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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하우스] 사계절
김봉주 (자유기고가) | 승인 2019.06.13 14:40

시드니의  6월은  싸늘하다.
더구나 가을 비 내리는 오후 프랑스 샹송 ‘고엽(The Autumn Leaves)'의 멜로디가 흐르면 느닷없이 단풍으로 물든 고국의 가을 풍경이 스치고 지나간다.

가장 아름다운 한글 단어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자연의 사계절이라면 청년, 중년, 장년, 노년은 인생의 사계절이라 할 수 있겠다.
계절이 바뀔 때 몸과 마음은 자연에 적응하기위해 몸살을 앓는다.

유엔에서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에 대한 측정 결과, 인생 사계절은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는 청년, 66~79세는 중년, 80~99세는 노년이라는 미확인 글이 ‘카톡’으로 전파되고 있어 노인들에게 엉뚱한(?) 희망을 주고 있다.

돌이켜 보면 
청년 시절은 맺을 수 없는 사랑을 하고
중년 시절은 견딜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장년 시절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노년 시절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우리의 인생행로는 스페인 소설가 세르판테스의  ‘동키호테’뿐 만은
아니리라.

인생이라는 항해에는 왕복표(return ticket)가 없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인생 항로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나침판으로 인간관계를 들 수 있겠다. 미국 카네기말론대학 연구소에서 인생 실패 이유를 조사했는데 전문적 기술이나 학식 부족은 겨우 15%에 불과했으나 85%가 잘못된 대인 관계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인간은 본래적으로 이기주의 성향이 강해서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결국 인간관계는 어디에 중심을 둘 것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보다는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내려놓을 수 없는 바구니를 하나씩 들고 있다.
그래서 누구나 문을 열어 줄 사람이 필요하다.
내가 바구니를 들고 오는 타인에게 도어맨(doorman) 역할을 한다면 타인도 나에게 문을 열어줄 것이다.

최근 ‘사람답게 살자(well being)', '사람답게 죽자(well dying)'이라는 유행어가 회자되고 있다. 필자는 "사람답게 늙자(well ageing)'을 덧붙이고 싶다.
사람의 연령에는 자연, 건강, 정신, 영적 연령이 있다. 이중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정신, 영적 연령을 승화시키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자연과 건강 연령을 채워가면서 보낸다고 영국의 심리학자가 밝혔다.

우리는 어떤 노년을 보낼 것인가?
더 낳은 삶을 위해 타국으로 이민와서 노동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빈곤은 도망친다는 일념으로 생활전선에서 전력투구하다가 물러 난 ‘노년’은 열정을 살려 품격을 지녀야 한다.

산행과 명상, 독서, 영성으로 생활의 여유를 갖도록 하자.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노년 백수’는 호주인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가가 연금(age pension)과 함께 노후의 복지, 보건, 교육을 책임져 주는 종신 국가공무원(?)이기 때문이다.

노년 백수는 자신의 자발적 시간이다.
열정만 유지 다면 젊은 시절 못 다한 공부나 취미를 살릴 수 있다. 
직장에 바쁜 부모를 대신하여 손주돌보기, 학교 픽업하기, 길가 화단에
꽃을 가꾸어 행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이웃과의 유대 강화, 버스 정류장 휴지 줍기 등을 실천하는 일이 연금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동안 쌓아 올린 경륜과 덕성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인생을 결산하는 시기가 노년이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대에, 23%는 70대와 80대 노인에
의해 그리고 6%는 80대에 성취되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64%가 60세 이상 노인에 의해 성취된 셈이다.

예를 들면 철학자 쾨테, 화가 미켈란젤로, 음악가 베르디, 하이든,
헨델이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시기도 70세를 넘어서라고 한다.

다음은 존경받는 노인이 되는 조건이다.

# 평소 경계해야 할 사항

* 박이후구(薄耳厚口) : 남의 말을 듣기 싫고 자기 말만 쏟아낸다.
* 망집(妄執) : 망상을 버리지 못하고 집착하는 것.
* 중언부언(重言復言) : 이미 한 말을 자꾸 되풀이 하는 것.
* 백우무행(百憂無行) : 각가지 근심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것.

# 망설일 때 실행하면 좋을 사항

* 말 할까 말까 할 때는 말 하지 않는다.
* 줄까 말까 할 때는 준다.
* 갈까 말까 할 때는 간다.
* 돈을 낼까 말까 할 때는 낸다.
* 살까 말까 할 때는 안 산다.

백발은 빛나는 면류관, 착하게 살아야 그것을 얻는다.
<잠언 : 16,31>

작가 정진홍님의 시 "노년의 인생에서 길을 묻다"는 나의 화살기도가 되어 마음속에 오래토록 메아리친다.

<노년의 인생에서 길을 묻다>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나는 내가 신선이 되는 줄 알았읍니다.
온갖 욕심도 없어지고  이런 저런 
가슴앓이도 사라지고 남 모르게 품고했던
미움도 가실 줄 알았습니다. 

( 중략 )

욕심이 조금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가슴앓이도 식지 않았읍니다.
미움도 여전 합니다. 고집은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더 질겼습니다.

( 중략 )

저리게 외롭습니다. 서글퍼집니다.
버림받았다는 느낌은 비단 내 마음에서 인 
잔 물결이거나 소용돌이가 아닙니다.

( 중략 )
죽음의 자리에서 삶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바람처럼 물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흔을 살고 싶습니다.

김봉주 (자유기고가)  bjk194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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