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를 통해 익명으로 정부를 비난한 연방 공무원의 해고는 불법이 아니다’라는 7일 호주 대법원의 판결(만장일치)이 공무원 사회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판례는 호주의 연방, 주/준주, 지자체 공무원 약 2백만명의 소셜미디어 행위는 물론 경우에 따라 민간분야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 파급 효과 측면에서 ‘기념비적 판례(landmark ruling)'가 됐다.

이민부의 홍보담당 공무원이었던 미카엘라 바너지(Michaela Banerji)는 지난 2013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익명으로 당시 노동당 정부의 이민부 정책(특히 난민강제 수용)을 자주 비난했다. 
익명이었지만 결국 그의 신원이 밝혀졌고 이민부는 그를 해고했다. 이에 그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행정심판국(Administrative Appeals Tribunal: AAT)에 제소해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AAT는 그녀의 헌법상 언론자유 권리가 침해를 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연방 정부는 대법원에 상고했고 오랜 법정 공방을 거쳐 7일 대법원은 만장일치로 바너지의 해고는 부당하지 않다고 정부 승소를 판결했다. 

대법원은 익명의 소셜미디어 활동에 대한 연방 정부의 공무원 행동강령(한계)을 인정했다. 또 익명성으로 인해 정당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공무원은 공직서비스법이 우선이며 헌법에 함축된 표현자유 권리(constitutional rights to freedom of speech)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공무원이 정치적인 견해를 표현하려면 ‘그 자리에서 잘릴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행동강령에 위반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행동강령에 정치적 표현 행위가 일절 금지됐다면 이는 사실상 공무원은 재직 기간 중 이런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그럼 공무원은 ‘이불 속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쳐야할까? 호주 대법원 메시지는 “자리를 보장하는 대가로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든지 아니면 공직을 벗어던지든지”였다. 

이번 판결의 중요성은 공무원의 소셜미디어 사용과 헌법상 내포된 정치적 소통권의 제약에 대해 호주 최고 법원이 고용주(정부)에게 유리하게 선을 그었다는 점(한계 명시)이다. 
판결 후 지역사회 및 공직서비스 노조(Community and Public Sector Union)의 나딘 플러드 위원장은 “연방 공무원들은 근무지 때문에 조지 오웰식의 검열(Orwellian censorship)을 당하기보다 시민으로서 일반 권리가 허용되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은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비난했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우리 속담이 연상된다. 영어의 비슷한 표현(The walls have ears)처럼 벽에도 듣는 귀(몰래 카메라, 녹음 장치)가 있는지 항상 입 조심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또한 ‘소셜미디어에서도 아무도 익명일 수 없다(nothing is anonymous)’는 점이 다시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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