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드니에서 아파트 건축 하자 파문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연말 오팔타워 사태부터 벌써 드러난 것만 4건이다. 빅토리아주에서는 싸구려 인화성 외벽 문제(flammable/combustible cladding crisis)를 해결하기 위해 주정부가 3억 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저기에서 건축 하자로 난리법석이다. 

호주같은 선진국의 건설업계에서 왜 이런 심각한 하자 문제가 터져나을까?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감리 제도상의 맹점과 개발 관계자들의 욕심(투기), 부동산 연관 세금제도의 부작용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뒤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선진국에서 대단위 아파트는 대체로 연금 펀드 등 금융기관이 건설한 뒤 임대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호주는 흔히 ‘디벨로퍼(developers)’로 불리는 상당수 투기성 단기 자본(short-term speculator-developers)이 아파트를 건설한다. 목적은 대부분 민간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기 위함이다. 분양 전 매매(off-the-plan sale) 후 개발업자는 비용 최소화로 이익 극대화, 연속적인 개발 프로젝트 지속에 치중한다. 은행은 개발회사에 융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젝트는 단기 고금리(expensive mezzanine debt)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것도 비용 감축 요인이 된다.  

상당수 개발 사례에서 싸구려 콩크리트를 사용하고 그 위에 플라스틱 인화성 외벽(flammable/combustible cladding)을 붙여 공사를 마감했다. 날림 공사의 후유증이 최근 들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낮은 재질(poor-quality)의 건자재를 사용하고 제대로 품질 관리를 하지 못했다(lack of quality control)면 어떤 건물도 50년을 이상 없이 견디지 못할 것이다.    

막대한 건설비 인하 압력에 직면한 건설업자들과 개발회사의 영향을 받은 감리사들은 낮은 품질의 공사 자재와 용납 안 될 부분을 승인한 사례가 많았다. 구청 직원이 아닌 민간회사(private certifiers)가 건축 승인(감리 대행)을 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이처럼 근본적인 이해관계의 충돌(fundamental conflict of interest)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경기 붐을 통한 인지세와 토지세 수입을 노린 주정부는 ‘시장 자율 기능’을 과신한채 사태를 오랜 기간 방관했다. 

옷과 살림 쓰레기만이 아니라 이제는 건축마저 ‘일회용 사회(disposable society: 사용 후 버릴 수 있는)’가 될 수 있다. 건물 철거(demolition)와 매립이 곳곳에서 늘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도를 강화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 규제완화(deregulation)와 임대 목적의 건축이 아니라 팔기위한 건축에 집중해 온 결과가 훗날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업자의 단기 폭리,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세금제도(네거티브 기어링 등)도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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