 도로를 달린다. 지난번 퀸즈타운(Queenstown)에 왔을 때 보았던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가 높은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끔 보이는 산길 입구에는 스키장 표시가 많다. 뉴질랜드는 스키장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오래전 호주의 직장 동료가 뉴질랜드로 스키장을 다녀와서 보여준 사진이 생각난다.  

호수를 끼고 달리는 도로변에 전망대가 자주 나온다. 흔히 만나기 어려운 멋진 경치가 끝없이 펼쳐진다. 전망대 하나를 골라 잠시 차를 세운다. 산맥을 배경으로 펼쳐진 호수를 카메라에 담는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퀸즈타운(Queenstown) 시내에서 바라보던 호수가 또 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나포우리(Manapouri)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숲속의 호수

경치가 빼어난 호수 두어 개를 더 지나 숙소에 도착했다. 짐을 풀고 잠시 숙소 주변을 걷는다.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동네다. 수수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오래된 요트 혹은 작은 보트가 앞마당에 있는 집도 있다. 아름답고 거대한 호수를 끼고 있는 동네임을 증명한다.

주위 풍경이 좋은 동네다. 그러나 이렇게 외진 곳에서 어떻게 의식주를 해결할까? 여행하면서 자주 떠오르는 질문이다.
그러나 경제적인 삶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우위에 두는 사람들은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루 세끼야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으니...  

이강진 (자유기고가, 전 호주 연방 공무원)  kanglee6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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