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드니영화제에서 상영작으로 한국영화는 3편이 선정됐다. 

권만기 감독의 ‘호흡(Clean up)’과, 박혜령 감독의 ‘108접시 (The Wandering Chef - 108 plates)’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다.

역대 시드니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가장 많이 선정된 셈이다. 한 작품도 선택이 안될 때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봉준호 감독과 권만기 감독 등 2명의 한국 감독 초청 역시 이례적이다. 

‘호흡’은 9일과 11일 두차례 상영했고, 감독에게 영화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됐다. 

기자가 참석한 11일 저녁에도 다양한 연령층과 배경을 가진 관객들이 참석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부산국제영화제, 마카오영화제, 시드니영화제까지 첫 장편영화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권만기 감독을 만나봤다.

죄의식에 대한 몸부림
결국 사람 이야기다. 권만기 감독은 세계적 공감대를 이끌어 가는게 ‘사람’이라 답했다.

문화와 배경의 차이를 넘어선 사람의 이야기, 특히 영화에서 말하는 죄의식에 관한 질문은 인간의 본연에 대한 이야기로 공감될 수 있다.

‘호흡’은 유괴에 관련된 정주(윤지혜)가 시간이 흐른 후 성장한 피해자 소년 민구(김대건)를 만난 뒤 벌어지는 상황을 다룬 영화다. 진중한 무게로 관객에게 죄의식과 용서의 의미를 묻고 있다. 

사실 유괴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대부분 유괴 사건 자체에 대해 피해자에 입장에서 그린 작품들이 많았던 반면 권 감독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피의자의 심리가 궁금했다. 죄를 지은 사람은 그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각각 죄를 느끼는 경중이 조금씩 다름의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권 감독은 말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자주인공 정주(윤지혜)는 사실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었다. 남편의 범죄를 묵인하고 따른 방관자적 입장으로 사건에 휘말린 인물이다. 유괴를 계획하고 범죄를 저지른 전남편보다 정주가 더 큰 죄의식에 사로잡힌다. 

“죄의식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다. 알고도 악을 쉽게 행하는 사람이 있고 작은 과오에도 번민하는 사람이 있다”고 권 감독을 설명했다.

감독은 카메라를 1인칭으로 표현하지 않고 관객들이 이 일을 바라보는 목격자가 되어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고 있다. 피해자, 피의자, 방관자가 상황에 따라 교차되며 관객들에게 죄의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호흡 그리고 Clean up
죄의식 다음으로는 용서를 구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성경을 버리는 장면에 대해 권 감독은 “특정한 종교에 대해 비판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독교가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데, 특히 회개라는 부분에 대해서 죄를 짓고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는 먼저 피해자를 마주대함으로써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뤘다”고 답했다. 

정주는 죄의식에 사로잡혀 민구에게 친절을 베푼다. 모든 사실을 알게된 민구는 자신에게 베푼 친절은 결국 본인의 죄의식을 떨쳐버리고자 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울부짖는다. 우리가 위로라고 건네는 한마디가 어쩌면 힘든 상황의 누군가를 더 처참하게 몰아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원제는 호흡 영어로는 ‘Clean up’으로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사실상 제목에 담겼다. 

누군가는 죄의식 속에서 누군가는 용서라는 과정속에서 치열한 극에 다른 삶 속에서 그저 한줌의 ‘호흡’을 놓치지 않기 위한 발버둥친다. 

정주와 민구는 정주가 일하는 청소업체에서 만난다. 청소를 통해 죄를 지은 사람들이 더러운 공간을 씻음으로써 스스로 살기 위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마지막 살인 현장을 청소하는 정주와 민구의 모습으로 절정에 다다른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한 관객은 극장을 떠나는 감독을 붙잡고 결말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감독은 “서로 용서했다 혹은 복수한다는 등 결론짓는 것이 감독으로써 오만한 행동이라 생각해 관객에게 결말을 선택하게 했다”며 “사실 감독 본인은 이미 상황 자체가 비극이라 어떤 상황이 펼쳐지던 결국 비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체로 많은 평론가와 관객분들은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제시한 것으로 본다고”고 답했다. 

영화는 이렇듯 수많은 질문을 던지며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권 감독은 차기작 준비에 한창이다. 단편영화와 저예산 독립영화이자 첫 장편영화였던 ‘호흡’으로 이미 실력을 인정받고, 이번엔 상업영화 계약을 맺고 시나리오 작업에 있다. 앞으로의 그의 영화가 더욱 기대된다. 
 

호흡(Clean up)
Korea / 2018/ 104min
시놉시스_ 어린 아들을 잃고 홀로 살아가던 여인 정주(윤지혜)는 몸도 마음도 피폐해진 삶을 버텨내고 있는 여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일하는 청소업체에 전과 2범 소년범 민구(김대건)가 입사한다. 정주는 민구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보고 죄책감에 빠진다. 12년 전 전남편이 민구를 유괴할 때 정주는 이를 말리지 못했다. 소년범이 되어 거친 삶을 살고 있는 민구를 보자 정주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괴롭다. 전남편은 공소시효도 끝난 일이라고 하지만 정주의 시선은 계속 민구를 향한다.

권만기 감독_ 1983년생. 상명대 영화과,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한국영화아카데미 31기를 졸업했다. <보통사람들>(2006), <에펠탑과 멋진 그녀>(2007) 등 이전에 여러 편의 단편을 만들며 주목받았는데, 2015년 제작한 단편 <초능력자>는 2015 대구단편영화제 국내경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경력_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한 권만기 감독의 <호흡>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과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는데, 마카오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시드니영화제에도 초청되면서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동영상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lsP_NSPMcbg

저작권자 © 한호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