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16일(미국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언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미 하원은 민주당 여성 의원 4명(유색 배경의 초선 의원들)을 향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go home where you came from)"고 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하는 이날 결의안을 찬성 240표, 반대 187표로 통과시켰다. 하원 총 435석(민주당 235석, 공화당 197석) 중 민주당 의원은 전원이 찬성했지만 공화당은 4명 찬성에 불과했다. 

규탄 결의안은 "새로운 미국인과 유색인들에 대한 공포와 증오를 합법화하고 고조시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발언을 강력히 비판한다"는 내용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은 표결 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트윗을 비판하는데 민주당과 공화당의 모든 의원이 함께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의 가치에 대한 충격적인 거부이며, 미국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우리의 서약에 대한 수치스러운 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져 묵시적으로 트럼프의 인종차별 전략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푸에르토리코 이민 가정 출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뉴욕), 첫 무슬림 여성 의원인 일한 오마르(Ilhan Omar, 미네소타), 팔레스타인 이민 가정 출신인 라시다 틀라입(Rashida Tlaib, 미시간), 흑인인 아이아나 프레슬리(Ayanna Pressley, 메사추세스) 4명이다.   
  
이들은 화석연료의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면 대체, 총기 규제, 이민법 개정, 억만장자 중과세를 통한 건강보험 확대, 정치권과 유대인 로비 단체의 유착 의혹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거침없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이같은 주장은 미국보다 다소 진보적인 성향인 호주 정치권의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정책으로 채택하기 쉽지 않은 급진적인 내용이다. 앞서 민주당 소속의 펠로시 의장은 이처럼 급진적 사회주의 정책을 내세운 민주당 초선의원들에 대해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며, 사회주의는 민주당의 견해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 발인이 나오자 예상대로 백인우월주의자들은 크게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인종에 대한 분노심 촉발과 백인들의 결집이다. 백인 정체성 정치로 인한 지지층 확산 전략은 2016년 대선에서 이미 약발이 통했다. 

역겹고 당혹스럽지만 트럼프는 목적(재선 성공) 달성을 위해서는 못할 것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체면을 마다하고 인종카드를 꺼낸 트럼프. 이런 케케묵은 인종카드가 잘 먹히는 나라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니 참 안타깝다. 

이 발언이 나오기 전이지만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 국빈 방문과 백악관 만찬 초대를 받았다고 좋아하며 ‘트럼프 칭찬’으로 아양을 떨었다. 

호주를 선택해 제2의 고향이란 생각을 갖고 사는 한인들, 특히 호주에서 출생한 한국계 2, 3세대에게 외모만 보고 “아시안들,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욕을 하면 어디로 가야하나? 
 
고직순 편집인  editor@hanho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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